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도 잡는다는 '풋샴푸' 정체는

갈민지 인턴기자 2024. 6.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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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제공

얼굴 씻는 세안제, 손 씻는 핸드워시, 몸통 닦는 바디워시에 이어 발 닦는 풋샴푸도 있다. 풋샴푸가 발뿐만 아니라 셔츠 목깃의 누런 때, 주방의 기름때, 화장실 물곰팡이에 바퀴벌레까지 싹 잡아준다는 소비자들의 후기가 가득하다. 대체 풋샴푸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걸까.

X(구 트위터) 캡처

"발(빼고 다) 씻긴다? 발은 더 잘 씻겨요!"

최근 SNS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풋샴푸' SNS 광고 문구다. 풋샴푸는 발을 깨끗이 씻기 쉽게 도와주는 발 전용 세정제다. 그런데 사실 이 제품의 인기 요인은 발을 잘 씻어주는 게 전부가 아니다. 옷의 얼룩, 화장실 곰팡이, 주방의 찌든 기름때까지 '발 빼고 다 지워주는' 물건으로 더 유명하다. 심지어 바퀴벌레까지 잡을 수 있다는 후기도 보인다. 화제의 풋샴푸, 한 통 사서 써봤다. 

한주의 피로가 가득 쌓인 금요일 밤 양말을 벗고 풋샴푸를 집어 들었다. 분무기처럼 생긴 용기의 레버를 누르면 거품 형태의 액체가 나온다. 거품을 바로 발에 뿌린 다음 발끼리 쓱쓱 비벼주고 발가락을 좀 꼼지락거리고 물로 헹궈주면 끝.

허리를 숙여 손으로 비누칠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이렇게 간편할 수가. 전날 일반 비누로 발을 닦았을 때보다 왠지 발이 더 상쾌하고 향기로워진 기분도 들었다.

양쪽 발바닥과 발등에 발목까지 합쳐도 몸 전체에서 발의 표면적은 넉넉잡아 5% 정도다. 세정제 중에서도 사람의 피부, 그중에서도 약 5%의 특별한 부분을 닦으라고 나온 제품이 어떻게 '만능템'이 된 걸까.  

● 풋샴푸만의 비밀 재료가 들어있을까

우선 성분이다. 풋샴푸만의 비밀 성분이 있는 걸까. 본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풋샴푸의 능력을 제조사는 알고 있었을지 궁금했다. 제조사에 연구개발 단계에서 피부 세정 외에 다른 쓰임이 있을지 예상했는지 물었다. 하지만 답을 받지는 못했다.

제품 뒷면의 성분표에는 단서가 있을까. 성분표를 들여다봤다. 비교군으로 풋샴푸로부터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찌든 때 전용 바르는 세탁세제, 주방세제, 곰팡이제거제, 바퀴벌레 살충제도 하나씩 준비했다.

"이건 식물추출물을 잔뜩 넣은 비눗물이군요." 

지난 5월 풋샴푸의 성분을 살펴본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가 풋샴푸를 한마디로 정리했다. 다른 전문가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김영호 가톨릭대 의대 피부 과학교실 교수도 "김빠질 수 있지만 (풋샴푸는) 다른 피부용 세정제와 성분에서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풋샴푸의 성분은 크게 계면활성제와 보습제 그리고 여러 식물추출물로 구성돼 있다. 계면활성제는 세정제의 대표 성분으로 한 분자 안에 물과 친한 친수성 부분과 기름과 친한 소수성 부분을 모두 가진 화합물이다.

서로 섞이지 않으려는 물질을 섞이도록 해주는 게 계면활성제의 주요 역할이다. 물에 녹지않는 기름때는 소수성 부분에 붙게 해 친수성 부분에 붙은 물로 씻어낼 수 있도록 한다. 풋샴푸뿐만 아니라 세탁세제, 주방세제, 곰팡이제거제 모두에 이런 계면활성제 성분이 들어있다.

풋샴푸에서는 글리세린 등의 보습제 성분이 눈에 띄었다. 세정 후 피부에 남아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역할이다. 또한 50 종류가량의 식물추출물이 들어있었다. 이것들은 "(세정 역할보다는) 좋은 향기를 내는 기능을 할 것"이라는 게 두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한편 풋샴푸와 비교해 볼 제품의 성분도 함께 살펴봤다. 곰팡이제거제의 주성분은 차아염소산나트륨이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다른 물질을 산소와 반응시키는 성질이 강해 표백제, 소독제, 산화제의 작용을 한다.

바퀴벌레 살충제의 성분은 풋샴푸나 세제, 곰팡이제거제 등의 성분과는 전혀 달랐다. 파라졸, 이미프로트린 등 곤충의 신경계를 교란해 살충효과가 있는 물질들로 이뤄져 있었다. 이들 각각의 구성과 역할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 풋샴푸 vs 세정제.  얼룩 제거력 어쩌면 당연할지도 

풋샴푸에 관해 SNS에 도는 의문 중 하나는 '각종 찌든 때를 시원하게 날리는 이런 제품을 연약한 피부에 사용해도 될까'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풋샴푸도 계면활성제를 사용하는 세정제의 일종이다. 풋샴푸로 옷의 얼룩, 주방의 기름때를 지울 수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셈이다.

풋샴푸가 액체일 때 vs 거품일 때 풋샴푸는 거품 형태로 분사된다는 특징이 있다. 같은 양의 풋샴푸를 액체일 때와 거품일 때 부피를 비교해 봤다. 액체일 때보다 거품일 때 부피가 8배 더 크다. 이렇게 액체 상태에 비해 부피가 큰거품은 큰 면적에 세제를 바르는 데 용이해 세정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 거품의 부피는 온도, 습도, 용기에서 나가는 분사속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권용진 경성대 화장품학과 교수는 "거품의 제형과 세척 성능은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개발 과정에선 소비자들이 원하는 거품 제형을 만들기 위해 여러 종류의 지방산을 조합한다"고 말했다. 과학동아 제공

물론 풋샴푸와 주방세제, 얼룩 제거제 등은 각기 다른 계면 활성제를 사용한다. 풋샴푸에는 라우릭애씨드, 주방세제에는 알킬벤젠설폰산, 세탁세제에는 소듐 라우레스설페이트가 들어있었다.

권용진 경성대 화장품학과 교수와 이설훈 동덕여대 화학·화장품학부 교수는 계면활성제마다 세정 능력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계면활성제가 물에 녹았을 때 어떤 이온이 되는지에 따라 세정능력이 달라진다는 일반적인 공식이 있다. 하지만 이 공식이 전부는 아니다.

이덕환 교수에 따르면 계면활성제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고 이에 따라 성능과 인체 유해성이 달라진다. 가격도 다르다. 한 예로 우리가 살펴본 주방세제에 들어있는 '라우릴에테르황산나트륨(소듐라우릴설페이트)'과 세탁세제에 들어있는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는 이름과 구성이 비슷해 보이지만 환경 및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이 다르다.

소듐라우릴설페이트는 식품 첨가물로도 사용되지만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는 식품과 접하는 주방세제로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돼 있다. 일반적으로 소듐라우릴설페이트보다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가 피부의 자극이 적다. 하지만 에틸화 과정에서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 생긴다.

따라서 세정제를 개발하는 회사에선 제품의 목적에 맞는 특성을 가진 계면활성제를 골라 사용한다. 원하는 성능을 얻으면서 자극과 유해성을 줄이기 위해 여러 종류의 계면활성제를 섞기도 한다. 풋샴푸처럼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세정제는 세정 후에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보습제를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

● 풋샴푸 vs 곰팡이제거제.  곰팡이 '세정'과 '살균'은 다르다 

풋샴푸도 곰팡이제거제도 곰팡이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면 둘의 차이는 뭘까. 풋샴푸는 오염된 표면에서 곰팡이를 떼어내는 세정이 주기능이고 곰팡이제거제는 곰팡이를 죽이는 살균이 주기능이라는 점이다.

곰팡이제거제의 살균력은 농도뿐만 아니라 접촉 시간에도 비례한다. 유한크로락스 관계자는 "젤 형태의 점도를 높인 제품은 접촉 시간을 늘려 오염된 부위를 더 확실하게 살균·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기존 곰팡이제거제에 주로 쓰이는 살균제(락스)를 생산 및 판매하는 유한크로락스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락스는 기본적으로 '살균제'이자 '표백제'로서 계면활성제를 포함하지 않는다"며 "알칼리성 물질을 활용해 곰팡이의 세포막을 파괴하는 것이 락스의 주요 기능이며 알칼리성 물질의 산화작용으로 곰팡이 특유의 색소를 분해해(표백작용) 눈에 보이는 곰팡이를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유한크로락스 측은 "락스로 청소하면 곰팡이가 씻겨나간다기보단 살균작용에 의해 죽고 락스의 표백작용에 의해 곰팡이의 색이 빠져서 사라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과학동아가 성분을 살펴본 곰팡이제거제는) 락스 성분과 계면활성제 성분이 함께 들어있어 살균제와 세정제의 기능을 동시에 하도록 개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설훈 교수는 계면활성제도 어느 정도 살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계면활성제가 세균막의 교란 등을 일으켜 세균을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부는 외부 이물질 유입을 차단하고 내부를 보호하는 기관이라 계면활성제로 세정하는 시간 정도의 단기 노출은 피부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풋샴푸 vs 발. 발은 특별관리 대상일까

'풋샴푸 개발자들은 대체 사람 발을 뭐로 봤길래'. 오염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깨끗하게 지워준다는 풋샴푸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발의 피부는 다른 신체 부위와 특별히 다르고 더러운 걸까. 

김영호 가톨릭대 의대 피부과학교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발의 피부가 다른 부위의 피부와 생리학적으로 다른 건 없다. 다만 발바닥과 손바닥은 잦은 마찰로 인해 각질층이 다른 부위보다 두껍고 땀이 많이 난다는 특징이 있다. 김 교수는 마찰이 많다 보니 건조하면 쉽게 상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땀이 많은 발은 양말이나 신발 등 습한 환경에도 자주 노출되기 때문에 발냄새나 피부 질환에 특히 취약하다. 발냄새의 불쾌함을 넘어 곰팡이 감염까지 이어지면 무좀에 걸리게 된다. 무좀 때문에 피부에 상처가 발생하면 이는 다른 세균들도 드나들 수 있는 감염경로가 된다. 상처가 잘 낫지 않는 당뇨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이런 발을 풋샴푸로 관리하면 유리한 점이 있을까. 김 교수는 "풋샴푸에서 특별히 유효한 성분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며 "발을 닦는 세정제를 선택할 땐 다른 요소들보다는 산성도를 고려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기성의 세정제는 피부장벽을 손상시킬 수 있어 수소이온농도(pH)가 4.5~5.5 정도로 피부와 비슷한 산성도를 가진 세정제가 발 건강에 좋다는 설명이다. 그는 양말을 챙겨 다니며 수시로 갈아신거나 신발을 벗을 수 있는 곳에서는 신발을 벗고 발의 습기를 잘 말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풋샴푸 vs 살충제.  곤충을 잡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풋샴푸의 여러 후기 중 가장 화제가 되는 건 바퀴벌레를 잡았다는 이야기다. 공포스러울 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가진 바퀴벌레가 풋샴푸에 죽는다는 이야기는 듣고도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충을 방제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라고 말한다. 농촌진흥청에서 2019년 발간한 '농약 바르게 이해하기' 책자에 따르면 해충 방제 방식에는 신경 및 근육 저해, 곤충의 내분비계 호르몬 교란 등을 통한 생장 및 발달 저해, 호흡(에너지 대사) 저해, 곤충 소화기관 저해 등이 있다.

이외에 해충의 표면에 피막을 형성해 질식시키는 방식도 있다. 실제로 기계유나 파라핀 등의 농약은 이런 방식으로 해충을 죽인다. 또한 비누와 같은 계면활성제는 곤충의 외피 구조인 키틴질을 투과할 수 있다. 그래서 살충제에 들어있는 계면활성제는 살충제 성분이 체내로 잘 이동하도록 돕는 작용을 할 수 있다. 실제로 계면활성제는 살충제의 부자재나 물리성을 향상시키는 보조제의 역할로 쓰인다.

발냄새를 없애기 위해선 발이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 전방감지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발 피부의 온도를 측정하는 모습. Applied Ergonomics 제공

해외에선 계면활성제를 살충제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카토 난바 아야 일본 생활용품기업 카오코퍼레이션 연구원은 모기에게 계면활성제 용액을 뿌렸을 때 모기가 잘 날지 못하고 벽에 잘 붙어있지 못하는 현상을 보고 계면활성제를 살충제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하는 연구 결과를 2023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doi:10.1038/s41598-023-29455-6)

한국은 아직 이런 가능성을 크게 보지는 않는다. 김민주 국립농업과학원 농산물안전성부 독성위해평가과 주무관에 따르면 국내에서 농약은 효과와 사람·환경·작물에 대해 안전성 등을 갖춰야 등록이 가능하다.

국내 살충제의 등록 기준은 일반적으로 90% 이상의 방제 효과가 있어야 하며 계면활성제는 직접적인 효과가 없기에 농약의 부자재 및 보조제로만 사용되고 있다. 김남진 환경부 화학제품관리과 공업전문관 또한 "(농약이 아닌) 일반 생활용 살충제 중에서도 계면활성제를 활용한 살충제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풋샴푸와 같은 화학물질을 검증된 상황을 벗어나 사용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김 공업전문관은 "당연히 모든 화학물질이 사람에게 유해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유해성을 가진 물질이 사람과 환경에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사용처와 상황을 고려해 적정용량 및 사용법에 대한 평가와 검증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용 지침을 지켜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이덕환 교수는 이번 사례를 보며 "생활화학용품에서 명시된 방법과 다르게 사용하는 것에 흥미와 호기심을 갖는 것 자체를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증되지 않은 사용은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고 이에 대한 피해와 책임은 소비자들에게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풋샴푸 하나로 걱정이 과한가 싶기도 하지만 안전에 '과유불급'이란 없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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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6월호, 발 닦는 세정제로 바퀴벌레 잡는다?

[갈민지 인턴기자 willgomi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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