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대표가 직접 주식 추천?… 8월 규제 강화 앞두고 검은 세력들 ‘막판 스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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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내용만 보면 김태우 하나자산운용 대표가 날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현금을 주면서 주식 투자 비결을 전수해 주는 듯하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하나자산운용에서 보낸 게 아니다. 하나자산운용 측은 “오픈 채팅과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회사 이름을 도용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해 골치 아프다”고 토로했다.
오는 8월 불법 리딩방 등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건전 영업 행위 규제를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가운데, 검증되지 않은 수신 업체들의 막바지 거짓·과장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개인 정보가 유출된 영향으로 스팸 문자가 더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개정된 법이 효력을 발휘하는 2개월 뒤면 검은 세력의 투자자 유혹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불법 사업자들이 법 개정 후에도 음성화가 쉬운 온라인 환경의 특성을 활용하면서 당국 감시망을 계속 피해 다닐 것으로 우려한다. 불법 리딩방 증가 속도에 비해 금융당국의 점검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시장이 법 개정 효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배경이다.
◇ 키움·삼성·하나 등 증권사 사칭 잇달아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특정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이름을 팔아 리딩방 참여를 유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키움증권은 카카오톡 채널에 자사 투자 정보 플랫폼 이름(키움증권 채널K)과 회사 로고를 도용한 신규 채널이 올라와 곤욕을 치렀다. 키움증권은 공지문을 통해 “증권사를 사칭해 투자 상담, 리딩방 가입, 거래대금 입금 등을 유도하는 불법 유사수신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삼성증권은 자신을 삼성증권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네이버 밴드를 통해 투자자를 모집한 인물을 적발했다. 삼성증권 임원인 척한 이 사람은 밴드 가입자들에게 자신이 증권업계에서 20년 동안 근무하며 연평균 167%의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은 포털 사이트 측에 해당 사안을 신고하고 경찰에도 고발했다.
하나증권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하나투자증권’이란 이름으로 투자자들에게 광고 문자를 발송한 수신 업체를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기도 했다. 하나증권은 자사를 사칭한 허위 광고 문자에 속지 말라는 안내문을 게시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사업자가 인증되지 않은 채널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 금융당국 “처벌 세지는 8월부터 불법 행위 줄어들 것”
증권업계는 오는 8월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건전 영업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불법 수신 업체의 개미 유혹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유명 증권사를 사칭한 투자자 모집은 서민 피해로 이어진다. 최근 국세청이 민생 침해 탈세 혐의자 55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는데, 이 중 16명이 ‘고수익을 미끼로 유인한 불법 리딩방’이었다.
개정 자본시장법이 효력을 발휘하는 8월 14일부터 유사투자자문업자는 양방향 채널을 활용한 개별 영업을 할 수 없다. 수신자가 글을 입력할 수 없는 채팅방이나 알림 전송만으로 투자 조언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일대일 상담과 같은 개별 영업을 하려면 반드시 투자자문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금융당국은 처벌 수위가 세지는 8월 이후로는 불법 수신 업체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법 개정과 더불어 당국도 투자자 피해 예방을 위한 유의사항 홍보, 수사기관과 공조 등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와 합동 점검도 꾸준히 하고 있는 만큼 유사투자자문업체의 불법 행위도 잦아들 것”이라고 했다.
◇ 시장 기대는 낮아… “음성화 우려, 감독인력도 부족”
정부 기대와 달리 시장 반응은 냉소적이다. 개정법 시행과 함께 겉으로 드러나는 불법 행위는 줄어들겠지만, 음지로 숨기 쉬운 온라인 환경을 악용해 투자자를 기만하는 행위는 계속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업체 직원 여러 명이 가입자인 척 단체 대화방에 들어와 투자자 한 명을 속이거나 미등록 투자자문에 대한 채증을 차단하고자 녹음을 못 하게 하는 식으로 그 수법도 날로 치밀해지고 있다”며 “주식 리딩방 관련 불법·불건전 행위 이슈는 (법 개정 이후로도) 완전히 사라지기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수십 명이 채 되지 않는 금융당국의 점검 인력 규모도 우후죽순 늘어나는 리딩방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의 점검 방식은 직접 유사투자자문업체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해 위법 행위 여부를 파악하는 ‘암행점검’과 업체 홈페이지, SNS, 블로그 등에 접속해 게시 자료 중심으로 위법 행위를 살피는 ‘일체점검’을 나뉜다.
박혜진·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사투자자문업 현황과 개선 방향’ 보고서를 통해 “현재 감독인력 만으로는 2000개가 넘는 유사투자자문업자와 신고도 없이 불법적인 유사투자자문을 제공하는 자들을 제대로 검사할 수 없다”며 “불법·불건전 행위의 단속과 처벌은 향후 유사 문제 재발 방지와 시장 규율 확립을 위한 핵심 조건이므로 이들에 대한 상시 감독인력 보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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