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정권의 미래…정치부패 대응의 결과는?[진창수의 일본읽기]
2009년 '아소 해산' 재현 가능성…日정치 리스크 주시해야
(서울=뉴스1)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의 지지율이 16.4%로 또 최저치로 하락했다. 지지통신이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이다. 이러한 지지율은 자민당이 지난 2012년 정권 탈환 후 가장 낮은 것이다.
지난해 자민당 파벌의 비자금 사건 후 기시다 정권의 정치자금규정법 개정 등의 노력이 지지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기시다 정권은 야당 압력에 밀려 정치자금법을 개정했지만,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은 연속으로 하락하면서 정권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지난 4월 보궐선거 연설에서 기시다 총리는 "이번 국회에서 정치자금법 개정에 내가 앞장서겠다"라고 했지만, 그 결과는 실패로 봐야 한다. 기시다 총리가 주도하려 했던 각 파벌의 해산도 진척되지 않고 있으며 '정치와 돈'에 대한 개혁도 미진해 국민에게 불신받고 있다.
자민당의 정치 부패는 항상 일본 정국의 변화로 이어졌다. 1988년 후반부터 일본을 뒤흔든 '리크루트 스캔들'이 대표적 예이다. 리크루트 사건은 자민당 정권의 최대 금권정치의 상징으로 역사에 남아있다. 그 당시에는 12년 전에 발생한 록히드 사건과 비교하기도 했다. 록히드 사건은 다나카 총리가 5억 엔의 현금을 주고받은 비교적 단순한 뇌물수수 사건이었다.
그에 비해 리크루트 사건은 주식양도라는 방식을 가장한 첨단 사기 사건에 가까웠다. 그 부패의 연결 고리는 총리를 정점으로 재계, 관료, 언론, 지자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게다가 국제화라는 산업구조의 전환, 탈공업화 사회를 내다보고 정보통신사업의 패권을 노린 대공작이었다. 그야말로 '구조적 부패'라는 이름에 걸맞다.
그렇지만 리크루트 스캔들은 현행법의 한계로 거물급 정치인에 대한 사법처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 사건에 연루된 많은 거물급 정치인들이 거의 태연하게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에 일본 국민들은 더욱더 분노했다. 이 리크루트 사건으로 결국 자민당은 분열로 이어졌고, 1992년 보수본류 노선인 '코우치회'(宏池会)의 미야자와 정권 때는 자민당이 정권을 내주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자민당 정치가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이다. 패전 직후 점령기와 1952년 주권 회복 전후의 총리 요시다 시게루는 국방력 강화보다 경제 부흥을 우선시했다. 냉전체제에서는 평화헌법을 고수하면서 미국의 안보우산에 의존하는 미일 안보 동맹체제를 정착시켰다. 전후 자민당의 보수 본류의 요시다 노선이다.
1955년 요시다 등이 이끄는 자유당과 하토야마 이치로는 혁신세력의 등장에 위협을 느껴 '보수합동'으로 자민당을 탄생시켰다. 1960년대에 자유당 계열의 이케다 하야토와 사토 에이사쿠가 총리는 국제정세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요시다 노선을 정착시켰다. 특히 1960년 안보 이후 이케다 정권을 필두로 역대 보수정권이 취한 현실적 정치노선은 자민당의 장기집권의 기반이 됐다.
그와 대조적으로 야당은 좌파 관념 노선에서 헤어나지 못해 만년 야당을 벗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자민당은 일당독재에 빠지지 않을 만큼 안전장치와 탄력성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정당 간 정권교체를 대신하는 당내 파벌 간 유사 정권교체로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하고자 했다.
또한 각종 지지단체를 조직해 각 지역 계층의 요구를 최대한 자민당에 반영시키려는 구조를 정착시켰다. 이후 '오일쇼크'로 인한 세계 경제 전반의 혼란기에도 일본은 큰 어려움이 없이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자민당의 보수 본류인 요시다 노선이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수 본류의 전통을 이어받은 기시다 정권은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3월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당대회에서 기시다 총재는 "여당은 자민당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내정치, 외교의 과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과 이념보다 현재의 어려움을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일본정치가 변화를 어떻게 선도해 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있다.
지금 기시다 정권의 정치 부패 사건에 대한 대처는 리크루트 스캔들 당시의 자민당 분위기와 유사하다. 1988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현행법을 전혀 위반하지 않았는데 왜 악당 취급을 받느냐'라는 뻔뻔함이 남아있다. 결국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해 사퇴를 강요당해도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했다.
더욱이 자민당 내에는 '돈이 드는 정치'를 당연시하고 '그 돈을 당을 위해, 파벌을 위해 조달하고 있을 뿐'이라고 자기 정당화 의식이 여전하다. 그 결과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더욱더 높아졌고, 정치윤리 확립의 목소리도 거세졌다. 그럼에도 자민당은 형식적인 파벌 해체에 그쳤고 부패 청산에 대한 위기의식은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정치자금법 개정에 대한 정국의 여파는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부터 나타날 수 있다. 위기의식을 가진 자민당에서 '포스트 기시다'의 강력한 후보자가 나타나면 기시다는 불출마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전처럼 파벌 내의 유사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자민당의 동력은 많지 않다.
포스트 기시다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민당은 기존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면 기시다 총리가 되더라도 괜찮은 분위기이다. 따라서 9월 총재 선거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퇴진할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가보다는 파벌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총리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시다 총리는 9월 총재 선거의 위기를 극복하더라도 선거 시기를 찾지 못해 결국 2009년 아소 다로 정권처럼 '궁지에 몰려 해산'이 될 가능성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여러 가지 변수가 나타날 수 있다.
야당의 반격으로 자민당이 정권을 잃을 수도 있고, 자민당이 소수 여당이 되었을 때 공명당이 야당과의 연정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은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렵지만, 염두에 둬야 한다. 일본정치가 한일관계의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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