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부산 소울푸드 '이것', 잘못 걸리면 병원 신세?

박혜원 기자 2024. 6. 1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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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부산지역 식중독 1208명
300명이 살모넬라균 감염 사례
밀면 위 지단 등 달걀요리 조심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 밀면 집에서 밀면을 먹기위해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박혜원 PD


14일 낮 12시 부산 연제구 거제동. 지역 유명 밀면 가게 앞으로 ‘피서’에 나선 손님이 줄지었다. 어느덧 다가온 여름에 이날 온도계는 29.1도를 가리켰다. 부산 사람이라면 큼직한 얼음이 띄워진 밀면 육수 한 입이 간절할 무렵이다. 더위를 잡는 데는 시원한 음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그런데 이 밀면, 사실 여름철에는 꽤 주의해서 먹어야 한다. 밀면의 고명으로 올라오는 계란·지단 때문이다.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생활 관리 현황’에 따르면 2022년 확인된 식중독 환자는 5501명. 이들 중 1043명(19%)는 여름의 초입인 6월에 식중독에 걸렸다. 6월은 1년 중 가장 많은 식중독 환자가 발생하는 시기다. 특히 부산은 2022년 식중독 환자가 1208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부산 환자 중 300명(24.8%)은 ‘살모넬라균’ 에 의해 식중독을 앓았다. 살모넬라균은 주로 계란류 음식을 잘못 보관했을 때 창궐한다.

식중독은 발열·두통·구토·복통·설사는 물론, 심한 경우 탈수까지 유발한다. 최근 식중독으로 죽다 살아난 조모(여·20대) 씨는 “2시간에 한 번씩 밤새 구토와 설사에 시달렸다. 아침까지 위액이 나올 정도로 토를 너무 많이 하다 보니까 몸살 난 것처럼 아팠다”며 “잠을 거의 못 잘 정도로 속 울렁거림이 심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식중독 경험자 장다은(여·20대) 씨는 “처음에는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안 좋아서 단순히 체한 줄 알았는데, 구토·설사 등 증상이 심해서 응급실에 갔었다”며 “당시 38.5~39도의 고열이 났고, 너무 아팠다 보니 음식만 봐도 트라우마가 생겨서 이후로 한 번도 안 먹었다”고 말했다.

식중독은 한 가게를 거점으로 다수의 사람에게 전파되기 십상이다. 발병자가 많다 보니 개중에는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은 사람도 나온다. 부산·경남에서 들려오는 사례 대부분은 밀면·냉면을 먹은 손님들의 경우다. 지난해 8월에는 부산진구 한 배달 전문 업체에서 밀면을 시켰다가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달걀 지단 등을 먹은 130여 명이 식중독 증상을 호소하는 일이 일어났다. 2022년에는 경남 김해의 냉면전문점과 창원의 한 식당에서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냉면을 먹은 후 사망자가 발생했다. 계란지단을 조리하며 판매하는 과정에서 계란을 충분히 가열하지 않거나 이를 밀봉하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두 업주는 지난달 각각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12일 부경대 양지영(식품과학부) 교수가 살모넬라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혜원PD


이들 사례처럼 살모넬라균은 계란과 같은 단백질 음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때 주로 생겨난다. 부경대 양지영(식품과학부) 교수는 “주로 계란이나 이를 이용한 복합 식품을 섭취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며 “여름철에는 주로 찬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서울·중부 쪽에서는 냉면, 남부 쪽에서는 밀면이 대표적이다. 냉면이나 밀면에 들어가는 계란, 삶은 계란의 보관 상태가 잘못됐을 때 살모넬라균에 의한 식중독을 오염 경로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부산 부산진구보건소 문수인 감염병대응계장이 식중독 예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혜원PD


살모넬라균을 예방하려면 계란을 취급하는 업주의 주의가 필요하다. 부산 부산진구보건소 문수인 감염병대응계장은 살모넬라균으로 인한 식중독 예방법에 대해 “음식을 만들 경우 반드시 손을 씻고 조리하도록 하고, 육류·채소 등은 칼·도마를 구분해서 조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가정에서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간 손을 씻고, 음식은 충분히 가열하여 익혀 먹고, 물은 꼭 끓여서 먹기를 권장한다”고 전했다.

여름철 부산 사람의 소울푸드 밀면. 달걀 또는 지단이 살모넬라균에 오염됐을 경우 더위를 버리려다 건강을 잃을 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여름에는 음식 섭취에 조심을 기울여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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