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첫째, 그들은 트럼프 후보는 대단히 예측하기 힘든 사람이라고 말했다. 구소련과 러시아 연구의 권위자인 스탠퍼드대 스테픈 코트킨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푸틴 대통령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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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별 시나리오 짜 대비해야
주한 미군과 분담금 연계 협상
김정은과 협상 재개 가능성
한·미·일 3국 협력은 유지될 듯
」
둘째, 트럼프 후보는 개인적 관계를 상당히 중시한다는 점이다. 정책이나 전략적 고려보다도 상대국 지도자와의 친밀한 인간관계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간파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2016년 말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자마자 뉴욕으로 달려가 그를 만났다. 그러한 그의 행보에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눈살을 찌푸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기민함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과 내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위기 도발시 한국이 아니라 일본의 아베 총리를 먼저 찾곤 했다. 우리 정부 인사들도 이점을 충분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셋째,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 물었다. 주한미군 철수는 오랫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나 사적인 비공개 석상에서는 그 질문에 답하기보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를 꺼냈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요구하는 분담금 인상 요구에 대해 한국이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간접적 대답이었다. 트럼프 후보는 이미 그런 속내를 언론 인터뷰에서 비친 바 있다.
트럼프 후보의 협상 스타일은 아주 높은 값을 먼저 불러 선수를 치는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이 부르는 값을 깎으려 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실무 협상 전략이 대단히 중요할 것이다. 미국 측이 어느 정도 만족할 만큼은 지급하되,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 약속에 더해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추가로 받아낼 사안들을 잘 정리해 두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나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차관보는 한국이 일본처럼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이나 우라늄 농축 기술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만일 미국 측에서 만족할 만큼의 분담금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경우, 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9개월마다 순환 배치되는 미군 여단(약 6000명)이 새로 전입 배치되지 않으면 그만큼 실질적으로 감축 되어버릴 것이다. 미국 의회가 미군 감축을 제한하는 국방수권법 등의 법적 장치를 마련했지만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무리해서 감축하는 길은 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고 보는 듯했다.
넷째,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고, 그렇기에 북한과의 협상 재개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보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이 2018~19년 대북 협상을 주도할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전과 후, 꼭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났음을 주목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만큼 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의 영향권 안에 있을 것이기에 협상의 성공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았다. 만일 북·미협상이 시작된다면, 한국의 안보가 확실히 보장되도록 못 박는 외교적 방안들과 대미 협상 전략들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 두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한·미·일 3각 협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견해가 많았다. 미국은 이미 모든 외교 문제를 중국과의 대결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중국과 대결하는데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협력 프레임을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참모들의 설득을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그것은 국제정치가 훨씬 더 예측불허하고 거칠어질 것임을 의미한다. 이념, 가치, 동맹, 신뢰 같은 것들보다 적나라한 이익 추구가 전면으로 등장하는 세상으로 한 발짝 나아가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험한 세상이 온다면, 우리 외교의 스타일과 내용도 훨씬 더 기민하고, 치열하고, 능란해질 필요가 있다. 난세에는 난세 외교가 필요하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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