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중앙亞까지…대한민국, 외교 수준이 달라졌다
중앙亞 왜 갔나 했더니…대한민국, 미국·중국만 했던 회의 연다
"진정한 글로벌 중추외교 실현"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순방에 대해 대통령실은 이같이 표현했다.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는 실제 지난해 태평양 도서국(태도국)과 정상회의를 열었고 올해는 아프리카 48개국을 초청해 서울에서 정상회의를 열었다. UAE(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 카타르 국빈방문 등 중동외교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제는 중앙아시아와도 정상회의를 열게 됐다. 한 나라가 중심이 돼 다자회의를 여는 건 미국 등 극히 일부 강대국만 해왔는데 우리나라도 이번 순방을 통해 이런 반열에 오르는 셈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14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순방의 의미를 △신뢰관계 구축 △중장기적 협력 디자인 △글로벌 중추외교 실현 등 3가지로 평가했다.
또 김 차장은 "중장기적 협력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지속가능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며 "과거 중앙아시아에 진출하면서 에너지와 광물개발, 인프라 건설에 집중했고 최근 들어 기본적인 자원·에너지 인프라 협력에 친환경 녹색기술과 원전까지 접목해 기후대응에 동참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맞물려 산업·행정·교육 일체에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도 같이 도와주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글로벌 중추외교 실현을 강조했다. 김 차장은 "근래 70여년동안 현대 외교사에서 태도국,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이 모든 지역을 상대로 다자회의를 주최해본 나라는 미국과 중국 단 두 나라 뿐"이라며 "중앙아시아는 신흥 전략지역으로 미국과 중국이 작년 9월과 5월에 (정상회의를) 실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핵심광물 등 자원부국이자 지리적으로 동서양을 잇는 요충지에 자리잡은 중앙아시아 나라들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이번 순방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내년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통해 구체화될 윤 대통령의 '한-중앙아시아 K 실크로드 협력 구상'에 대해서도 전폭적 지지를 표명했다. 이런 '러브콜'은 우리나라와 중앙아시아의 역사적 공감대에서 출발했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아프리카나 태도국이 갖는 인식과 같다. 중앙아시아도 피지배의 역사, 강대국 간에 군사적 충돌이 점철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비슷한 대한민국이 성공 스토리를 썼듯이 이들도 대한민국처럼 디지털강국, 문화강국, 수출대국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러시아가 수십년간 이 지역에 영향을 끼치고 중국이 일대일로의 각종 경제 프로젝트로 영향을 준 가운데 역내 지정학적 갈등이나 경쟁구도에서 한국이 자유로운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협력을 하더라도 정치적 숨은 의도가 없고 순수하게 개발협력, 기술공조 이런 식으로 상생되는 해법을 모색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바라는 경제적 목적에 충실하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이른바 '가치동맹'을 강조하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 위주의 외교전략을 펼쳐온 기조는 유지된다. 다만 대외 기조의 중심 전략을 함께 짜는 파트너들은 미국, 일본 등 소수의 자유국가들이지만 정치 체제가 다른 나라들과는 상호 존중하면서 협력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중국, 중동,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얘기할 때도 보편규범, 국제적 합의, 국제기구와 유엔이 표방하는 보편적인 질서와 합의는 강조하고 상대 국가도 동의한다"며 "합의한 약속과 규칙은 함께 지켜가되 상대방 국가의 독특한 국내 정치적 제도와 특이성은 존중한다, 이렇게 다채로운 외교를 펼쳐간다"고 말했다.
실크로드 누비는 KTX이음…UAE·폴란드·모로코도 뚫는다
우리 정부가 사상 첫 고속철 해외 수출을 계기로 UAE(아랍에미리트), 폴란드, 모로코 등 고속철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수주전에 나선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14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현대로템과 우즈베키스탄 철도공사는 우리 기술력으로 개발한 고속철 차량을 최초로 해외 수출하는 고속철 6편성 공급계약을 맺었다. 시속 250㎞급 고속철 42량 계약으로서 약 2700억원 규모다.
박 장관은 "(차량 제작 등에) 128개 중소기업이 참여하고 있어 현대로템과 함께 해외에 진출하게 됐다"며 "2026년 세계 고속철도 차량시장이 약 1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세계 시장을 노크하는 데도 중요한, 의미있는 시점에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우즈베키스탄에 수출하는 고속철은 KTX이음의 확장형이다. KTX이음은 프랑스 떼제베(TGV)에서 도입한 KTX, 이를 개량한 KTX산천과 달리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차량으로서 부품 국산화율이 약 87%에 달한다. 2021년 1월 중앙선에 투입돼 강릉선 등에서 운행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고속철도를 운행하는 우즈베키스탄은 우리나라 중앙선과 같이 레일을 새로 깔지 않고 기존 선로를 손본 개량형 철도다.
우리나라는 스페인과 경쟁해 수출을 따냈다. 박 장관은 "이번 수출 성사의 동력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차량 성능과 가격에서 현대로템의 KTX이음 제품이 더 뛰어났고 두 번째는 비즈니스 외교와 금융지원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KTX이음의 경우 세계적 추세인 동력분산식으로서 앞에서 끄는 방식이 아니라 각 객차 밑에 엔진이 있다. 이 때문에 100명 정도 더 태울 수 있어 승객 1인당 차량 가격으로 따져 스페인 제품보다 경쟁력을 갖췄다. 아울러 우리 정부의 세일즈 외교도 작용했고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2억 달러의 금융지원을 우즈베키스탄 측에 해준 점도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모로코, 폴란드 등 고속철도 차량 구입을 위한 국제입찰을 준비 중인 나라를 상대로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모로코는 2025년쯤에 144량을 발주 예정이고 폴란드는 2026년쯤에 800량을 발주할 예정"이라며 "UAE는 철도 노선까지 새로 깐다. UAE 정부와 교류하면서 수주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UAE 측 고위관계자는 GTX(광역급행열차)A 수서~동탄 개통식도 참관하고 우리 측과 고속철 관련 협의를 이어간 것으로도 알려졌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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