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영혼을 적시는 피아노 선율

도광환 2024. 6. 1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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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미술은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다.

피아노 연주 그림 중 유독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은 미국 인상주의 대표 화가인 차일드 해삼(1859~1935)의 '소나타'(1911)다.

러시아 출신 프랑스 화가 니콜라 드 스탈(1914~1955)이 죽기 몇 시간 전까지 그렸다는 '콘서트'(1955)에 덩그러니 그린 피아노 역시 화가의 죽음을 예고한 악기며, 죽음을 드러낸 색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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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음악과 미술은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다. 음악가에게 음표를 그리는 일은 화가들이 선과 색을 그리는 일과 같다. 멜로디는 음악에만 있지 않다.

'인상주의 작곡가'로 불리는 드뷔시의 음악들, '전람회의 그림' 제목으로 미술과 음악을 결합한 무소륵스키, 음악을 들으면 그림이 보인다고 한 칸딘스키와 미로 등이 음악과 미술을 하나로 합친 강력한 예다.

'악기의 제왕'으로도 불리는 피아노가 지금 모습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건 18세기 중후반이다.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을 필두로 수많은 피아노곡이 만들어졌다.

자연스럽게 피아노는 화가들 눈에 띄어 그림 소재가 됐다. 일상을 즐겨 그린 인상주의 화가들에 의해서였다.

피아노를 가장 많이 그린 화가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이며, 대표작은 '피아노 연주하는 소녀들'(1892)이다.

'피아노 연주하는 소녀들' 오르세 미술관 소장

르누아르 특유의 화사한 붓질 덕에 소녀들 표정이 몽환적으로 보일 정도다. 풍성한 머릿결, 아늑하게 드리운 커튼, 화려한 꽃 등 아름다운 사물들 집합소다.

에두아르 마네(1832~1883)는 '피아노 치는 마네 부인'(1868)에서 자기 부인을 그렸다. 그의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쉬잔 린호프라는 네덜란드 출신 두 살 연상 여인이었다.

'피아노 치는 마네 부인' 오르세 미술관 소장

그림 색조는 르누아르와 대비된다. 회색으로 칠한 벽, 검정 드레스, 갈색 피아노 등으로 단조롭게 그렸다. 주목할 부분은 여인의 얼굴에 드리운 홍조다. 연주에 집중한 '몰입'을 미세한 분홍 터치로 표현했다는 평이다.

인상주의 컬렉터이자 화가였던 구스타브 카유보트(1848~1894)는 '피아노 치는 젊은 남자'라는 작품을 남겼다. '창밖을 보는 남자', '마루 작업하는 남자들' 등처럼 이 그림 주인공도 남성이다.

'피아노 치는 젊은 남자' 오르세 미술관 소장

위에서 내려다본 각으로 그려 피아노 건반이 잘 보이게 했다. 큰 창문으로 들어온 빛이 실내를 밝혀줘 벽지와 카펫 문양이 선명하며, 남자의 진지한 표정도 실감 난다.

피아노 연주 그림 중 유독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은 미국 인상주의 대표 화가인 차일드 해삼(1859~1935)의 '소나타'(1911)다.

'소나타' 휴스턴 미술관 소장

그는 스스로 '빛과 공기의 화가'로 불렀는데, 창문 밖 싱그러운 풍경부터 춤추듯 꺾인 커튼,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꽃송이, 물결치는 것처럼 묘사한 여인의 드레스 등에 부드러운 공기와 다사로운 빛이 조화롭게 퍼져있다. 그녀 손에서 울려 퍼지는 소나타가 꽃들과 나무들을 움직이게 하고 있다는 상상에 빠지게 만든다.

피아노를 그린 그림이 아름다운 선율로만 기억되는 건 아니다.

불운했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죽던 해에 매우 많은 그림을 그렸는데, 마지막으로 그를 돌본 이는 의사 가셰였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지 않았지만, 고흐는 가셰를 좋아해 그의 초상화는 물론 그의 딸이 피아노 연주하는 모습도 그려줬다.

'피아노 치는 가셰의 딸' 바젤 미술관 소장

고흐는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 그림에 대해 이렇게 썼다. "그리는 동안 정말 즐거웠던 인물화이긴 하지만, 채색하는 일은 몹시 힘들었단다"

이 그림을 그린 뒤 고흐는 약 한 달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 힘들었던 건 그림 채색이 아니라 자기 죽음에 색을 입히던 일이었을까?

러시아 출신 프랑스 화가 니콜라 드 스탈(1914~1955)이 죽기 몇 시간 전까지 그렸다는 '콘서트'(1955)에 덩그러니 그린 피아노 역시 화가의 죽음을 예고한 악기며, 죽음을 드러낸 색으로 여겨진다.

'콘서트' 앙티브 피카소 미술관 소장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실제 누군가 연주하는 곡이건,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음악이든, 그림 속 상상의 선율이건, 음악은 '인간 영혼을 적시는 음식이며 약'이다.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치유하는 영혼의 안식처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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