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유고는 우리 것” 獨·이스라엘간 쟁탈전
백수진 기자 2024. 6. 15. 00:37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
베냐민 발린트 지음 |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396쪽 | 2만4000원
2007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살던 일흔셋의 여성 에바 호페는 어머니의 유산을 정리하다 난데없이 소송에 휘말린다. 프란츠 카프카(1883~1924) 소설의 도입부처럼 시작되는 이 책은 카프카의 유고를 둘러싸고 호페와 이스라엘, 독일 간에 벌어진 세기의 재판을 다뤘다. 체코 프라하에 살았던 카프카의 원고가 어떻게 이스라엘 할머니의 손에 흘러들어 갔을까.
독일계 유대인이었던 카프카는 죽기 전 친구였던 막스 브로트에게 “내 모든 원고를 불태워달라”고 유언했다. 브로트는 약속을 어기고 모든 원고를 출간해 카프카를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로 부활시켰다. 나치의 탄압을 피해 이스라엘로 탈출한 브로트는 1968년 사망하면서 자신의 비서였던 에스테르 호페, 에바의 모친에게 카프카의 유고를 남겼다.
에스테르가 죽자 이스라엘 당국은 국가의 소유권을 주장했고, 독일 문학관까지 풍부한 자원과 연구 인력을 내세우며 문화 전쟁에 참전했다. 살아서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이방인 카프카를 두고 벌어진 국가 간의 쟁탈전을 한 편의 부조리극처럼 그려냈다. 최종 판결에 이르면 카프카 소설 ‘소송’의 마지막 문장이 절로 떠오른다. “’개 같군!’ 그가 죽은 후에도 치욕은 살아남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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