법원스님 "승병들 호국정신 군법사 계승…해외파병도 가죠"[이수지의 종교in]
조계종 1999년 군포교 정책 수립
2005년 군종특별교구 출범
22일 육군박물관서 호국영령 위령 대재 진행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이 땅에 불교가 전래한 지 약 2000년 정도 됐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불교는 국가와 민중을 위해 존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서울 국방부 원광사에서 만난 대한불교조계종 군종교구장 법원스님은 "삼국시대 신라 호국불교 승려 원광법사와 화랑도부터 현재 군법사(군승)까지 불교는 나라를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스님들이라고 왜 목숨이 아깝지 않겠어요. 국가와 국민을 지키려고 스님들이 가장 앞장서서 호국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던 거죠.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때도 승병들이 앞장을 섰고 국가의 어려운 고비마다 모두 스님이 나섰어요."
법원스님은 최근 역사 속 승병들이 재조명받는 것에 주목했다. "영화 '명량'을 보면 스님들이 얼마나 호국을 위해 노력했는지 잘 나타나고 있어요. 이제야 그 부분이 알려져 상당히 안타깝하지만 이제라도 알려지게 되어 다행입니다."
역사 속 승병들의 호국정신은 현대 사회에서는 군법사(군승)들이 이어가고 있다. 조계종 군종특별교구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오는 22일 육군사관학교 육군박물관에서 호국영령 위령 대재를 진행한다. 순국선열, 6·25전쟁에 전사한 국군, 참전국 장병, 군복무 중 순직한 장병 등 호국 연령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1968년 11월 최초로 군승 5명이 월남전에 파송되면서 시작된 군법사는 현재 120여 명이 육해공군해병대 전군 380여 곳 군 사찰에서 포교 활동을 하고 있다.
1999년 조계종이 군포교 정책을 수립해 2005년 출범하게 된 군종특별교구는 법회와 수계의식 통일화, 불상·촛대·목탁·요령 간소화, 전시에 사용할 수 있는 야전 의식 용품 개발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군 사찰에서는 인성교육을 통해 장병들의 군 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법원스님은 해외 파병 부대 사례를 들며 군종교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수단, 레바논, 아랍에미리트 등에 파견된 재건 부대나 전투 부대 장병들을 위문하는 자리에 참석했던 적이 있다.
당시 해외로 8개월간 파병된 장병들에게 종교 활동을 하라고 하면 평소에 종교 활동 참여율이 저조하다가도 작전 투입 전 종교 활동을 하라 하면 전원이 종교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지휘관들에게서 들었다.
법원스님은 "위험에 처하고 난관에 부딪히고 어려움이 생겨서 기도나 기원을 통해 자기에게 힘을 불어넣어야 하는 때가 누구에게나 있는데 군종교구가 그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군인 본연의 업무를 하려면 꼭 필요한 신념과 두려움이나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리고 인격적으로 좀 더 완성된 군인이 되기 위해서 군종교구가 존재한다"며 "군인도 도덕성과 가치관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군종교구는 포교만 하는 것이 아니고 인성교육도 주로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군종교구에는 다양한 연령대 군법사들이 군 사찰마다 배치되어 법회, 개인상담 등을 통해 장병 연령대와 눈높이에 맞는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법원스님은 "군승 중 20대 30대가 가장 많지만 40대 50대도 적절히 배치되어 그분들이 같은 또래 장병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군종교구는 그분들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임무를 맡고 있어 장병들과 직접 소통도 하지만 주로 군법사들이 더 원활하게 소통하게 하는 지원을 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스님은 다양한 소통을 위해 명상 프로그램 개발, 모바일 소통 시스템 구축, 사찰음식·요가·명상 등 불교문화 체험으로 구성된 법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젊은 세대와 소통하도록 군법사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에는 처음 군법사와 군종병들이 지난 5월 연등행렬에 호국 의지를 담은 등을 들고 참여했다.
법원스님은 "불교 축제 중 가장 크고 좋은 축제를 군법사들과 군종병들에게 한번 보여주고 싶었다"며 "군복도 정복으로 준비했는데 비가 와서 우비를 입어 시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참석했던 군법사들과 군종병들의 호응에 힘입어 법원 스님은 내년에는 군악대까지 참여시킬 계획을 세웠다. "내년에는 날씨가 좋은 날 하게 되면 군악대도 동원하고 싶어요. 군종교구 앞에 군악대를 배치해 군대라는 것을 부각하려 합니다."
법원스님의 소통은 주민들과의 소통으로 확대된다. 법원 스님은 최전방 부대 인근 주민들이 문화적으로 소외되어 있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해군 군종장교 시절 백령도에서 근무할 때 아이들에게 천자문을 가르치는 서당을 열기도 했다.
"대민 지원이라고 해서 부대에서는 인근 주민들과 음식이나 인력을 나누거나 수해 등 재난 발생했을 때 복구 지원을 하는데 군 법당에서도 주민들과의 정신적, 문화적 향유를 지원하려고 합니다. 지금도 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원하면 종교 생활도 할 수 있게 문호를 개방하도록 독려하려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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