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제안에 손석구도 '깜짝'…13분의 '파격 실험' 정체 [무비 인사이드]

김예랑 2024. 6. 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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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1000원짜리 '전지적 자동차 시점' 영화가 있다고?
손석구·현대자동차 새로운 시도 '밤낚시'
단돈 1000원 '스낵무비'…CGV 2주간 주말 개봉
손석구 "극장 가는 행위 이끄는 게 궁극적 목표"
현대차 "광고 아닌 독립적 콘텐츠 되길"


배우 손석구가 제작, 주연을 맡은 '밤낚시'는 여러모로 특별한 영화다. 러닝타임은 12분 59초, 13분이 채 안 된다. 관람료는 단돈 1000원, 거기다 '전지적 자동차 시점'이다.

영화는 '로미오'라 불리는 의문의 요원(손석구)이 어두운 밤 전기차 충전소에 차를 세워둔 후 허공에 날아다니는 물체를 낚으려 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휴머니즘 스릴러다.

배우 손석구가 주연을 맡고 2013년 칸영화제에서 '세이프'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은 문병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손석구가 올해 1월 설립한 영화 제작사 스태넘과 현대차가 공동 제작했다.

특히 '밤낚시'는 일반적인 영화와는 달리 차량에 부착된 카메라의 시점으로 촬영됐다. 현대 아이오닉5에 달린 빌트인캠, 사이드 미러 등 7개의 카메라만 사용했다.

지성원 현대차 전무는 "어떻게 하면 고객과 더 가깝고 창의적으로 소통할지 고민했다"면서 "멋진 자동차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으면 제품 광고를 만들었을 것이지만 '브랜드 소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영화의 본질인 스토리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측에서 '자동차의 시선'으로 새롭고 혁신적인 콘텐츠를 만들자는 제안을 손석구 측에 먼저 보냈다. 손석구는 자신과 가장 친숙한 매체인 '영화'로 다가간 것. 연기, 제작, 연출을 모두 도맡기보다 배우와 제작으로 참여하고 싶어 문병곤 감독을 현대차에 역 제안했다.

그는 "자동차 카메라로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신선한 시도이고 새로운 방식"이라며 "가장 고민된 지점은 기존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콘텐츠들은 광고성이 짙었던 경향이 있어 독립적인 콘텐츠가 되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현대차가 과연 우리가 구상하는 콘텐츠를 과연 계약해줄까 했는데 아이디어 회의를 하며 나만큼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시도해 보고 싶어 하는 집단이란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설정은 문 감독이 전담했다. 자동차 카메라로 촬영했지만 단순한 광고물이 아니기에 영화의 기능을 고려해 촬영 기법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고. 손석구는 "경찰들이 범죄 현장이나 작전을 수행할 때 그 과정을 보디캠으로 기록을 하는 것에서 착안했다"며 "이 방식이라면 자동차 카메라의 존재 이유가 영화적으로 맞아떨어지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메라도 7개 사용해야 해서 편집이 들어간 보디캠 푸티지의 느낌으로 구현해 보고자 톤 앤 무드를 맞췄다"며 "단편 영화다 보니, 인서트나 클로징 개념이 없기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콘셉트였다"고 부연했다.

1000원짜리 '스낵무비'라는 단어도 손석구와 '밤낚시' 제작진이 처음으로 만든 단어다. 그는 "우리가 봐왔던 단편 영화와 다르게 1000원만 내고 극장에서 손쉽게 영화를 볼 수 있는 것뿐 아니라 상업적 가치를 지닌 숏폼 콘텐츠 영화라 스낵무비와 절묘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편 영화가 상업적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사실은 훨씬 더 문학적이고 작가적인 주장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와는 다르게 대중 친화적이고 대중을 위한 상업 영화의 기능을 하는 숏폼 영화라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다양한 시도를 통한 판로를 개척해 보고 싶은 마음으로 처음부터 그걸 기획한 건 아니었지만 그게 나중에는 우리의 첫 번째 시작점이 된 것 같다. 이 영화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는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아울러 "관객들이 10분짜리 영화를 극장에서 천 원에 볼 수 있는 스낵무비가 나왔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화 업계에는 하나의 활력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봤다"며 "숏폼영화가 극장 상영을 할 수 있는 도전 과제를 이룬 것 자체가 매우 큰 성과"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손석구는 앞으로도 2시간 전후의 상업 장편 영화는 지속될 것이나 극장도 변화를 맞이하는 과도기인 점은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사람들이 극장에 가는 행위가 재밌다고 느껴지게 하는 게 제일 큰 목표"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영감을 받은 아티스트가 다른 형태의 스낵무비를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밤낚시'는 CGV에서 2주간 14~16일(금토일), 21일~23일(금토일) 단독 개봉한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은 '밤낚시' 단독 개봉과 관련해 "서로의 니즈가 맞아떨어졌다. 관객을 극장으로 오게 하는 것, 10분이라도 방문한다는 것의 가치가 컸다"며 "손석구 배우와 문 감독은 영화에 대한 완성도 면에서 확실히 관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영화를 보러 왔다가 '밤낚시'를 보고 '이거 뭐야?'하며 볼 수 있고 '밤낚시'를 보러 왔다가 다른 영화를 보러 올 수도 있는 것"이라며 "러닝타임이 길고 짧은 것을 떠나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면 선택하는 것이 요즘 관객의 추세"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해도 그렇고 대작들이 연이어 나왔으나 흥행 면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 다양한 장르, 형태로 관객의 니즈를 충족시킨다면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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