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후 관측 SAR 첫 상용화 美 카펠라스페이스 “저해상도 위성과 협업, 정보 추출 속도 높인다”
“수요자 요구 따라 기술 개발해 경쟁력 확보”
미국의 카펠라스페이스(Capella Space)는 합성개구레이더(SAR)를 처음으로 상용화한 기업이다. SAR은 국방·안보 분야에서 많이 쓰였지만, 최근에는 민간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인 뉴스페이스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이 됐다. 이 회사는 핀란드의 아이스아이(ICEYE), 미국의 맥사 테크놀로지와 함께 SAR을 활용한 위성 영상 서비스를 이끄는 대표 기업이다.
마일로 베라스카(Milo Vejraska) 카펠라스페이스 세일즈엔지니어링 디렉터는 지난 12일 서울 서초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최근 위성 영상 서비스 시장은 기업들 간의 경쟁과 협력이 활발히 이뤄지는 역동적인 분야”라며 “인공지능(AI) 기술과 저해상·고해상 영상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법이 시장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베라스카 디렉터는 서울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SAR은 레이더를 순차적으로 쏜 후 지면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의 차이를 이용해 정밀한 영상을 얻는 기술이다. 광학카메라를 장착한 위성은 구름이 끼거나 밤이 되면 지상을 관측할 수 없다. SAR은 전파를 이용하는 덕분에 날씨와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지금까지 SAR은 24시간 운영이 필요한 안보·국방 분야에서 주로 활용됐다. 도로 위 자동차의 종류를 알 수 있을 정도로 1m 미만 초고해상도 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지상의 가로세로 1m보다 작은 길이를 위성 영상에서 한 점으로 인식한다는 말이다. 최근 민간 기업들도 SAR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용 분야는 광산업이다. 지면의 변화 정도를 시간에 따라 추정해 붕괴 사고를 예방한다. 작황과 토양 수분 함유량을 평가하기 용이해 작물 선물 거래 같은 금융 시장에서도 수요가 크다. 베라스카 디렉터는 “SAR 영상이 상용화된 초기에는 주로 고객들이 영상 정보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데 익숙해지도록 돕는 수준의 서비스를 했다”며 “최근에는 고객들의 요구에 기반해 새로운 데이터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민간 수요가 늘면서 SAR 영상의 정보 해석과 분석 속도를 높이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점차 방대해지는 데이터를 쉽게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광학 영상을 제공하는 업체는 AI를 이용해 해상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만, 이미 고해상도 영상인 SAR은 AI로 고객이 원하는 정보 분석에 특화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베라스카 디렉터는 “SAR 영상은 고해상 정보 양이 방대해 고객들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추출해내기 어렵다”며 “먼저 저해상 영상으로 관측 대상을 찾고, 고해상 영상으로 정밀하게 분석하는 ‘팁 앤드 큐(Tip & Cue)’ 방식의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팁 앤드 큐 방식은 주로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 추적 같은 분야에서 활용된다. 영상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 사용량과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어 물류, 무역, 국방 분야에서 가치가 크다. 가령 석유를 운반하는 유조선의 이동 경로와 물동량을 알면 석유 가격을 예측해 금융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카펠라스페이스는 지난해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협약을 맺고 SAR 영상을 기반으로 NASA의 저해상도 위성 영상의 품질을 높이는 작업도 하고 있다. 베라스카 디렉터는 “팁 앤드 큐는 SAR 영상 산업에서 최근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한 기업 내부에서 할 수도 있으나, 광학 영상 기업과 협력을 통해 이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SAR 영상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산업 규모도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기업인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전 세계 SAR 시장은 올해 52억1000만달러(약 7조2000억원)에서 2029년 88억달러(약12조1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은 민간 기업이 SAR 영상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 해상도가 1.5m 이하인 위성 영상은 유통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베라스카 디렉터는 “미국도 초기에는 SAR 영상 해상도 제한이 있었으나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규제를 축소, 최종적으로는 폐지했다”며 “이제는 유럽, 아시아 기업들과 기술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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