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되기까지 '7년'버틴 악바리, '녹슬지 않고 익어가는' 안양 김운의 축구[인터뷰]
[안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2021시즌 정규리그 2위로 K리그2(2부리그) 플레이오프, 2022시즌 3위로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던 FC안양은 2023시즌을 6위로 마치며 예년보다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유병훈 감독이 이끄는 안양은 16라운드까지 '1위(14경기 9승3무2패 승점 30점)'라는 놀라운 결과를 내고 있다. 안양의 '꽃봉오리 축구'에서 '보랏빛 꽃향기'가 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팀의 선두 질주에 확실한 공을 세운 스트라이커는 다시 마음을 다잡으며 리그 재개를 기다렸다. 무려 '7년'의 인내를 견뎌내고 프로축구에 입성한 '늦깎이 신입생'은 안양과 함께 유의미한 날갯짓을 보였다. 그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닌, 기다림 속에서 익어갔던 공격수는 이제 달콤한 열매를 따고자 한다.
스포츠한국은 먼 길을 돌아왔지만 마침내 프로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안양의 공격수 김운(29)을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만나 그의 축구 인생, 안양과 함께하고 있는 현재에 대해 들어봤다.
상대적으로 늦은 편인 중학교 때 엘리트 축구에 입문한 김운. 하지만 그는 늦은 시작을 메우고도 남을 '악바리'였다.
"초등학교 때 축구를 시작한 친구들이 리프팅 100개를 할 때 나는 10개도 못하더라. 무시도 당하는 등 서러운 시간이었다. 그때 울면서 '지금은 내가 가장 못하지만 졸업할 때는 팀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개인 운동도 하고 감독님 눈에 들면서 그 다짐을 이룰 수 있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거쳐 '축구 명문' 건국대에서 선수 경력을 이어간 김운은 4학년이 되던 2016년에 프로팀 입단을 앞두고 있었다. 그의 축구 커리어는 그렇게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하지만 김운을 원했던 프로팀의 감독이 사령탑에서 물러나며 모든 계획이 정지됐다. 김운은 부랴부랴 한국과 일본 프로팀들의 테스트를 봤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이대로 축구를 그만둘 수 없었던 그의 선택은 당시 4부리그 격의 세미프로리그인 K3리그 어드밴스로 가는 것. 그렇게 이천시민축구단에서 축구선수 커리어를 이어갔다.
"오래 전부터 프로팀 입단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가 K3리그 어드밴스를 가야한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많이 상하더라. 하지만 더 이상의 방법이 없었다. 이천시민축구단에 들어간 이후에는 '그 누구도 탓하지 말고, 1년 동안 부딪쳐 보자. 그래도 안 되면 그만두자'고 다짐했다."
한 번 다짐한 걸 이루고야 마는 김운의 악바리 근성은 20대 청년이 돼서도 그대로였다. 그는 이천시민축구단 데뷔 시즌에 15골을 터뜨리며 K3리그 어드밴스 득점왕을 차지했다. 이후로도 내셔널리그(3부리그 격) 경주 한수원을 비롯해 고양 KH FC, 당진시민축구단 등 세미프로 팀들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프로의 꿈을 이어갔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은 자에게 결국 길이 열렸다.
"지금 함께하고 있는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고 겨울 이적시장서 새 팀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때 유병훈 감독님이 당시 스카우트였던 주현재 플레잉코치에게 내 하이라이트 영상을 받아보셨고, 나를 좋게 봐주셔서 안양에 입단하게 됐다. 계약서에 서명한 후 감독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내가 2016년 겨울에 안양으로 테스트를 보러왔던 걸 기억하시더라. 그러면서 '내가 당시에는 결정권 없는 막내 코치여서 너를 뽑을 수 없었다'며 아쉬워하셨다. 감독님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움직임, 확실한 마무리, 공격 포인트 생산력 등 내 능력에 맞는 명확한 요구를 해주신다. 팀에 처음 와서 적응할 때도 감독님이 '시즌 초반 경기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이 악물고 버틴다면, 나는 너에게 기회를 줄 거다'라고 말씀해주신 게 정말 큰 힘이 됐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며 실력을 연마한 김운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 4월6일 안산 그리너스와의 5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전 교체로 들어가 추가시간 헤딩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을 구했다. 1994년생, 만 29세 중고 신인의 '프로 데뷔전 데뷔골'.
이후 16라운드까지 김운의 기록은 9경기 3골2도움. 그중 5경기를 교체 선수로 뛰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효율이다. 리그 재개 후 그의 활약에 다시 기대를 걸어볼만한 수치.
"교체 명단에 들면서도 경기에 나가지 못할 때 '출전하게 되면 내 존재감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고, 안산전서 기회가 왔다. 프로 데뷔전 데뷔골을 팀의 결승골로 만들었기에, 축구를 그만두는 날까지 그 장면은 잊지 못할 것이다. 안양이 리그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내려가고 싶지 않다. 팀의 승격 순간에 '나도 이바지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공격 포인트 10개를 채우고 싶지만, 일단 5골3도움을 목표로 잡고 있다. 리그 재개 후 하루빨리 득점을 터뜨리고 싶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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