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푸틴 방북 시기에 복원되는 한·중 안보 대화
한·중 외교 안보 대화가 다음 주 초 서울에서 열린다. 양국 외교부와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동시에 만나는 ‘2+2′ 형식의 전략 대화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열린 것이 마지막이다. 이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9년간 열리지 못했다. 이것을 지난달 서울 한·중 정상회담에서 복원하기로 합의하면서 수석대표의 격을 차관급으로 격상했다. 중국이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선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개최 시점은 아직 조율 중이지만 18일이 유력하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이날 평양에 도착할 가능성이 크다. 북·중·러 3자는 서로가 오랜 우방이지만 최근엔 미묘한 긴장 관계가 조성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러가 무기 거래를 통해 급속 밀착하는 사이 북·중 관계는 상대적으로 소원해진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하고 북·중 친선의 상징물을 없애는 등 이상 징후도 여럿 포착되고 있다. 의도된 것은 아니겠지만 북·러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는 날 서울에서 한·중이 고위급 안보 대화를 갖는 것은 상징적이다.
한·중 관계는 낙관할 수 없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을 적절히 관리하며 합리적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중국이 한국과 대화 복원에 나선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미 연합훈련이 정상화되고 한·미·일 3각 안보 공조가 긴밀해진 것과 무관치 않다.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과의 관계를 관리해야 할 필요가 커진 것이다.
한·중 외교 안보 대화에선 ‘책임 있는 대국’을 자처하는 중국이 북핵 폐기에 역할을 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북핵 폐기는 중국 국익에도 부합한다. 북·러의 무기 거래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야 한다. 이는 우리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 북·러 밀착은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우리 입장도 재확인해야 한다.
침략 전쟁을 일으켜 외교적으로 고립된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책임과 의무를 팽개치고 있지만 중국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세계와 무역하는 나라로서 국제사회의 평판을 무시할 수 없다. 당장 중국의 전향적 행동을 기대하긴 어렵더라도 이런 문제를 한·중이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 이견을 좁히고 오판을 방지하는 장치로 한·중 안보 대화를 활용한다면 양자 관계뿐 아니라 지역 정세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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