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원점 재검토’ vs ‘불가역적’…이대론 파국 못 막아
휴진 신고율 전체 4% 불과…의료계, 정부와의 협상 '미지수'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다음주 집단휴진을 예고한 의료계가 내부 분열, 일부 필수진료과 의사들의 잇단 불참 선언에도 불구하고 투쟁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국회가 중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의료계가 제시한 휴진 철회의 조건들은 정부가 누차 불가하다고 밝힌만큼 폭주하는 파국을 막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오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에서 집단휴진과 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집단휴진에는 개원의들을 포함해 40개 의과대학이 소속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또 고려대의대, 가톨릭대의대, 성균관대의대 등도 집회에 참석한다.
하지만 휴진에 참여할 의료기관 수는 지난 2020년 총파업 당시 참여율 10.8%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전날(14일) 오는 18일 휴진을 신고한 의료기관 수는 총 1463개소로 전체 진료명령 및 휴진신고명령 의료기관의 4.02%라고 밝혔다. 앞서 의협이 대다수의 의료기관이 참여한다고 밝힌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인 셈이다.
지난 9일 의사 회원 11만1861명을 대상으로 집단행동에 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7만800명(63.3%)가 참여했고, 이들 중 5만2015명(73.5%)이 휴진을 포함한 집단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었다.
의협은 연일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회원들의 동참을 호소 하고 있다. 임현택 회장은 전날 '2024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도 "의료계 전직역을 망라해 너나 할 것 없이 한마음 한뜻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미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분만, 뇌전증, 소아과 환자 등을 담당하는 필수의료분야 의사들은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대학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의사들은 잘못이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지 말고,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을 하면서 과거 민주화 투쟁과 같이 스스로 희생하면서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를두고 임 회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용재 아동병원협회장 입장이 담긴 언론보도를 올리고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폐렴끼'라는 병을 만든 사람들이다. 멀쩡한 애를 입원시키면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고 비난했다.
의협과 전공의들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3일 의료계 단일창구를 주장하는 의협의 행보를 비판하고, 의협이 주축이 범의료계 대책위원회에도 불참한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임 회장은 같은날 밤 의료계 인사들과의 '단톡방'에서 박 위원장 글을 다룬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원하지 않으면 의협은 정부와의 대화, 투쟁 전부 대전협에 맡기고 손떼고 싶다"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병원 내 근무하는 다른 의료계 직종들은 의사들을 향해 집단휴진을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의사 집단휴진에 따른 진료·수술 연기나 예약 취소 업무를 거부한다"며 "병원노동자들은 의사들의 욕받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국회에 "집단휴진만은 막아달라"며 중재를 요청하고 있지만, 의정갈등 해소는 요원하다. 인요한 국민의힘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임현택 의협 회장과 만나 의대 정원 증원, 의사단체 반발 등에 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인 의원은 집단 휴진을 막아야 한다는 뜻을 전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의대 교수 비대위는 오는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긴급회동을 가지기로 했다. 다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중 야당 소속인 의원들만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더해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상시적 의정협의체 구성, 전공의 행정처분을 '철회'가 아닌 '취소'해 달라는 요구 조건을 정부가 수용하는지에 따라 집단 휴진이 시행되지 않거나, 축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의료계가 언급한 집단 휴진 철회와 대화 재개 조건들을 보면 의대 정원 증원 원점 재검토, 전공의 행정명령 전면 취소 등으로 압축된다.
정부는 단호하다. 의대 증원의 경우 이미 내년도 입시 모집요강이 확정돼 발표되는 등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된 상황. 따라서 원점 재검토 자체가 불가역적인데다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전면 취소도 의대증원 국면에서 정부가 취한 모든 행정행위를 정부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수용 불가하다고 밝히고 있다.
의협은 전날 오전까지 정부에 전달하려던 대정부 요구안을 주말로 미룬 상태다.
정부는 의협 주도의 집단휴진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집단 진료거부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이며 전공의 복귀를 어렵게 하고 의료정상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며 "이미 예약이 된 환자에게 환자의 동의와 구체적인 치료계획 변경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예약을 취소하는 것은 의료법 제15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18일 전체 의료기관에 대해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의료기관은 휴진 신고를 했어도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진료를 해야한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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