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독주…법사위는 ‘채상병 특검법’ 소위 회부, 과방위는 ‘방송 3+1법’ 상정
무수한 ‘사상 초유’의 기록을 낳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밀어붙이기는 14일에도 계속됐다.
여야 갈등의 한복판에 있는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야당 단독으로 회의를 열고 1·2 법안심사소위원장에 강성 친명인 김승원·장경태 의원을 각각 선임했다. 야당 몫인 한자리마저 민주당 의원으로 채운 것이다. 그러곤 ‘채 상병 특검법안’을 상정, 법안소위에 회부했다. 21일 입법청문회를 열기로 의결하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을 증인(12명)과 참고인(3명)으로 채택했다.
이날 회의에 불참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두곤 정청래 위원장이 “앞으로 필요한 경우는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원 구성 협상을 원점에서 다시 하자”고 주장했지만, 역부족인 상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의회정치 원상복구는 잘못된 원 구성을 전면 백지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민주당은 최소한 법사위·운영위·과방위를 원점에 돌려놓고 협상에 임해달라”고 말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10여 일, 이처럼 역대 국회에서 못 보던 일들이 하루가 멀다고 벌어지고 있다. 앞서 5일 야당에 의한 첫 국회 개원이 이뤄졌고, 10일엔 1987년 체제에서 처음으로 야당이 운영위원장직을 차지했다. ‘국회의장=제1당, 법제사법위원장=제2당’이란 근래의 관행도 더불어 깨졌다.
이 같은 일방독주는 20대 국회 말에 제1·2당이 합의처리해 왔던 선거법을 제2당(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제1당(민주당)이 일방처리한 것이나, 21대 국회에선 18개 상임위를 민주당이 모두 차지한 것, 그 이상이란 평가다.〈그래픽 참조〉
민주당에선 “관례는 깨지기 위한 것”(정청래)란 주장이 나오지만, 민주주의의 작동을 위해선 관례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관례가 상대에 대한 관용과 이해, 제도적 자제를 의미해서다. 이른바 ‘민주주의의 가드레일’이다. 이게 무너지면 지금 국회처럼 “합법적으로 극단적인 전술을 활용하는 악순환”(정치학자 에릭 넬슨)을 불러온다.
정치학자들은 현 상황을 대단히 우려한다. 장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다수당의 폭주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 중”이라며 “소수 의견을 위해 존재하던 많은 관례가 깨지고 있다. 다수에 의한 지배에는 소수에 대한 경청과 존중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도 “국회는 다원주의적 원칙이 적용되는 곳이기에 일방적으로 법이 우세할 수 없다”며 “상임위 구성할 때 과거에는 한 달이라도 고민하는 척을 하는 성의를 보였다. 이번처럼 ‘상임위 줄 때 가져가라’는 식의 존중이 없는 태도가 정치를 극단으로 몰고 가고 피해는 결국 국민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국회가 양당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선거제를 바꿔서 제3당, 제4당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까지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이날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 “결국은 희대의 조작 사건으로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1심 징역 9년 6개월)와 공모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불법 송금한 혐의(제3자뇌물 등)로 지난 12일 기소된 데 대한 반응이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면서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긴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일한 사건에 대해 동일한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전혀 다른 판단을 했다”며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에 대한 1심 판결(지난달 23일, 징역 3년 6개월)은 ‘북한에 송금한 800만불이 쌍방울 그룹의 대북 사업 주가 부양을 위한 대북 사업의 대가’라고 판시했는데, 어떻게 이 전 부지사 1심 판결(지난 7일)은 ‘이재명과 경기도를 위한 송금’이라고 하느냐”고 했다.
이날 법정 앞엔 ‘개딸’ 수십명이 찾아와 “윤석열 탄핵” “김건희 구속”을 외쳤다.
김준영·성지원·원동욱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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