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는 폭락했는데… ‘시총 570조’ 이더리움은 왜 건재한가

윤진호 기자 2024. 6. 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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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포브스 편집장, 3년간 파고들어
이더리움 관련자 200여 명 취재해

이더리움 억만장자들

로라 신 지음 | 박세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566쪽 | 3만2000원

2022년 가상 화폐 테라·루나 가격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들은 50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 가상 화폐 시장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당시 비트코인에 이어 가상 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은 테라 사태에 개의치 않고, 이더리움 업그레이드를 발표한다. 테라를 만든 한국인 권도형씨는 6조원이 넘는 벌금을 내는 등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범죄자로 전락했지만, 부테린은 가상 화폐 시장에서 여전히 선구자로 추앙받고 있다. 이 책은 부테린의 이야기를 통해 가상 화폐의 본질에 접근한다. 전 포브스 편집장인 로라 신이 3년간 부테린을 비롯해 관련자 200여 명을 직접 만나 집요하게 취재했다.

◇기사 한 편당 비트코인 5개씩 받던 부테린

가상 화폐의 시작은 2009년 1월 3일 발행된 비트코인이다.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는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부테린의 이야기가 가상 화폐 본질로 다가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이유다. 부테린은 어린 시절부터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명석했다고 한다. 다섯 살 때 세 자릿수 곱하기 실력을 뽐내고 다닐 정도였고,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엑셀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에 진학한 뒤 비트코인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위클리’라고 하는 주간지에 기사를 쓰고, 1편당 비트코인 5개씩 받는 일을 시작했다. 당시 4달러 수준이었지만, 현재 시세로는 4억50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부테린이 10대 때 백만장자가 된 비결이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공동 설립자가 지난 2022년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소피텔 엠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비들 아시아 2022 컨퍼런스'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뉴스1

초창기 비트코인에 심취해 갑자기 백만장자가 된 사람은 부테린뿐만 아니다. 그와 함께 이더리움을 설립한 앤서니 디 이오리오는 ‘사토시 서클’이라는 비트코인 도박 사이트를 만들어 매각해 비트코인 2400개를 받았다. 이 중 대부분은 비트코인 개당 가격이 150달러 이하일 때 받았다. 비트코인 2400개의 현재 시세는 2000억원이 넘는다.

◇탈중앙화로 생태계 확장

현재 570조원에 달하는 시총을 기록 중인 이더리움을 만든 사람들의 사고와 그들이 구현하고자 한 세계는 어떠할까. 이더리움이 가장 중요했던 순간마다 그들이 내린 결정을 하나씩 따라가 보면 지금의 가상 화폐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더리움의 가장 큰 특징은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 같은 기관 없이 이용자끼리 금융 활동을 하는 ‘탈중앙화’를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탈중앙화는 블록체인의 기본 이념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제3의 기관 없이 개인 간 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가치를 저장하는 통화의 기능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더리움의 출현으로 블록체인의 생태계가 확장됐다.

이더리움 생태계에서는 정보를 저장하고 전송하기 위해 은행 같은 제3자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체 수수료 같은 전송 비용이 저렴해지고, 제3자의 서버에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해킹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진다.

◇부테린 의견 따라 비영리 운영

저자는 이더리움 초창기 이야기에 집중했다. 이더리움은 2014년 6월 7일, 스위스 임대 주택에 모인 8명의 공동 설립자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 자리에 부테린도 있었다. 당시 부테린의 나이는 20살에 불과했다. 설립자들은 대부분 비트코인을 초기부터 보유해 부를 축적한 상태였다. 비트코인의 한계를 잘 아는 이들은 이더리움 가능성을 보고 모였다.

이더리움은 설립 단계부터 쉽지 않았다. 부테린을 비롯한 개발자들은 이더리움을 비영리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찰스 호스킨슨과 같은 기업가들은 영리로 운영하고 초기에 투자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부테린의 의견대로 이더리움은 비영리로 운영하기로 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호스킨슨을 비롯한 미하이 앨리시, 앤서니 디 이오리오, 개빈 우드, 제프리 윌크, 조 루빈, 아미르 체트리트 등 다른 설립자들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이더리움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흘렀다. 이더리움에서는 부테린의 세계가 모두 구현됐을까. 이더리움의 한계를 지적하며 3세대 블록체인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고, 이더리움 자체도 업그레이드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아직은 도달하지 못한 듯하다.

가상 화폐 시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눈앞에 보이는 자극적인 가격에 휘둘리지 않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혹은 그 외 코인에 투자하기 전 블록체인의 본질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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