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생 동갑 마크롱 - 멜로니…G7회의서 ‘낙태권’ 놓고 한판 붙었다

이제교 기자 2024. 6. 1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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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1977년생 동갑내기 국가지도자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여성의 낙태할 권리를 놓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설전을 벌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프랑스, 독일, 캐나다 정상들과 함께 낙태권 명시를 밀어붙이며 낙태권이 포함되지 않은 성명에는 서명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지만 멜로니 총리는 이날까지 뜻을 굽히지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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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초안에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에 관한 접근성” 빠져
찬성론자 마크롱 대통령 “프랑스는 남녀 평등 비전을 갖고 있어”
반대론자 맬로니 총리 “정상들 회의를 이용한 선거 캠페인은 잘못”
Italy G7 조르자 멜로니(오른쪽 두번째) 이탈리아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주최한 G7 정상 환영 만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두번째) 프랑스 대통령에게 쌀쌀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AP

유럽의 1977년생 동갑내기 국가지도자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여성의 낙태할 권리를 놓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설전을 벌였다. 급기야 지난해 공동성명 문구에 담겼던 ‘낙태’ 문구가 이번 공동성명 초안에 빠졌으며 외교갈등으로 까지 비화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이틀째인 14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은 “공동성명 초안에 낙태권이 명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의 공동성명에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와 낙태 후 치료에 대한 접근을 다루는 것을 포함해 모두를 위한 포괄적인 ‘성과 생식 건강권’을 달성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생식 건강권은 출산 문제에 대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여성들이 낙태 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공동성명 초안에는 “우리는 포괄적인 ‘성과 생식 건강권’과 모든 사람을 위한 권리를 포함해 여성을 위한 적절하고 저렴하며 양질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을 규정한 히로시마 공동성명의 약속을 재확인한다”로 바뀌었다. ‘성과 생식 건강권’은 들어갔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인 ‘안전한 낙태’는 빠졌다.

배경에는 멜로니 총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외교관은 “다른 모든 국가가 지지했지만, 멜로니에게는 레드라인(금지선)이었기 때문에 최종 문안에는 빠졌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프랑스, 독일, 캐나다 정상들과 함께 낙태권 명시를 밀어붙이며 낙태권이 포함되지 않은 성명에는 서명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지만 멜로니 총리는 이날까지 뜻을 굽히지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멜로니 총리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지난 3월 프랑스 의회가 여성의 낙태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을 언급하면서 이탈리아 기자를 향해 “당신의 나라에는 우리 같은 감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프랑스는 여성과 남성의 평등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지만 모든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공유하는 비전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멜로니 총리도 가만있지 않고 즉각 반격했다. 그는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G7 정상회의와 같은 소중한 자리를 이용해 선거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심히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참패하자 조기 총선을 선언한 상태다.

멜로니 총리는 자칭 ‘기독교의 어머니’로 낙태 반대론자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강경 우파 연정은 의회에서 지난 4월 낙태 반대 운동가들의 낙태 상담 클리닉 출입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두 지도자는 멜로니 총리가 2022년 10월 집권한 이후부터 이주민 문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첫 유럽 순방 때 멜로니 총리를 ‘패싱’한 문제까지 다양한 사안으로 충돌했다. 멜로니 총리는 13일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주최한 G7 정상 환영 만찬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에게 쌀쌀한 시선을 보내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제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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