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시리즈의 종말?
“시리즈가 더 이상 팔리지 않아요.”
출판인들과 함께 한 식사 자리에서 한 중견 출판사 대표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이 출판사는 지금까지 출간해 온 시리즈물을 모두 접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 시리즈는 2015년부터, 다른 하나는 2020년부터 시작해 꽤나 두꺼운 팬층을 확보했는데, 언젠가부터 판매가 확연히 떨어진답니다. 시리즈물은 성격상 미리 계약을 많이 해 놓는데, 이미 계약해 놓은 저자들의 책은 단독 저서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2017년 출판사 세 곳이 합심해 론칭한 ‘아무튼’ 시리즈의 성공 이래 몇 년간 한국 출판계는 ‘취향과 애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시리즈물 춘추전국시대를 맞았습니다. 출판사 입장에선 기획이 편하고,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으면 새 책이 나올 때마다 굳이 홍보하지 않아도 “아, 그 시리즈 중 한 권이군요” 하며 서점 MD들이 바로 알아봐주는 데다, 독자들 역시 “믿고 보는 ΟΟ 시리즈”라며 기꺼이 지갑을 여니 시리즈물을 안 할 이유가 없었지요. 기성 작가들 중엔 “시리즈 중 한 권이 되면 내 책의 고유성이 묻힌다”며 참여를 꺼리는 이들도 있지만, 신인 입장에선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곳이기도 했습니다. 저자 인지도가 낮아도 유명 시리즈에 포함되면 판매 가능성이 높으니 출판사들이 새로운 저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시리즈가 나오면 서점도, 독자들도 “또야?” 하며 시큰둥해 한답니다. 시리즈물을 접기로 했다는 출판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독자들은 역시 한 권의 산뜻하고 의미 있는 신간을 원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늘어나는 부동산 시장처럼, 출판시장 역시 ‘똘똘한 한 권’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걸까요?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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