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이 불러낸 학교 양극화..대규모 재개발에도 '초품아'는 옛말

정인지 기자, 유효송 기자 2024. 6. 1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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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과소·과대 학교의 딜레마①일반 학교 설립 무산에 분교로 방향 틀어
[편집자주] 기록적인 저출생에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서울 시내에도 전교생이 240명 미만인 과소 학교가 늘고 있다. 수천 세대 이상의 대형 재개발에도 학생이 없어 새 학교를 설립하지 못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특정 학군 등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부작용이 드러나는 과대 학교가 나오고 있다. 과소 학교와 과대 학교가 공존하는 대한민국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봤다.

서울시내 재개발 및 학교 설립 여부/그래픽=이지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 재개발 브랜드) 내 중학교 설립 논의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1만2000여세대 입주를 앞두고도 저출생 여파로 학생이 부족해 일반 중학교 설립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일단 서울시교육청은 학습권 보호를 위해 분교 형태의 소규모 학교인 도시형캠퍼스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주민들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향후 학령인구 감소에도 대비하는 차원이다.
도시형캠퍼스 교육부 승인까지 8개월 이상 걸려
시교육청은 이달 중 둔촌주공아파트(이하 둔촌주공) 내 도시형캠퍼스 설립 여부를 확정하고 내년 초 교육부에 중앙투자심사를 제출할 예정이다. 관할인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이 학령인구 유발율 등 기초 자료를 제출하면 본청인 시교육청이 설립 여부를 결정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15일 "지난 4월 둔촌주공 조합원도 설문을 거쳐 도시형캠퍼스 설립에 찬성했다"며 "어느 중학교와 연계해 설립할지는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학교 설립 완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교육청은 건축 규모 등에 대한 외부 전문가 평가, 공공건축 심의 등을 거친 뒤 자체투자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특히 둔촌주공 내 도시형캠퍼스는 기부채납 받은 학교용지가 개발비에 포함되면서 총 사업비가 300억원을 넘어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를 받아야 한다. 교육부는 1년에 4차례 중앙투자심사를 실시하는 내년 2월께 관련 접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공사 기간까지 포함하면 2029년에나 도시형캠퍼스가 완공될 전망이다.

학교 설립 계획이 늦어지면서 학교용지를 체육·사회복지 시설 등을 지을 수 있는 공공 공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학교용지를 공공 공지로 전환해버리면 교육청 자체투자심사와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를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한다"며 "빠른 학교 설립을 위해 학교용지를 유지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재개발에도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신설 어려워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2024.2.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과거에는 둔촌주공과 같은 대규모 재개발이 이뤄지면 단지 내 학교가 들어서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지만 갈수록 학령인구가 줄면서 이제 옛말이 됐다. 둔촌주공 내 초등학교도 신축이 아닌 주변 학교인 둔촌초와 위례초를 증축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또다른 대규모 재개발단지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기부채납으로 인해 아예 학교용지를 받지 못했다. 잠실주공5단지 역시 6000세대 규모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새로 지어지지 않는다. 2026년부터 총 3000세대 이상이 입주할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방배5구역) 역시 초등학교 대신 체육·복지 시설이 건립된다.

정진도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조교수는 "재개발 지역에 초등학교를 짓더라도 아이들이 커가면서 초등학교가 빈 상태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이동한다면 또다른 과소학교가 생길 수 있다"며 "도서산간 지역의 과소학교에 대한 연구는 활발한 반면 재개발·신도시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처럼 한 학교에서 초·중학교 과정을 통합해 수직적으로 교육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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