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실크로드 달린다…2027년까지 6편성 수출 계약
한·우즈베키스탄 정상회담
현대로템과 우즈베키스탄 철도공사는 14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고속철 공급 및 유지 보수 계약을 맺었다. 2027년까지 ‘KTX-이음(EMU-260)’을 개량한 시속 250㎞급 고속철 총 6편성(1편성 당 객차 7량)의 열차를 공급한다는 내용으로 2억 달러(약 2700억원) 규모다. 타슈켄트~부하라(590㎞), 부하라~히바(430㎞) 구간 등 1216㎞를 달릴 예정이다. 이날 계약은 윤석열 대통령과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확정됐다. 윤 대통령은 “우리 기술력으로 개발한 고속철 차량의 첫 수출 사례”라며 “우즈베키스탄의 철도 인프라 개선에 기여하는 한편 고속철도 운영 등 양국 철도 분야 전반의 협력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KTX-이음은 현대로템이 자체개발한 최대 시속 250~260㎞대의 동력분산식 열차로 2021년 1월 중앙선을 시작으로 중부내륙선과 강릉선 등에서 운행하고 있다. 동력분산식은 기존 KTX와 KTX-산천처럼 앞의 기관차가 뒤에 연결된 객차를 끌고 달리는 동력집중식과 달리 별도의 기관차 없이 객차 밑에 동력(모터)을 분산 배치해 달리는 형식이다. 동력원이 여러 개인 덕에 가·감속 능력이 뛰어나고, 차량 폭이 넓어 좌석 수도 더 많다는 게 장점이다.
이번에 우즈베키스탄에 수출할 고속철은 현지 요구에 따라 KTX-이음을 개량하게 된다. 6량 1편성인 KTX-이음과 달리 우즈베키스탄 고속철(UTYEMU-250)은 7량 1편성으로 한 칸이 더 많다. 열차 내부도 달라져 우등실과 일반실만 있는 KTX-이음과 달리, VIP실과 비즈니스실, 일반실 등으로 좌석이 더 세분화되고 식당칸이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유지보수는 코레일이 맡는다.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속철이 해외 진출에 성공하면서 향후 추가적인 시장 개척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박상우 국토 교통부 장관은 “이번 공급계약을 발판으로 고속철도 건설과 차량, 운영으로 이어지는 K-철도가 전 세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5년 세계 고속철도 차량사업은 약 10조원대로 전망된다.
이날 양국은 고속철 공급계약을 포함해 총 17건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 의향서 등을 체결했다. 양국 철도 발전을 위한 협력 등의 내용도 포함해서다. 대통령실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하반기 입찰 예정인 ‘타슈켄트-안디잔 고속도로’를 포함한 53억 달러(약 7조3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사업 수주와 관련한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협조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텅스텐·몰리브덴 등 반도체·2차 전지의 소재가 되는 핵심광물을 다량 보유한 우즈베키스탄과 자원 공급망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의 풍부한 광물자원과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결합해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우즈베키스탄 광업지질부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파트너십 약정’을 맺었다. 양국이 핵심광물 탐사부터 개발·정련·제련·활용에 이르는 전(全)주기 협력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핵심광물 탐사로 경제성이 확인되는 경우 우리 기업이 우선으로 개발 및 생산에 참여할 기회를 마련했다. 산업부는 이날 ‘우즈베키스탄 지역난방 현대화 협력 약정’도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한-우즈베키스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 “30년 전인 1994년, 대우자동차 공장이 아사카 시에서 첫 삽을 뜨며 양국의 경제협력이 시작되었고, 이제 우즈베키스탄은 연간 4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중앙아시아 자동차 산업의 대표 주자가 되었다”며 “대한민국은 중앙아시아의 핵심국인 우즈베키스탄과 협력하면서 미래로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국 측에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타슈켄트=현일훈 기자, 강갑생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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