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가면 의사 연봉 부럽지않다고?”…밀림 속 오지 ‘이곳’ 신따이용엔 엄지척한다는데 [떴다 상사맨]

김희수 기자(heat@mk.co.kr) 2024. 6. 1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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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기자의 떴다 상사맨 11회]
돈 되는 비즈니스를 찾아라! 오지부터 마천루까지 세계를 휘젓다 사업 최전선을 달리는 종합상사 이야기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의 자신만만한 포즈 뒤로 인도네시아 국기가 보인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인도네시아가 국내 기업의 동남아시아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니켈·주석·코발트·가스 등 풍부한 자원과 글로벌 4위의 인구규모에서 비롯된 풍부한 인력 덕분이지요.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4분기 한국으로부터 6600억원을 투자받았습니다.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국가 중 베트남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규모입니다. 돈이 갔으니 국내 인력도 많이 파견됐겠지요. 이번 떴다 상사맨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본 K-기업과 그 주재원을 다뤄보려 합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이스티크랄 모스크 너머로 자카르타 성당이 보인다. [김희수 기자]
신태용 매직 효과…“꼬레아는 호감”
지난 4월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 패배한 뒤 낙담하고 있는 한국 선수. [사진 제공=대한축구협회]
지난 4월 신태용 감독은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나가 호주·요르단·한국을 상대로 연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했습니다. 아시아에서도 약체로 평가받던 팀이 업셋(하위 팀이 상위 팀을 꺾는 것)만 연달아 세번 해낸 것입니다. 당시 인도네시아 성인 대표팀의 피파랭킹은 134위였습니다. 2002년 태극전사가 치렀던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전의 향수를 부르는 대목이기도 하죠.

한국의 히딩크가 그러했듯 인도네시아의 신태용도 인기가 상당합니다. 모바일 데이터가 먹통일 정도로 시골인 동네의 어린아이도 알 정도입니다. 비도 아랑곳없이 뛰놀던 아이의 알 수 없는 물음에 한국을 뜻하는 ‘꼬레아’를 말했더니 ‘신따이용’(신태용의 인도네시아식 발음)이 답으로 돌아왔습니다.

신따이용 매직은 한국 기업의 현지 직원 교육에도 유용하게 활용됐습니다. 이상무 LX인터내셔널 인니광물사업총괄 상무는 “인도네시아 축구팀이 요르단에 이긴 뒤, 직원들에게 한국인 밑에서 규율 있는 훈련을 받으면 실력을 월등히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라며 “다음 경기가 한국전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기우였지만 한국이 너무 크게 이겨서 직원들이 반감을 가지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기업에는 기회의 땅
현대차 인도네시아 브카시 공장에서 현지인 작업자들이 자체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관문 공항은 수카르노 하타 공항입니다. 인천공항과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인도네시아 항공사인 가루다항공에서 각각 매일 1대씩 운항 중입니다.

수카르노 하타 공항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수없이 많았던 한국어가 적힌 팻말입니다. 입국장을 나서니 두산에너빌리티·포스코·현대건설기계 등등 익숙한 이름을 든 현지인이 시선을 가득 채웠습니다. 국내 기업의 새 시장 진출 노력을 바로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도요타 등 일본 기업이 장악했던 인도네시아 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 전기차는 시장 점유율에서 절반을 넘는 1위를 기록 중입니다. 자카르타 인근 브카시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에서 생산 중인 아이오닉5는 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보였습니다. 높은 수입 관세로 현지에서 1억원 넘는 가격에 팔리는 아이오닉6도 인도네시아 부자 동네에서는 흔하게 목격됩니다.

인도네시아의 한 팜 농장 전경. [로이터·연합]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종합상사로는 LX인터내셔널이 니켈·석탄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해상 가스전 개발에 나서고 있고요. 두 회사는 팜 농장도 합니다. 팜야자 열매를 수확해 기름을 얻는 사업인데요. 현지에서는 식용으로 주로 사용합니다. 라면 포장지 뒤에 쓰여있는 팜유가 이것입니다. 미래에 석유를 일정 부분 대체할 바이오연료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파견가니 임금 2~3배 늘어”
LX인터내셔널 한국인 주재원들이 거주하는 인도네시아 PBI 광산 숙소. [김희수 기자]
인도네시아에 파견 온 한국인 직원의 삶은 어떨까요. 정확히는 인도네시아 시골이요.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3시간가량 거리에 술라웨시섬의 중심 도시 끈다리(Kendari)가 있습니다. 끈다리에서 왕복 2차선 길을 따라 자동차로 5시간 가면 LX인터내셔널이 운영 중인 AKP 니켈광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맹장이 터지면 끈다리에서 비행기를 띄워 싱가포르로 이송해야 하는 일종의 밀림 속 오지죠.

AKP 광산은 현재 숙소 등 인프라를 구축 중입니다. 주재원 모두를 수용할 숙소가 없어 일부는 1시간 거리의 PBI 광산 숙소에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서울·경기를 오가는 1시간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한시도 가만히 있을 새 없이 이리저리 몸이 튕기는 오프로드 길입니다

LX인터내셔널 PBI 광산 숙소와 AKP 광산을 잇는 출근길. [김희수 기자]
이런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직원은 연봉이 얼마일까 궁금했습니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실수령 기준 한국에서 받던 돈의 2~3배를 벌고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근삿값으로 계산해 보니 의사 등 전문직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추정됐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병·의원에 근무하는 의사의 평균연봉은 3억100만원입니다.

다만, 이 정도 금전 보상에도 파견 오려는 직원은 많지 않다네요. 일단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몇 명 안 되는 조직에서 오랫동안 부대껴 살아야 하다 보니 인화력을 중요하게 본다고 합니다. 적은 인력으로 많은 일을 해내야 하니 뛰어난 업무능력은 물론이구요. 그러니 파견 보낼 만한 직원 중에서 희망자가 많지 않다가 정확한 말이겠네요.

AKP 광산에 소속된 LX인터내셔널 직원분들과 저녁을 먹은 다음 날의 일입니다. 아침 식사 시간에 식당이 휑해서 직원분들의 행방을 여쭤보니 5시반에 이미 출근했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타인의 향상심이 사회 전체의 효용을 높인다는 교훈을 줍니다. 국가 경제를 위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오늘도 타지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해외 주재원 여러분이 힘내시길 바라며 이번 떴다상사맨을 마칩니다.

짧은 요약

1. 신따이용 매직으로 축구 대표팀의 올림픽 진출을 무산시킨 인도네시아

2. 알고 보니 국내 기업의 신성장 거점으로 주목받는 중

3. 현지에 파견 나간 한국인 주재원의 생활은 고되 보였다

4. 타지에서 고생하는 해외 파견자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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