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향한 공정위의 칼끝..."소비자 기만한 대가" vs "액수 많고 고발 지나쳐"
시민 단체 "쿠팡, 소비자 기만 사과해야"
"과징금+형사 고발 과해" 의견도
쿠팡-공정위 반박 주고받으며 대립
결국 법정으로...LG생건 신고 땐 쿠팡 승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을 향해 휘두른 '역대 유통업계 최대 금액인 1,400억 원 과징금' 철퇴를 두고 "당연한 처사"라는 반응과 "구시대적이고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공정위와 쿠팡이 연일 여론전을 펴고 있는 가운데 법정 공방까지 예상되면서 결국 '쿠팡의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승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시민단체 신고로 시작 '쿠팡 1400억 과징금 사태'
이번 사건은 2022년 참여연대 등이 "임직원을 동원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에 대한 조직적 리뷰를 작성하고 있다"는 취지로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공정거래법·표시광고법 위반)하면서 시작됐다.
2년 넘는 조사 끝에 공정위는 쿠팡과 CPLB(PB 상품 전담 납품 자회사)가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두 회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 원도 내도록 했는데 지금껏 개별 유통업체에 부과한 과징금 중 가장 많은 액수다. 국내외 기업 단독 사건(담합 사건 제외)으로 줄 세워봐도 다섯 번째에 꼽힌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1315310005113)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1314210001329)
최초 신고에 나섰던 시민단체들은 공정위가 내린 결정을 반겼다. 참여연대는 "온라인 거래에서 상품 순위와 리뷰는 소비자 선택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쿠팡은 자사 우대와 소비자 기만 행위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라는 논평을 13일 냈다. 한국소비자연맹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상품 순위와 이용 후기가 조작이나 위법행위 없이 공정하게 소비자에게 제공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조치"라고 의미를 뒀다.
"영업익 23% 달하는 과징금·형사처벌 과해"
공정위의 이런 '초강수'가 지나치다는 반응도 있다. 우선 2023년 쿠팡의 영업이익(6,274억 원)의 약 23% 정도인 과징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해치는 게 아닌데도 1,400억 원을 부과하면서까지 규제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이런 '본보기성 규제'는 시대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형사고발 조치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한국리걸테크산업협의회장)는 "민주주의가 발달한 선진국들은 시정 명령이나 과징금으로만 대응하지 기업이 상품 진열을 잘못했다고 감옥에 보내지 않는다"면서 "아직도 왕정 시절의 관점으로 국민과 기업을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공정위-쿠팡, 법적 공방 예고... '장외 여론전'도
공정위와 쿠팡은 지금까지도 치열한 장외전을 벌이고 있다. 쿠팡 측에서 "(공정위가)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추천을 금지할 경우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는 불가능하다"고 하면 공정위는 "위계 행위를 중지하더라도 로켓배송 상품 등에 대한 필터 기능 적용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받아치는 식이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1317020005911)
제재 다음날인 14일에도 설전이 이어졌다. 쿠팡이 14일 '쿠팡 직원 리뷰 조작 없었다는 5대 핵심 증거'라는 반박 자료를 내고 ①진솔하고 객관적인 리뷰를 작성했으며 ②'별점'을 낮게 준 직원에게 불이익을 가한 바가 없고 ③임직원 체험단 평균 점수(4.79점)가 일반인 체험단(4.82점)보다 오히려 낮았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그러자 다시 공정위가 "이번 사안은 쿠팡 임직원의 개별 구매 후기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면서 "입점업체엔 구매후기 작성을 금지하면서 자신(쿠팡)은 구매후기를 작성, 별점을 부여해 PB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되기 유리하게 하고 소비자를 유인한 게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공정위가 쿠팡을 검찰에 고발함과 동시에 쿠팡도 행정 소송을 예고한 터라 이번에도 시시비비를 법정에서 가리게 됐다. 앞서 공정위가 "쿠팡이 시장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 거래를 했다"는 LG생활건강의 신고를 받아들여 시정 명령과 과징금(32억9,700만 원)을 부과했던 건에 대해, 쿠팡이 취소 청구 소송을 내 2월 승소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20116130000607)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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