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부산 소울푸드 '이것', 잘못 걸리면 병원 신세?
300명이 살모넬라균 감염 사례
밀면 위 지단 등 달걀요리 조심
14일 낮 12시 부산 연제구 거제동. 지역 유명 밀면 가게 앞으로 ‘피서’에 나선 손님이 줄지었다. 어느덧 다가온 여름에 이날 온도계는 29.1도를 가리켰다. 부산 사람이라면 큼직한 얼음이 띄워진 밀면 육수 한 입이 간절할 무렵이다. 더위를 잡는 데는 시원한 음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그런데 이 밀면, 사실 여름철에는 꽤 주의해서 먹어야 한다. 밀면의 고명으로 올라오는 계란·지단 때문이다.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생활 관리 현황’에 따르면 2022년 확인된 식중독 환자는 5501명. 이들 중 1043명(19%)는 여름의 초입인 6월에 식중독에 걸렸다. 6월은 1년 중 가장 많은 식중독 환자가 발생하는 시기다. 특히 부산은 2022년 식중독 환자가 1208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부산 환자 중 300명(24.8%)은 ‘살모넬라균’ 에 의해 식중독을 앓았다. 살모넬라균은 주로 계란류 음식을 잘못 보관했을 때 창궐한다.
식중독은 발열·두통·구토·복통·설사는 물론, 심한 경우 탈수까지 유발한다. 최근 식중독으로 죽다 살아난 조모(여·20대) 씨는 “2시간에 한 번씩 밤새 구토와 설사에 시달렸다. 아침까지 위액이 나올 정도로 토를 너무 많이 하다 보니까 몸살 난 것처럼 아팠다”며 “잠을 거의 못 잘 정도로 속 울렁거림이 심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식중독 경험자 장다은(여·20대) 씨는 “처음에는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안 좋아서 단순히 체한 줄 알았는데, 구토·설사 등 증상이 심해서 응급실에 갔었다”며 “당시 38.5~39도의 고열이 났고, 너무 아팠다 보니 음식만 봐도 트라우마가 생겨서 이후로 한 번도 안 먹었다”고 말했다.
식중독은 한 가게를 거점으로 다수의 사람에게 전파되기 십상이다. 발병자가 많다 보니 개중에는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은 사람도 나온다. 부산·경남에서 들려오는 사례 대부분은 밀면·냉면을 먹은 손님들의 경우다. 지난해 8월에는 부산진구 한 배달 전문 업체에서 밀면을 시켰다가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달걀 지단 등을 먹은 130여 명이 식중독 증상을 호소하는 일이 일어났다. 2022년에는 경남 김해의 냉면전문점과 창원의 한 식당에서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냉면을 먹은 후 사망자가 발생했다. 계란지단을 조리하며 판매하는 과정에서 계란을 충분히 가열하지 않거나 이를 밀봉하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두 업주는 지난달 각각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 사례처럼 살모넬라균은 계란과 같은 단백질 음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때 주로 생겨난다. 부경대 양지영(식품과학부) 교수는 “주로 계란이나 이를 이용한 복합 식품을 섭취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며 “여름철에는 주로 찬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서울·중부 쪽에서는 냉면, 남부 쪽에서는 밀면이 대표적이다. 냉면이나 밀면에 들어가는 계란, 삶은 계란의 보관 상태가 잘못됐을 때 살모넬라균에 의한 식중독을 오염 경로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살모넬라균을 예방하려면 계란을 취급하는 업주의 주의가 필요하다. 부산 부산진구보건소 문수인 감염병대응계장은 살모넬라균으로 인한 식중독 예방법에 대해 “음식을 만들 경우 반드시 손을 씻고 조리하도록 하고, 육류·채소 등은 칼·도마를 구분해서 조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가정에서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간 손을 씻고, 음식은 충분히 가열하여 익혀 먹고, 물은 꼭 끓여서 먹기를 권장한다”고 전했다.
여름철 부산 사람의 소울푸드 밀면. 달걀 또는 지단이 살모넬라균에 오염됐을 경우 더위를 버리려다 건강을 잃을 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여름에는 음식 섭취에 조심을 기울여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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