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와 첼리스트…같고도 다른 시각
양성원·김민형 지음
김영사
음악은 문학과 수학 중 어느 쪽과 더 가까울까, 또는 더 어울릴까. 이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 떠올린 생각이 가닿은 질문이다. 첼리스트 양성원 연세대 음대 교수와 수학자 김민형 영국 에든버러대 석좌교수의 대담을 엮은 이 책은 자연스럽게 비슷한 형식의 다른 책을 떠올리게 했다. 2015년 국내 출간된 일본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담집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비채)다. 저자도 이를 의식했던 듯하다. 양 교수는 머리말에서 “바흐부터 근대 음악에 대한 무라카미 하루키와 오자와 세이지의 대화로 이루어진 책보다는 조금 더 분명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었다”고 밝혔다.
‘분명한 주제’라는 말은 ‘고민’이라는 단어로 대체할 만하다. 물론 책의 전부는 아니지만 지면의 상당 부분을, 바꿔 말하면 대담의 많은 부분을 ‘이 시대의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고민에 할애했다. 음악에 몸담은 양 교수 쪽에서 고민을 대화의 테이블 위에 주로 꺼내놓는다. 그 스펙트럼도 넓다.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 그것들의 영향력 같은 철학적 고민에서 시작하지만, 대담은 음악 산업의 상업성에 관한 고민, 더 나아가 음대 졸업생의 진로 같은 현실적 고민으로 이어진다. 클래식 애호가이자 역시 학생을 가르치는 김 교수는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표시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면서도, 대립적 관점을 보이기도 한다.
독일의 낭만주의 음악과 나치즘의 관계에 대한 두 저자의 인식 차이, 클래식 음악 대중화와 엘리트주의에 관한 서로 다른 관점 등은 책 곳곳에서 첨예하게 맞서곤 한다. 그 가운데에 선 독자는 ‘혹시 서로 감정을 상하지는 않았을까’ 아슬하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두 저자 주장의 논거를 곱씹으며 이런 문제에 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된다. 두 저자가 들려주는 현악기 활의 재료목에 관한 이야기나 화음의 파동학적 설명은 관련한 지식을 배우는 또 다른 재밋거리다. 찾아보니 올여름 양 교수가 음악감독인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김 교수가 ‘음악은 정보인가’라는 주제로 특강을 한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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