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실패 넘나들며 글로벌 제약사서 17년… 業이란 무엇인가 묻다
13년 기자 생활을 마치고 글로벌 제약 회사로 이직해 17년째 일하는 저자가 “솔직히 헬스케어 분야에서 이렇게 오래 일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더니 친한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적 자신감을 주는 일이잖아. 너 기자 일 할 때도 그렇지 않았니?”
황성혜(52)의 책 ‘나는 왜 일을 하는가’(새의노래)는 마감이 있는 인생을 살다가 누구도 마감이 언제인지 가르쳐주지 않는 새로운 일터로 옮긴 저자가 분투하며 업(業)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저자는 한국화이자제약을 거쳐 현재 한국존슨앤드존슨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 임원이 썼다니 ‘엄근진’(엄격·근엄·진지)할 것 같지만, 실은 후배들과 친구들에게 다정한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은 책이다. “선배처럼 이마에 ‘다.정.’ 두 글자가 쓰인 사람이 어떻게 변신하고 살아왔을지 너무 궁금했어요”라는 후배의 말이 책을 쓴 동기가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글로벌 기업은 직원들의 행동 양식 변화를 위해 캠페인을 굉장히 많이 한다. 처음엔 다름을 포용하기, 위기 속에서 기회 찾기, 서로 솔직히 말하기 등이 회사의 성장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가치들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이더라.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글로벌 기업이 강조하는 가치가 결국 선한 사람이 되어 타인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 위한 ‘인생 수업’이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성공뿐 아니라 실패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항암제 급여를 놓고 우리 정부와 협상을 벌인 경험, 직급이 아니라 비행 시간으로 좌석 등급을 결정하는 기업 문화, 앞만 보고 달리다 번아웃을 겪었지만 극복한 이야기 등을 진솔하게 적었다. “책을 쓰면서 글쓰기의 힘을 실감했다. 쓰면 쓸수록 더 솔직해졌고, 나다워지는 것 같더라. ‘walk the talk’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말한 대로 사는 것’이라는 뜻인데, 말로만 강조해 놓고 실행을 못 하는 리더에게 많이 하는 말이다. 책에 적은 내 모습이 실제의 나보다 ‘요만큼’ 더 멋있는 것 같다(웃음). 앞으로의 인생도 평탄하지 않겠지만, 책에 쓴 대로 살아볼 작정이다.”
수년씩 걸리는 프로젝트를 굴하지 않고 이끌어갈 수 있었던 힘은 “결국 ‘왜(why)’에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암에 걸린 엄마와 뜻하지 않은 작별을 해야 했다. 당시 엄마 나이는 50세였다. 누가 나한테 어떤 역할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감사하게도 환자와 가족들이 건강하게 살도록 돕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보다 많은 가정의 아이들이 엄마와 이별하는 슬픔을 줄이는 업무를 한다고 말하고 싶다. … 이것이 내가 이 일을 하는 ‘왜(wh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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