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를 꽃피우고 민주주의를 전파한 ‘대륙의 방랑자들’
노마드
앤서니 새틴 지음 | 이순호 옮김 | 까치 | 464쪽 | 2만2000원
“기원전 1만년, 세계 인구가 아마도 500만명 정도였을 때, 유목민 인구는 그 500만명의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옛날 옛적에 우리 모두는 수렵 채집인이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농경을 위해 정착한 사람들이 나타난 뒤에도 정주(定住)하지 않은 채 세상을 떠돈 사람들은 늘 존재했다.
영국의 저명한 논픽션 작가가 쓴 이 책은 마치 달의 이면(裏面)을 보여주듯, 종래 ‘기록 중심의 역사’가 간과한 나머지 절반, 유목민의 역사에 대해 매혹적인 문체로 이야기한다. 로마 제국의 멸망과 함께 시작되는 중세는 흔히 일컬어지는 것처럼 암흑기였나? 아니다. 훈족, 아랍인, 몽골인, 그 밖의 다수의 유목민족에게 그 시기는 동쪽 만리장성에서 서쪽으로 헝가리까지 뻗어나간 광활한 대초원 지대 양쪽 모두에서 눈부신 업적을 이뤄낸 ‘찬란한 시대’였다는 것이다.
정주민의 입장에서 침략, 살생, 파괴자라는 비난을 받았던 그들은 한편으로 대륙을 누비며 문물을 옮기고 동서양을 교류하게 했던 주인공이기도 했다. 좀 과장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들로 인해 르네상스가 꽃피고 민주주의의 가치가 전파되기도 했으며, 그들의 특성인 자유로움과 방랑이 그들이 이룩한 제국(帝國)의 성패를 좌우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자연에 순응하는 유목민의 삶은 유럽의 항해선이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자연을 지배하자’는 이데올로기에 가려졌고, 점차 역사의 무대에서 밀려나게 됐다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지금은 새로운 ‘유목민’들이 출몰하고 있다. 국내 한 원로 언론인이 최근 “한국인의 절반은 이미 노마드”라고 말한 시점에서 새롭게 읽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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