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향해 달리는 여당 정책특위…"진짜 일 하려면" 당 일각 우려도
국민의힘이 '야당 독주'에 맞서겠다며 발족한 각 분야 정책 특별위원회(특위)를 바탕으로 민생 정책 발굴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특위가 효과적인 정책 논의과 '거야 투쟁'의 수단이라는 목소리가 크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우려도 없지 않다. 결국 상임위에 들어가지 않고서는 '일하는 여당'으로 거듭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자체 '상임위 배정 가안'을 짠 뒤 이에 맞춰 활동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벌써부터 특위 출구전략에 대한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흐름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15개 특위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테면 기후위기대응특위 위원들은 전날 오후 2시 서울 관악구 도림천 일대로 홍수 대응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저출생대응특위도 같은 날 첫 회의를 열고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 등 정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했다. 에너지특위도 지난 13일 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한전)와 전력망 공급 계획을 논의했다. 특위는 이른 시일 내 전력망 특별법의 입법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 방문 등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로서 국민의힘에서 특위를 통해 대야 투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야권이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자 반발하는 차원에서 특위를 발족했다. 국민의힘은 관행적으로 제2당 몫인 법제사법위원장을 넘기지 않으면 나머지 7개 상임위 구성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특위 체재로 정부와 민생 정책 내면서 '일하는 여당'이 되겠다는 것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가 끝나고 기자들로부터 '상임위를 대체하는 역할을 하는 특위에 지속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을 받자 "상임위에서 하는 청문회 이상으로 활발한 토론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모 국민의힘 의원은 "부처와 의견 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며 "한 번 하기로 했으니 (국민 앞에) 성과를 확실히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여당의 상임위 불참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의 '상임위 거부'와 관련해 "세비 아깝다는 비판이 안 들리는가. 고집 그만 부리고 일하러 나오라"고 밝혔다. 그는 "이만하면 충분히 기다렸고 기회도 넉넉히 드렸다"며 "월요일(오는 17일)에 본회의를 열어 7개 상임위를 구성하도록 거듭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이 입법 권한도 없는 특위들을 만들었다"며 "법적 지위가 모호한 특위에 장·차관은 물론 공무원들을 오라 가라 한다. 집권당으로서 양심이 있으면 이럴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여당 일각에서도 더 유의미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상임위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률 제정·개정 등 국회의원의 근본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특위 아닌 상임위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입법 형태로 발의된 법안도 결국 상임위를 거쳐야 한다.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상임위와 달리 특위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지 않으면 여론의 주목도가 떨어지기 쉽다.
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특위로 좀 더 버텨보자는 분들도 많지만 특위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꽤 들린다"며 "여당이기 때문에 더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7개 상임위라도 받자고 하는 의원도 꽤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여당 자체적으로 상임위 가안을 구성한 뒤 여기에 맞춰서 특위 활동을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며 "추후 상임위에 들어갈 때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도 특위 체제에 대한 출구전략을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의회정치 원상 복구는 잘못된 원 구성을 전면 백지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를 향해 "원 구성 협상을 주제로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출구전략과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다음달 (당 대표 선거가 예정된) 23일쯤 상임위로 복귀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특위를 통해 '정부 법안 발의' 등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낸 뒤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등 지도부를 선출한 것을 계기로 원내 활동을 본격 시작한다는 것이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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