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의 플레e] 이스포츠토토 논의, 왜 답보 중인가

임수빈 2024. 6.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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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 보좌관 칼럼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파이낸셜뉴스] 지난 2021년 2월, 필자가 근무하던 이상헌 의원실에서 국회 최초로 이스포츠토토 도입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이스포츠토토 도입을 공약으로 삼았고, 22대 총선에서 개혁신당도 같은 내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야 할 것 없이 많은 정당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러나 이스포츠토토 도입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승부조작, 사행성 문제, 이스포츠 팬덤내에서도 엇갈리는 의견 등은 잘 알려져 있으므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배경인 행정과 법률적인 면에서 이유를 살펴보려 한다.

첫째, 이스포츠토토 도입의 키를 쥔 문화체육관광부가 요지부동이다. 이스포츠 업무를 맡고 있는 1차관 아래 콘텐츠정책국, 스포츠와 체육진흥투표권사업(스포츠토토)을 관장하는 2차관 밑의 체육국 모두 반대 중이다. 체육국의 반대야 예상했던 바이다. 이들은 국의 특성상 정통스포츠계의 시각과 같을 때가 많은데, 정통 스포츠계에선 이스포츠의 스포츠 편입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체육국은 과거 이상헌 의원실에서 발의했던 ’이스포츠의 체육(스포츠) 포함‘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및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했다. 콘텐츠국의 반대는 갑작스럽다. 조금씩이나마 진전되고 있던 도입 논의가 현 콘텐츠정책국장 부임 이후 ’반대‘ 입장으로 확 틀어졌다. 이 여파인지, 장관의 입장도 부정적인 기류로 선회했다. 지난 1월 중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위원장과의 오찬에서는 장관이 적극 찬성한 바 있기에, 이같은 입장 변화가 더욱 아쉽다.

둘째, 스포츠토토에 편입되길 원하는 경쟁 종목들의 존재다. 대표적으로 바둑, 당구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바둑의 경우 굉장히 현실성 있게 논의된 바 있다. 이는 조훈현 국수(國手)가 20대 국회의원으로 등원하며 더욱 탄력 받았다. 2018년에는 프로기사협회에서 바둑 토토 공청회를 주최하여 의견을 수렴하였고, 프로기사 대상 찬반 투표 결과 63.1%의 찬성 우위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20대 국회 말, 바둑계 내 격렬한 논쟁 끝에 바둑의 스포츠토토 편입은 ‘이미지 실추‘ 등을 이유로 결국 무산되었다.

의외로 당구가 다크호스다. 요즘 당구를 안치는 세대 입장에선 의아할 수 있겠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당구협회가 물심양면으로 지원에 나서며 리그가 안착했다. 골프의 PGA 모델을 우리 당구리그에 접목시킨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지금은 2부 리그까지 성공적으로 운영중이고, 해외 선수들도 많이 참여하는 굉장히 큰 리그로 성장했다.

현행 법률 체계상으로도 당규가 이스포츠보다 편입에 유리하다. 스포츠토토 종목 요건은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9조(체육진흥투표권 발행 대상 운동경기) 체육진흥투표권 발행 대상이 되는 운동경기의 종목은 축구·농구·야구·배구·골프·씨름과 그 밖에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정하는 종목으로 하되,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운동경기로 한다.

1. 다음 각 목의 요건을 모두 갖춘 운동경기 주최단체 중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지정하는 단체(이하 "주최단체"라 한다)가 개최하는 운동경기
가. 운동경기를 계획성 있고 안정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을 것
나. 주최단체에 소속된 경기팀의 선수, 감독, 코치 및 심판에 관한 등록과 등록말소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을 것
다. 개최하는 운동경기에 대한 경기규칙을 정하고 있을 것
2. 주최단체가 선수단을 구성하여 참가하는 국내외 운동경기
3. 제1호가목 및 다목의 요건을 구비한 국내외 운동경기(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운동경기는 제외한다)
쉽게 말해 스포츠토토 종목이 되기 위해서는 대회 및 리그를 운영하는 주최단체에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스포츠는 종목별로 지적재산권을 소유한 게임사가 각각 다르다. 때문에 시행령에서 규정한 ’하나의 주최단체‘로 일원화될 수 없다. 한국이스포츠협회는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하여 종목별 IP사와 MOU를 맺고 협회가 주최단체로 지정받고자 했다. 이처럼 이스포츠는 현행 법령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는데 반해, 당구는 현재 요건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스포츠토토에 진입하고자 하는 모든 종목에 해당하는 걸림돌이라 따로 설명하진 않겠지만, 총량제 문제도 있다. 더불어 특정 세대에겐 이스포츠의 인기가 당구보다 높지만, 모든 세대로 범위를 넓혀 보면 당구가 앞서 있다는 점도 이스포츠에겐 뼈아픈 대목이다. 정부가 추진하여 나온 ’이스포츠 체육진흥투표권 도입 검토 연구‘ 결과 보고서에서도 당구의 스포츠토토 편입이 더 유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러 우려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한다. 게다가 최근 들어선 ‘디도스 공격’이라는 새로운 골칫거리까지 생겼다. 그렇다고 도입반대 의견이 압도적인 것은 아니다. 음지의 불법 이스포츠토토를 건전하게 뜯어고쳐 양성화할 수 있고, 생태계 발전에도 도움될 것이다. 찬반 의견이 비등한 수준이다. 이런 때일수록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다양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더욱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에도 당부한다. 지금처럼 업계 관계자들을 상대로 윽박지르듯 반대 입장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열린 자세로 관계자들과 논의하길 바란다.

/정리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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