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글로벌 메신저 '라인'이 위태롭다… 이해진 역할론 대두
[편집자주]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가 내우외환에 시달린다. 밖에선 공들여 만든 메신저 '라인'이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위태로운 데다가 안에서는 뉴스 포털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웹툰 자회사가 미국 나스닥 상장에 다가서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진출 전략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진퇴양난에 빠진 네이버가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 분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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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의 입지가 높아질수록 일본의 불안감은 팽배해졌다. 라인이 국가기간통신사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9000만명 이상의 자국민 데이터가 네이버에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이다. 어느덧 국가 기간 통신망으로 올라선 라인이 한국 기업의 지배력을 받는 상황은 부담이다.
결국 행정력을 동원한 압박 공세에 나섰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벌어진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빌미로 라인야후(라인 운영사)와 네이버 간 지분 관계 재검토하라는 취지의 행정 지도를 내리며 네이버의 라인야후 경영권을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에 넘기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작년 10월 일본 대표 이동통신사 NTT 서일본에서 10년간 개인정보 928만건이 유출됐을 당시엔 NTT그룹이 보안 강화 계획을 밝히면서 일단락된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네이버 역시 보안 강화 조치를 약속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자신들의 행정 지도가 경영권과는 관계없다고 밝혔지만 이후 진행되는 상황은 명백히 라인을 노린 것이란 시각이 많다. 네이버 출신으로 라인야후 이사회의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마저 물러났고 라인야후 지주사 A홀딩스(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 절반씩 보유) 경영권을 두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협상에 돌입했다.
네이버는 오는 7월1일 일본 총무성의 행정조치에 대한 조치사항도 보고해야 한다. 이마저도 기다리기 어려워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오는 6월28일까지 개선책 실시 상황을 조기 보고하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법률적 압박도 진행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중요경제안보정보의 보호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 일본 참의원을 넘었다. 중의원에서 가결된 지 한 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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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 정부를 등에 업은 소프트뱅크가 유리한 입장인 만큼 네이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라인 매각에 따른 현금 확보로 오히려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라인야후의 일본 사업권은 소프트뱅크, 나머지 해외 사업권은 네이버가 확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국 라인계열 법인들은 고용 불안을 호소한다. 현재 2500명의 임직원들은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완전히 상실한다면 설자리가 없을 것이라 우려한다. 피땀 흘려 일궈낸 성과가 하루아침에 날아갈 위기다. 이에 네이버노조는 국내 라인 계열사를 대상으로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교섭에 나설 방침이다.
라인야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회사 119개를 두고 있다. 특히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은 월 이용자 수가 1억9600만명(지난해 12월 말 기준)에 달하며, 일본 9600만명, 태국 5500만명, 대만 2200만명, 인도네시아 600만명 등 아시아 지역에선 한국의 카카오톡 같은 간판 메신저 앱으로 자리잡았다.
라인 메신저의 명성에 힘입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는 전 세계 6400만명(지난해 10월 기준)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됐다. '라인뱅크'는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에서만 약 840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세계 속 기업을 꿈꾸는 네이버가 손쉽게 포기해선 안 될 플랫폼이다.
네이버를 세운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역할론이 대두 된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지만 네이버 동일인(총수)으로서 현재 GIO 직책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라인의 일본 성공 신화를 주도한 이해진 창업주가 나서 요동치는 네이버를 다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라인은 기술 주권과 연계된 만큼 지분 가치만 놓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미국, 중국의 제국주의에 맞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것처럼 앞장서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요구된다.
IT업계 관계자는 "라인 사태는 현재 국민적 감정과 섞여 있을 정도로 중대한 문제"라며 "절체절명의 네이버를 살리기 위한 이해진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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