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제4이통 좌초…쏟아진 '책임론'에 정부 "제도 개선 추진"
정부 "해보지도 않고 비판 안돼"…'경쟁 촉진' 명분에 4이통 강행
불안한 스테이지X…"고집 않고 제동" 정부 결단 긍정 평가도
제4이통사 출범이 8번째 무산될 위기에 놓이면서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가 지속해서 우려를 표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예견된 실패에 손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반복되는 제4이통사 정책 실패에 업계는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9년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신규 이통사 등록 방식이 정부가 재정능력을 직접 판단하던 '허가제'에서 주파수 경매를 통한 '등록제'로 바뀌었다. 통신시장 과점으로 경쟁이 사라지면서 시장 '메기'가 필요한데, 허가제는 신규 사업자 진입 허들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가 제4이통사 진입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처음 시도하는 '허가제'에 대한 우려가 피어났다. 앞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차례에 걸친 제4이통사 출범이 모두 재정능력 검증 실패로 불발됐는데, 관련 보완책 없이 오히려 진입 문턱만 낮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박윤규 전 과기정통부 2차관은 지난 1월 허가제에서 4이통사 출범이 여러 차례 불발된 데 대해 "정부나 공무원이 사업자 재정 능력을 판단하기 어렵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법 개정 당시 '경매대가를 낼 수 있는 정도라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시도해보지도 않고 비판하면 안 된다"며 "일단 시도해보고 차후 문제가 생기면 다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4이통사 좌초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재정 능력이 아닌 사업자의 신뢰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파수 입찰 금액과 자본금 규모 모두 사업자 스스로 설정했는데, 지키지 못했다는 논리다. 전날 브리핑에서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사업자가 신청서를 내면서 자본금 규모를 산정할 때부터 주파수 대가와 망 구축 의무 비용에 대한 합리적 추산 하에 밀봉입찰(경매) 최대 금액을 결정했을 것으로 기대했다"면서도 "(스테이지엑스가 이를) 투자자와 사전에 논의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정부가 사업자의 '신뢰'에 기대 안일한 판단을 내렸다고 지적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검증되지 않은 사업자에 대한 수많은 경고가 있었지만, 이를 정부가 무시했다"며 "이 과정에서 투입된 세금이나 행정력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 제출 서류에 대한 법리 검토를 위해 다양한 자문을 받았고, 스테이지엑스가 이번 결정에 반발해 법적·행정적 대응을 예고했다. 모두 정부의 판단이 보다 신중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이란 평가다.
무리한 4이통 출범을 고집하지 않고 초기에 제동을 건 정부에 대한 긍정 평가도 나온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업체가 시장 진입 후 실패할 경우 그 폐해와 부담은 오롯이 소비자와 시장 몫이 된다"며 "비록 제4이통의 출범이 다시 한번 좌초된 부분에 아쉬움은 있으나, 법과 원칙에 따른 이번 과기정통부의 정책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제4이통사 선정 취소를 계기로 주파수 할당 제도 전반을 개선할 계획이다. 강 차관은 "신규 이통사의 시장 진입으로 통신시장경쟁을 촉진해 가계 통신비 인하, 투자 경쟁 등을 통한 ICT 생태계 발전 효과를 기대했으나, 법인 선정 취소 예정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돼 매우 유감스럽다"며 "주파수 할당 공고 관련 내용을 보완할 필요가 있는 만큼, 연구반을 구성해 제도 개선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실장도 일각의 '정부 책임론'에 대해 "정부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에 대해서는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꾼 당시와 현재 시점의 입법 환경·시장 환경·당면한 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정부가 놓친 부분이 없는지 고민하고, (정부 책임론은) 앞으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조언으로 삼겠다"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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