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푸른 유니폼’으로..토론토서 실패한 비지오, 다저스서 비상할 수 있을까[슬로우볼]

안형준 2024. 6.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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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비지오는 다저스에서 비상할 수 있을까.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LA 다저스는 6월 13일(한국시간)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다저스는 토론토에 2000년생 우완 불펜투수 브레이든 피셔를 내줬고 토론토는 다저스에 내야수 캐반 비지오와 현금을 보냈다. 토론토는 마운드를, 다저스는 타선을 각각 보강했다.

사실 말이 '보강'이지 결국은 전력 외인 자원을 맞바꾼 것이다. 토론토는 지난 8일 비지오를 이미 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지명할당)했고 다저스도 드래프트 지명 6년 동안 빅리그에 근접하지 못한 피셔에게 큰 기대감은 없었다. 비지오가 DFA된 선수고 마이너리거인 피셔에 비해 매우 높은 4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인 만큼 토론토가 일정 부분의 연봉 보조를 해준 셈이다.

비지오는 올시즌 토론토에서 44경기에 출전했다. 2루수, 우익수, 1루수, 3루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팀의 야수진 운용에 도움을 줬다. 하지만 타석에서 .200/.323/.291 2홈런 9타점 2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데뷔 후 최악의 타격 성적이었다. 결국 토론토는 8일 마이너리그에서 내야수 스펜서 호르비츠를 콜업하며 비지오를 40인 로스터에서 지웠다.

빅리그 데뷔 6년, 입단 9년만의 씁쓸한 작별이었다. 1995년생 비지오는 유망주 랭킹 최상위권에 오른 특급 유망주는 아니었지만 상당한 기대를 받은 선수였다.

토론토가 2016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에서 지명한 비지오는 입단 초기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보 비셋,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SD) 등 '빅리거 2세'들이 메이저리그의 화두로 떠오르며 함께 주목을 받았다. 비지오의 아버지는 빅리그에서 20년 동안 통산 3,060안타, 291홈런 414타점을 기록했고 7차례 올스타 선정, 4차례 골드글러브 수상, 5차례 실버슬러거 수상을 이룬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전설이자 '명예의 전당 멤버'인 크랙 비지오다.

2019년 빅리그에 데뷔한 비지오는 데뷔시즌 100경기에 출전해 .234/.364/.429 16홈런 48타점 14도루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투표 5위에 올랐다. 정교함은 다소 부족했지만 장타력과 주루 능력, 출루 능력까지 두루 선보이며 큰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단축시즌 59경기에서 .250/.375/.432 8홈런 28타점 6도루를 기록하며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게레로, 비셋과 함께 토론토를 지탱하는 새로운 기둥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21시즌 부상을 겪으며 성적이 뚝 떨어졌고 이후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데뷔 첫 2시즌 동안 159경기에서 .240/.368/.430 24홈런 76타점 20도루를 기록한 비지오는 이후 4시즌 동안 333경기 .219/.328/.351 24홈런 100타점 12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원래 뛰어나지 않았던 정교함은 더 아쉬워졌고 장타력이 크게 하락했다. 결국 비지오는 6년 동안 490경기 .227/.343/.382 48홈런 176타점 32도루의 돋보이지 못하는 성적만을 남기고 토론토를 떠나게 됐다.

다저스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를 유독 좋아하는 팀이다. 포수와 1루수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선수들이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팀이 바로 다저스. 특히 지명타자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오타니 쇼헤이가 야수 로스터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다저스인 만큼 유틸리티의 필요성이 더 큰 시즌이다. 사실상 내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비지오는 키케 에르난데스, 크리스 테일러 등과 함께 다저스에서 활용도 높은 벤치 멤버가 될 전망이다. 또 좌타 대타 자원이 부족한 다저스인 만큼 좌타자인 비지오는 매력적인 선수였을 수 있다.

다만 미래가 밝아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올시즌 비지오는 여러 면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커리어 최저 타율을 기록 중이었고 무엇보다 뚝 떨어진 장타율은 이제 4할은 커녕 3할 미만으로 내려앉았다.

세이버매트릭스 지표도 최악이다. 통산 시속 88마일인 평균 타구속도는 올해 시속 82.4마일로 뚝 떨어졌다. 통산 33.2%인 강타비율은 올해 22.2%, 배럴타구 비율도 올해 4.2%로 통산 기록(6.8%)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삼진율도 30.7%(통산 27.0%)로 커리어 최악이고 10.9%인 볼넷율(통산 13.7%) 역시 커리어 최저다. 빗맞은 타구 비율, 내야 뜬공 비율도 커리어 최고 수치. 배트스피드는 리그 최저 수준이다.

좀처럼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보기 어렵다. 당겨친 타구 비율이 겨우 29.2%(통산 42.6%)인 것을 감안하면 타구에 제대로 힘을 싣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리그 평균(8.4%)보다 볼넷을 잘 골라내는 타자고 여러 포지션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이는 선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다른 두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키케와 테일러 역시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테일러는 4년 6,000만 달러 계약이 2025년까지 이어지지만 키케는 단년 계약을 맺은 선수. 비지오의 서비스타임이 아직 1년 남아있음을 감안할 때 다저스가 비슷한 성적이라면 비지오보다 키케를 먼저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로스터 자리를 지키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키케보다 오래 다저스에 남는다고 해도 결국 다음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그 전에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야 한다.

'빅리거 2세 그룹'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던 비지오는 다음시즌이면 30세가 된다. 더는 기대주가 아니다.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 구단들의 부름을 받을 수는 있지만 반등이 없다면 결국 '임시 선수'로 여러 곳을 전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죽음의 조'였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와 달리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절대강자인 다저스와 나머지 팀들 간의 격차가 크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가 더 타자 친화적인 환경이기는 하지만 '다저스 선수'인 것이 이득인 면도 분명 있다. 과연 다른 푸른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비지오가 다저스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자료사진=캐반 비지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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