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위험한 도박'에 시총 222조 증발…유럽으로 위기 확산
프랑스 넘어 유럽, 영국 전체로 위기 확산
佛·獨국채금리 스프레드 2017년 이후 최고치
“마크롱 실패한 도박”…브렉시트 국민투표 전철
극우당·좌파연합 대규모 지출에 신용등급 강등 우려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프랑스발 정치 불안이 유럽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패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조기 총선을 결정하면서 프랑스증시는 한주간 6% 이상 하락하며 유로화를 넘어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자칫 프랑스발(發) 리스크가 글로벌 시장에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못지 않은 충격이 올지 글로벌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프랑스 CAC40지수는 이날 2.66% 급락하며 7503.27까지 떨어졌다. 한주간 무려 6.2%나 급락하며 2022년 3월 이후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약 1500억유로(222조3930억원)가 증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유럽의회 선거 참패로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마크롱 예상과 달리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이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커진 탓이다. 조기 총선이 극우 세력 확산을 막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자칫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에게 차기 대권까지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프랑스를 넘어 유럽시장 전반으로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민연합(RN)과 좌파연합은 대규모 지출을 공약하고 있어 국가부채 급등 우려에 프랑스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은행인 크레디트 아그리콜, BNP파리바, 소시에테 제네랄 주가도 이번주 각각 11%, 12%, 15%나 급락했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독일 등 17개국의 주요기업 주가를 포괄하는 유로 스톡스 600지수도 한주간 2.3%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최악의 한주 성적이다. 바클레이스는 이번 주 유럽 주식에 대한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하며 “프랑스의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당분간 이 지역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유로화 가치는 연일 급락하고 있다. 1달러 당 0.937유로까지 치솟으며 급격하게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용국 파운드화 가치도 덩달아 떨어지며 1달러당 0.789파운드까지 올라갔다.
프랑스와 독일 국채금리간 스프레드(차이)는 0.82%포인트까지 벌어지며 201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스위스 미라보 그룹의 수석 자산 전문가인 존 플라사드는 “미국 투자자들이 유럽, 특히 현재 가장 약한 고리인 프랑스 국채를 팔아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는 극우정당이 유럽의회 선거 돌풍을 이어가며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BFMTV·엘라브(Elabe) 여론조사 결과 극우당인 국민연합(RN)이 전체 577석 가운데 220∼270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과반인 289석에는 못 미치지만 의석이 현재 88석 대비 세배 수준 늘어난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당을 비롯한 여당 연합은 90∼130석을 가져가는 데 그치고, 좌파연합(150~190석 예상)에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롱은 유럽의회 선거와 달리 총선에서 극우의 압승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총선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오히려 ‘실패한 도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WSJ은 “마크롱 대통령의 성급한 조기총선 결정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르펜을 저지하기 위한 마크롱의 도박이 오히려 (르펜을) 권력으로 이끄는 위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짚었다.
마크롱의 ‘도박’이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재임 때인 2013년 1월 영국 내 유럽연합(EU) 회의론이 부상하자 EU와 회원국 지위 변화 협상을 하겠다는 총선 공약과 함께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는 공약을 던졌다. 2016년 6월 국민투표 결과 예상과 달리 EU탈퇴가 결정되면서 영국은 분열하고 큰 혼란을 겪었고, 금융시장도 격변했다. 이번 마크롱의 ‘자충수’가 비슷한 상황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극우당·좌파연합 대규모 지출 공약…신용등급 강등, EU탈퇴 우려도
특히 국민연합(RN)과 좌파연합은 대규모 지출 공약을 내세우면서 프랑스 국가부채 우려와 함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좌파 연합은 연금 수령이 가능한 법정 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연금개혁을 폐기하고 식량과 에너지 가격을 동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아울러 국가부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제한하는 예산규칙도 거부하고 있다. 자칫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 시절 국채시장 혼란과 유사한 ‘부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도 나온다.
제프리스 수석 금리전략 유럽 금융 이코노미스트인 모히트 쿠마르는 “프랑스 개혁과정의 지연,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EU탈퇴 논의에 대한 우려 등 다양한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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