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이야기는 어디서 태어나는 걸까요? 잎처럼 피어나 새처럼 날아온단다

이태훈 기자 2024. 6. 15.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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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소어린이
이야기가 열리는 나무클라우디오 고베티 지음 | 디야나 니콜로바 그림 | 김영옥 옮김 | 보랏빛소어린이 | 48쪽 | 1만6000원

이야기가 열리는 나무

클라우디오 고베티 지음 | 디야나 니콜로바 그림 | 김영옥 옮김 | 보랏빛소어린이 | 48쪽 | 1만6000원

그날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바람은 동쪽으로부터 불어오고, 보름달이 곧 밤하늘에 차오를 그런 날. 흰 수염 노인이 백 살인지 천 살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옛날 옛적 어떤 세상 작은 집에서, 노인은 오래된 타자기를 탁탁탁 두드려 이야기를 써온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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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땅을 가로질러 찾아낸, 모든 것이 꼭 맞아떨어지는 완벽한 장소. 볕 잘 드는 땅을 골라 노인은 종이를 심었다. 노인은 곧 싹이 틀 것을 알고 있다. 정성스레 돌보면 이야기 잎새를 무성하게 피워낼 아름드리나무로 자라날 거라는 걸.

세상에 가득한 수많은 이야기들은 다 어떻게 태어났을까. 어쩌면 세상 어느 귀퉁이엔 모든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가 열리는 나무가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그 나무에 열린 이야기들은 어떻게 우리에게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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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나무의 이파리들이 살아 숨쉬기 시작한다. 백마를 탄 늠름한 기사, 불을 뿜는 용, 목이 늘씬한 백조,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 노인이 수백 장씩 한땀 한땀 실로 엮어 멋진 가죽 양장 표지를 입히자, 책들은 마침내 새처럼 날아올랐다.

사막 위에선 멋진 뿔 영양이 늠름하게 서서 날아가는 책들을 배웅했다. 고래가 물을 뿜는 바다는 책들의 날개를 거울처럼 비췄다. 기차 위 밤하늘을 가로질러, 몇 날 며칠을 날아온 책들이 마침내 땅에 내려 앉는다. 아이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오래된 도서관이다. 아이가 책장을 펼치자 이야기 종이들이 다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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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자의 인연은 하나의 신비다. 책의 탄생과 여정에 관한 상상력이 우아하고 섬세한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듯 유려한 그림 속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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