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형규 "'선업튀', 내 삶의 이정표…연기 인생 최고의 행복"[인터뷰S]

장진리 기자 2024. 6. 1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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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형규. 제공| 키이스트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선재 업고 튀어’는 수많은 배우들의 발견과 재발견을 이끌어냈고, 배우 허형규의 발굴은 그중에서도 빛나는 성과다. 극 중에서 류선재(변우석)와 임솔(김혜윤)의 운명을 쥐고 흔드는 연쇄 살인마 김영수를 연기한 허형규는 모두의 지탄을 받는 악역으로 비로소 모두의 사랑을 받게 됐다.

허형규는 “요즘 너무 행복하다. 정말 많이 행복하다.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제일 행복한 순간”이라고 했다.

김영수는 ‘솔선커플’이라 불렸던 임솔, 류선재의 운명을 번번이 비극으로 몰고 갔다. 수많은 시간 속에서 김영수는 끈질기게 두 사람을 추적하며 끝내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결말로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를 장식했다.

허형규는 “처음에는 욕 먹는 것에 대해서 너무 두려웠다. 로맨스 코미디 판타지에서 사랑을 방해하는 역할이니 시청자 분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싫겠나. 그러다 김영수가 아니라 허형규까지 싫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컸다. 그런데 주위에서 ‘네가 그만큼 잘하는 거니까 즐겨라’라고 하시니 방해꾼으로 느껴지는 게 오히려 칭찬받는다는 생각이 들더라. ‘김영수 나쁜 놈’이라고 점점 더 욕해주시니까 그게 더 오히려 좋게 봐주시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라고 웃었다.

허형규는 ‘덜어내기’로 연쇄 살인마 김영수를 만들어냈다. 그는 “캐스팅 됐을 때 누가 봐도 나쁜 놈처럼 안 보였으면 좋겠다고, 옆에 있을 법한데 알고 보니 뒤가 음흉한 사람인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들었다. 제가 궁금증을 심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수염을 기를까요, 분장을 할까요’ 했는데 오히려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누구나 입을 법한 옷들, 분장 안한 민낯을 준비했다”라고 했다.

이어 “분장을 거의 안했다. 잡티만 살짝 없앴다. 입술 같은 경우도 립밤을 바르지 말자고 하셔서 립밤도 바르지 않은 채 튼 입술을 유지했고, 다크서클도 있는대로 공개했다”라고 설명했다.

허형규가 연기한 김영수는 임솔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 시들어가듯 살아가는 류선재를 죽이면서 이야기의 시작을 열었다. 류선재의 첫 죽음은 처음에는 ‘자살’로 표현됐지만, 임솔과 류선재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사실은 ‘타살’이었고, 그의 첫 사망 역시 김영수의 끔찍한 범죄였다는 것이 암시됐다.

허형규는 “대본에도 (류선재의 첫 죽음에 대해서는) 나와있지는 않다. 제가 혼자 추측하기로는 첫 선재는 힘들어하고 약도 먹고 있었기 때문에 영수한테 저항하지 못했던 것 같다. 두 번째 선재는 건강한 선재였기 때문에 제가 무기를 썼지만, 첫 선재는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죽었을 것 같다. 선재는 첫사랑인 솔이를 만났고, 건강히 잘 있는 걸 봤고, 다리는 다쳤지만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이제 와서 그런 선택을 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허형규는 ‘과몰입 빌런’으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허형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지적 김영수 시점’의 사진들을 올려 화제가 됐다. 임솔을 연기하는 김혜윤을 뿌옇게 찍은 사진을 올리고는 “놓쳤다”고 아쉬워하거나, 김영수의 택시운전자격증명에 “에이씨, 수배 걸렸네”라고 투덜대는 모습은 극강의 몰입도를 선사하며 ‘선재 업고 튀어’를 보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허형규는 “방송 시작하기 전만 해도 3000명 정도가 팔로어였다. 전작을 같이 했던 주연 팬분들이 같이 팔로우를 해주신 거였고, 게시물을 올려도 ‘좋아요’ 수가 100 정도였다. 지인들끼리 하는 인스타그램이라 처음에는 웃기려고 게시물을 올렸던 것 같다. 촬영 장면을 올리는 것보다는 어떻게 위트 있게 영수처럼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과몰입해서 ‘폰 주웠다’고 사진을 올렸다. 그런데 갑자기 SNS 상에서 제 인스타그램이 퍼지기 시작하더라”라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관종이네’라고 나쁘게 보실까봐 걱정도 있었는데 ‘무서워요’, ‘그만 쫓아와요’라고 호응해 주시는 시청자 분들을 보고 한 번 더 해볼까해서 ‘아, 놓쳤다’를 올렸다. 그때도 여러 장 사진을 찍었다. 차에 초점을 맞춘 사진, 솔이한테 포커스를 맞춘 사진 여러 장이 있었는데 솔이를 ‘포커스 아웃’해야 제 시점일 것 같아서 그런 사진을 올린 것”이라며 “시청자 분들이 작품에 대한 제 애정을 봐주신 것 같더라. ‘솔선’은 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과연 마냥 무섭기만 한 캐릭터인 영수는 어떤 걸 보여드릴 수 있을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같이 즐기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 허형규. 제공| 키이스트

허형규의 ‘선재 업고 튀어’ 과몰입은 시청자들의 응원을 불렀다. 그는 “수많은 악역들이 있는데 정말 끈질기고 볼 때마다 짜증나고 빨리 죽었으면 좋겠지만 배우 자체가 사랑스러운 악역은 처음이라고 해주시는 말이 감사했다. 다른 악역들과 함께 악역 계보를 잇는 역대급 악역이라고 해주셔서 정말 감격이었다”라고 눈을 빛냈다.

허형규는 자신이 필사적으로 쫓은 임솔을 연기한 김혜윤, 임솔을 구하려다 수차례 죽음을 맞이한 류선재를 연기한 변우석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김혜윤에 대해서는 “제가 쫓는 게 아니라 김영수가 쫓는 건데 어쨌든 너무 미안했다. 제(김영수)가 진짜 치사한 게 저는 차 타고 쫓아가고 솔이는 뛰어서 도망가지 않나. 저는 차를 붕 타고 가는데 테이크를 각도별로 따야 하니까 김혜윤은 몇십 번을 뛰어야 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혼자 후진하기가 그러니까 기다려서 타라고 했다. 미리 따뜻하게 ‘엉따’ 틀어놓고 핫팩도 준비해서 차에 타면 핫팩도 쥐어줬다. 촬영 전까지 대기하다가 슛 들어가면 내리고 사진도 찍었다가 ‘어때요?’라고 물어보면 ‘좋다’고 ‘보내달라’고 해서 보내주기도 했다”라고 카메라 뒤 전혀 다른 ‘꽁냥꽁냥’ 친분을 자랑했다.

변우석과는 만나자마자 싸우는 장면을 찍은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서로 조심스러워했다. 코미디신이면 금방 친해질 수 있는데 너무 심각한 장면들이었고, ‘솔선’ 둘다 제가 등장하면 감정을 잡아야 하니까 감정이 센 신들 끝나고 오히려 더 친해졌던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선재랑은 강가에서 싸우는 장면을 처음으로 찍었다. 선재랑 처음 만난 날이었다. 이미 ‘솔선’은 어느 정도 케미스트리가 이뤄진 상태였는데 저는 오히려 중간 투입이라 스태프 분들도 처음 뵙고, 선재도 처음 보고 이러다 보니 어색하기도 했고, 위험한 신을 앞두고 있어서 긴장도 됐다. 그런데 모두가 그 신을 편하게, 안전하게 찍으라고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그때 긴장이 확 풀렸고, 많은 얘기를 나눴다. 선재가 13회에 죽지 않나. 어깨 부딪히면서 선재가 ‘어? 김영수?’라고 하는데 제가 계단에서 도망가는 신이 마지막 신이었다. ‘솔선’ 마지막 촬영날 김영수도 마지막 촬영을 했었다”고 밝혔다.

김영수는 ‘솔선 커플’ 로맨스의 훼방꾼이었지만, 허형규는 누구보다 ‘솔선 커플’의 행복한 사랑을 지지하는 응원군이었다.

그는 “‘솔선’이 너무 예쁘지 않나”라고 시청자에 빙의하며 “화면도 예쁘고, 둘의 사랑도 예쁘고 심지어 한 세대만 담는 게 아니라 10대들의 ‘꽁냥꽁냥’한 사랑, 갓 성인이 됐을 때 풋풋한 사랑, 직장 생활까지 한 다 큰 어른들의 사랑, 로코이긴 하지만 살짝 긴장감도 있고, 게다가 판타지 멜로까지 다 섞여 있다 보니까 시청자 분들이 좋아해주신 것 아닌가”라고 했다.

▲ 허형규. 제공| 키이스트

허형규는 ‘선재 업고 튀어’로 밥 안 먹어도 배부른 사랑을 받고 있다. 심지어 허형규의 생일에 김영수는 처절한 죽음을 맞이했다. 생일에 죽고 또 산 것처럼, 허형규는 ‘선재 업고 튀어’로 배우로서 다시 태어난 기분이란다.

허형규는 “‘선재 업고 튀어’ 작품 자체가 제겐 너무나도 큰 의미다. 감독님, 작가님께도 다 말씀드렸는데 제가 이후 어떤 배우가 될지 모르겠지만 제 연기 인생이 끝날 때까지 이정표가 될 인생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인물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라며 “작품에 애정이 갈 수밖에 없다. 영수는 저 혼자 만들어낸 게 아니라 애초에 감독님, 작가님이 강렬하게 만들어주셨고, 기본적인 아이디어에 모든 제작진이 함께했다”라고 했다.

이어 “심지어 그립팀, 소품팀에서도 ‘영수는 이럴 것 같다’고 말씀해주신 것들이 있었다. 모든 스태프 분들이 김영수, 그리고 허형규한테 관심을 가져주시고 사랑받았다. 김영수는 아니지만 허형규로서는 너무 사랑받았던 현장이다. 늘 현장에서도 웃으면서 반겨주셔서 밤새는 것조차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밤새면서 ‘내일도 이랬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였다. 지방 촬영이 잡히면 피곤한 게 아니라 오히려 여행가는 기분이었다”라고 ‘선재 업고 튀어’와 지낸 6개월의 시간을 회상했다.

‘선재 업고 튀어’ 전 허형규를 대표했던 가장 유명한 작품은 ‘검사외전’이었다. “‘검사외전’에서 강동원 뺨 때린 그 배우”라고 자신을 설명했다는 허형규는 “변호사, 재벌 2세 이런 역할이 계속 들어왔는데 저는 남성미 물씬 넘치는 역할, 혹은 아예 나쁜 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때 ‘선재 업고 튀어’를 미팅하게 됐다. 2번째 미팅에 ‘눈 떨림’ 보여드리고 손을 차에 득득 긁는 아이디어도 보여드렸다”라고 미팅 분위기를 떠올렸다.

이어 “갑자기 감독님이 일어나시면서 악수를 청하시고 ‘같이 합시다’ 했는데, 연기 인생에 한번쯤은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맡게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 매니저 실장님한테 ‘됐어요’ 했더니 실장님이 ‘으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취업준비생이 합격 통지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주변에서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언제야?’라고 물어보면 작년까지만 해도 대학교 합격자 발표날이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선재 업고 튀어’ 감독님의 ‘같이 합시다’로 바뀐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선재 업고 튀어’ 속 강렬한 악역으로 자신의 진가를 알린 허형규는 이제 ‘악역’이 아닌 다른 자신을 보여주고 싶다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허형규는 “좀 더 나은 나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오히려 같은 역할이라도 ‘이게 더 무섭네?’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영수를 하고 나니 촬영장에서 제가 웃으면 상대방도 웃는 그런 장면을 찍고 싶다. 촬영장도 ‘얘는 왜 이렇게 착하지’, ‘이분은 왜 이렇게 좋지’ 하는 착한 배우, 감독님, 스태프 분들과 찍고 나니 멜로든 코미디든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고, 또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선재 업고 튀어’가 자랑할만한 배우 허형규는 이제 집안의 자랑이 됐다. 거칠고 어두운 악역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게 된 ‘포항의 아들’ 허형규는 “사실 제가 연기한다고 하면서도 부모님에게 걱정을 많이 끼친 것 같다. 부모님께 이제 어디 가서 아들이 연기한다고 얘기해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선재 업고 튀어’ 관계자 모두 허형규 편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많은 사람들한테 도움을 받았다. 모두가 형, 동생이라고 할 정도로 배우로서 존중받고 인간으로서도 친한 동생으로도 존경받는 현장이었다. ‘선재 업고 튀어’에 너무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고 웃었다.

▲ 허형규. 제공| 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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