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人]⑰ 김동완 월드코인 총괄 “홍채 정보, ID 생성 즉시 폐기… ‘월드 ID’로 해킹·조작·도용 해결”

진상훈 기자 2024. 6.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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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채장사·사기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
AI 시대, 인간과 로봇 구별 중요성 커져
홍채 인증은 로봇과 인간 구별 최소 절차
전 세계 통용되는 ‘월드 ID’가 프로젝트 핵심
월드코인은 보상 수단일 뿐…개인정보 침해 없어
월드코인 개발사인 툴스 포 휴머니티의 김동완 글로벌 사업 총괄이 지난 13일 서울 을지로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진상훈 기자
“사람의 두뇌를 뛰어넘는 인공지능(AI)이 각 분야로 확산하면 앞으로 웹 세계에서 인간과 비(非)인간을 구분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겁니다. 홍채 인증은 인간이 로봇이 아님을 증명하는 최소한의 절차일 뿐입니다.”

월드코인의 개발사 툴스 포 휴머니티(Tools for Humanity)의 글로벌 사업을 이끄는 김동완 총괄은 지난 13일 서울 을지로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월드코인과 홍채 인증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월드코인은 생성형 AI인 ‘챗GPT’를 개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발행하는 가상자산이다. 올트먼 CEO는 2020년 툴스 포 휴머니티를 설립한 후 지난해 7월 월드코인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오브(Orb)’라는 기계를 통해 홍채 인증을 거치면 대가로 월드코인을 지급한다.

올트먼 CEO의 월드코인 프로젝트는 출범 직후부터 논란을 겪었다. 여러 국가에서 홍채 인증을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가 어떻게 사용될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거나, 사업을 중단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월부터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월드코인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올트먼의 모국인 미국에서는 월드코인을 지급하지 않고, 매매를 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의문을 제기했다.

김 총괄은 “홍채를 통해 인간임이 입증되면 고유의 ‘월드 ID’를 생성해 부여하고, 인식된 홍채 정보는 즉시 자동 폐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굴이나 지문은 조작이 가능하고, 유전자(DNA)는 복잡한 수집 절차와 더 큰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최소한의 비용과 절차로 사람임을 식별할 수 있어 홍채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괄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월드코인이 아닌, 월드 ID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모든 분야와 플랫폼에서 공통으로 쓰이는 하나의 신분증을 만드는 게 목표일 뿐, 코인은 참여한 사람에게 현금 대신 주는 보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과 달리 월드코인은 아직 결제 등의 쓰임새가 거의 없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월드 ID를 가진 사람이 늘어나면 많은 사업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웹에서의 각종 조작이나 위법 행위, 매크로를 이용한 입장권 선점과 암표 거래 등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괄은 300여명이 일하고 있는 툴스 포 휴머니티의 유일한 한국 국적 직원이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회계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딜로이트에서 회계 담당·컨설턴트로 일했다. 이후 헤지펀드와 바이오 기업인 로이반트를 거쳐 2022년부터 툴스 포 휴머니티에서 일하고 있다. 다음은 김 총괄과 일문일답.

―월드코인에 합류한 계기와 현재 담당하는 직무에 대해 알려달라.

“과거 경영·재무나 공학을 전공했던 엘리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분야는 투자은행(IB)이나 사모펀드(PEF) 등이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10년 넘게 일해 보니 최근 몇 년 동안 최고급 인력들이 크립토(가상자산)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더라. 막연히 AI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던 차에 오픈AI를 이끄는 올트먼 CEO가 추진하는 크립토 사업이라고 소개를 받아 합류하게 됐다.

현재는 자금 조달을 제외하고 글로벌 사업 전략 기획과 재무, 세무 등 여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툴스 포 휴머니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주로 뉴저지에서 원격 근무를 하면서 자회사가 있는 독일 등 세계 여러 나라를 오가며 일하고 있다.”

지난해 6월 10일 서울 강남구 해시드 오피스에서 진행된 '월드코인 밋업'에서 손재권 더밀크 대표(왼쪽부터),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 알렉스 블라니아(Alex Blania) 월드코인 창립자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조선비즈DB

―올트먼 CEO가 월드코인 사업을 하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전 세계적 온라인 상에서 통용되는 하나의 신분증을 만들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해킹과 아이디 도용, 조작 등 각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월드 ID를 생성해 부여하는 것이며, 월드코인은 참여한 사람에게 주는 보상에 불과하다.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특정 사이트, 플랫폼에 가입하려고 할 때면 로봇이 아님을 입증하라며 문제를 내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로봇을 이용한 위법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AI의 이용량이 늘수록 해킹과 조작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미래에는 웹 세계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조차 모호해질 가능성이 크다. 심각한 문제 아닌가.

게다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에서는 신분증이 없는 사람도 많다. 예로 케냐의 경우 인구가 5500만명이지만, 실제 신분증을 가진 사람은 1000만명도 안 된다고 한다. 신분증이 없는 사람은 제도권에서 제외되고 금융과 각종 서비스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들 모두에게 글로벌 시장 어디에서든 자신을 입증할 수 있는 신분증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올트먼 CEO가 회사 이름을 ‘인간을 위한 도구’라는 뜻의 툴스 포 휴머니티라고 지은 것도 AI 시대에 인간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

―홍채 인증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실제 여러 국가에서는 개인정보 침해 우려로 규제를 가하거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왜 홍채 인증이 필요한가.

“처음에는 개인의 고유 정보 식별을 위한 수단으로 얼굴이나 지문, DNA 등도 고려했다. 그런데 얼굴은 조작이 쉽고, 심지어 지문 역시 칼로 긁는 등의 방법으로 조작할 수 있다. DNA의 경우 수집하는데 비용 부담이 크고, 민감한 생체 정보라 더 큰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조작이 불가능하면서 가장 간편한 홍채를 선택하게 됐다.

오브를 통해 홍채를 스캔하면 15~30초 안에 그 사람의 고유 홍채 코드가 생성된다. 이 코드를 클라우드로 전송해 이미 등록됐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월드 ID를 발급한다. 올트먼 CEO는 전세계 사람들이 하나의 온라인 여권으로 웹 세계에서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월드 ID는 바로 그 여권에 해당된다. 인식된 홍채 정보는 월드 ID 발급 즉시 폐기되며, 절대로 저장되지 않는다. 개인정보가 침해되거나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는 오해라고 설명하고 싶다.”

―홍채 인증을 통한 월드 ID 사업에 대해 개인정보 침해를 우려로 규제를 가하거나, 조사를 하고 있는 곳이 많다. 어떤 국가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나.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에서 월드 ID 사업을 하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가 있으며, 유럽에서는 유일하게 독일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월드 ID 보유자는 전 세계 568만명이다. 다만 스페인과 포르투갈, 케냐, 홍콩에서는 최근 규제로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많은 사람이 갖는 오해 중 하나가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 규제를 받고 있거나, 사업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는 정상적으로 홍채 인증 서비스와 월드 ID 사업을 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이 높아 월드코인을 지급하지 않을 뿐이다. 코인이 보상으로 지급되지 않으니 다른 국가에 비해 미국에서는 참여가 저조한 편이다.”

서울 영등포구 서울핀테크랩에서 열린 월드코인 팝업행사에 설치된 홍채 인식 기기 '오브'. /뉴스1

―월드코인은 월드 ID 보유자에 대한 기본소득 지급 수단인가. 평생 이들에게 기본소득을 주면 막대한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계획인가.

“월드코인은 홍채 인증에 참여한 사람에게 주는 보상일 뿐, 영구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으로 봐선 곤란하다. 실제로 비트코인과 같은 결제 수단도 아니다. 실제 월드코인 가격도 오픈AI가 신제품을 발표했을 때 잠깐 급등했을 뿐 지금은 크게 하락하지 않았나.

월드코인은 월드 ID를 생성하면 즉석에서 10개가 지급되고 2주마다 3개씩 총 68개까지만 주어진다. 현재 계획된 총발행량은 100억개인데, 지금껏 2억4000개가 지급됐다. 전 세계 인구를 고려하면 월드 ID를 받는 사람이 늘수록 앞으로 지급되는 월드코인 수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인플레이션 상황 등을 고려해 발행량이 늘어날 수는 있다.”

―앞으로의 사업 계획은 무엇인가.

“월드 ID의 가치를 실생활에서 입증해 가입자를 늘리는 게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암표 거래 방지에 월드 ID의 활용 가치가 크다고 생각된다. 현재 국내에서도 대규모 스포츠 경기나 인기 공연 등에서 매크로를 이용한 입장권 대량 선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월드 ID 보유자가 늘어나면 훨씬 효율적으로 매크로와 암표 거래를 막을 수 있으리라 본다.

올해 하반기에는 여러 플랫폼에서 월드 ID를 통해 로그인을 하는 기능을 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도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인 텔레그램의 일부 기능을 월드 ID로 활용할 수 있다.

월드 ID를 이용한 사업 모델을 확장하기 위해 최근 구글에서 ID 사업을 담당했던 아제이 파텔(Ajay Patel)을 임원으로 영입하는 등 인재도 계속 채용하고 있다. 각국에서의 규제 이슈가 해결되면 앞으로 월드 ID가 여러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 김동완 총괄은

▲한국외국어대 중국어학 학사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캠퍼스 회계학 석사 ▲미국 딜로이트 회계·컨설팅 담당 ▲로이반트 회계 담당 임원 ▲툴스 포 휴머니티 글로벌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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