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쉬징웨이
당일 현장에서 쉬후이(徐輝) 국방대학 국제방무(國際防務)학원 원장이 반박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인민들의 생명의 가치를 고려하라고 권고하고 싶다”며 “도대체 왜 싸우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며 최후의 한 명과 싸우겠다고 말했다”라며 “우크라이나 최후의 한 명에게까지 탄약을 팔겠다는 공포스러운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현역 장성인 쉬 소장의 발언에 중국 네티즌이 반발했다. 중일전쟁 기간 일본과 왜 싸우냐며 투항해 난징(南京) 친일 괴뢰정부를 세웠던 왕징웨이(汪精衛, 1883~1944)와 같은 논리라고 했다. 쉬 소장을 ‘현대판 왕징웨이’라며 공격했다. 쉬후이와 왕징웨이의 성과 이름을 섞어 ‘쉬징웨이(徐精衛)’라고 지칭했다. 한 네티즌은 “왕징웨이와 비교하지 말라”며 “왕징웨이는 젊은 시절 청 조정의 수뇌를 암살하려 했던 열혈 혁명가였다”고 분노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팔았다는 발언도 ‘유언비어(造謠·짜오야오)’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무상으로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쉬 소장의 발언에 중국이 기계적 중립에서 노골적인 친러로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중국의 기존 입장은 달랐다. 지난 4월 펑위쥔(馮玉軍) 푸단대 교수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러시아의 최종 패배는 불가피하다”라며 “중·러 관계는 (전쟁 직전이던) 2022년 초의 ‘성역 없는(沒有禁區)’ 협력에서 ‘비동맹·비대결·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전통적인 관계로 되돌아갔다”고 했다. ‘쉬징웨이’와는 결이 달랐다.
여론의 역풍에 관영 매체는 관련 기사를 지웠다. 지난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중으로 다져 놓은 양국 관계도 냉랭해졌다. 곧 평양을 찾는 푸틴의 어깨가 무겁게 됐다.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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