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이야기는 어디서 태어나는 걸까요? 잎처럼 피어나 새처럼 날아온단다
이야기가 열리는 나무
클라우디오 고베티 지음 | 디야나 니콜로바 그림 | 김영옥 옮김 | 보랏빛소어린이 | 48쪽 | 1만6000원
그날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바람은 동쪽으로부터 불어오고, 보름달이 곧 밤하늘에 차오를 그런 날. 흰 수염 노인이 백 살인지 천 살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옛날 옛적 어떤 세상 작은 집에서, 노인은 오래된 타자기를 탁탁탁 두드려 이야기를 써온 참이다.
아무도 모르는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땅을 가로질러 찾아낸, 모든 것이 꼭 맞아떨어지는 완벽한 장소. 볕 잘 드는 땅을 골라 노인은 종이를 심었다. 노인은 곧 싹이 틀 것을 알고 있다. 정성스레 돌보면 이야기 잎새를 무성하게 피워낼 아름드리나무로 자라날 거라는 걸.
세상에 가득한 수많은 이야기들은 다 어떻게 태어났을까. 어쩌면 세상 어느 귀퉁이엔 모든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가 열리는 나무가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그 나무에 열린 이야기들은 어떻게 우리에게 오는 걸까.
이야기 나무의 이파리들이 살아 숨쉬기 시작한다. 백마를 탄 늠름한 기사, 불을 뿜는 용, 목이 늘씬한 백조,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 노인이 수백 장씩 한땀 한땀 실로 엮어 멋진 가죽 양장 표지를 입히자, 책들은 마침내 새처럼 날아올랐다.
사막 위에선 멋진 뿔 영양이 늠름하게 서서 날아가는 책들을 배웅했다. 고래가 물을 뿜는 바다는 책들의 날개를 거울처럼 비췄다. 기차 위 밤하늘을 가로질러, 몇 날 며칠을 날아온 책들이 마침내 땅에 내려 앉는다. 아이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오래된 도서관이다. 아이가 책장을 펼치자 이야기 종이들이 다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책과 독자의 인연은 하나의 신비다. 책의 탄생과 여정에 관한 상상력이 우아하고 섬세한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듯 유려한 그림 속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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