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 더 심한 두드러기, 햇빛·발열·냉기 차단부터

신영경 2024. 6. 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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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 피부질환 기승
30대 직장인 여성 신모 씨는 여름이 두렵다. 무더운 날씨에도 항상 긴팔을 고수할 수밖에 없어서다. 일광 두드러기를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햇빛에 몇 분만 노출돼도 피부가 붉어지면서 심한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일광 두드러기가 생긴 줄 모르고 자외선 차단을 소홀히 하다 두드러기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했다. 신씨에게 여름은 가장 괴로운 계절이다.

두드러기는 여름철에 더 기승을 부린다. 강한 햇빛과 땀 배출, 에어컨 사용 등 두드러기를 유발하는 요인이 늘어나면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 통계에 따르면 매년 200만 명 이상이 두드러기로 진료를 받는다. 환자 수는 여름(6~8월)에 정점을 찍고 9월부터 점차 감소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김혜성 교수는 “날씨가 더운 여름철엔 물리적인 요인에 의한 두드러기가 자주 발생하고 피부 가려움증도 더 심하게 느낀다”며 “두드러기를 피하기 위해선 물리적인 자극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성인 5명 중 1명 경험, 6주 지속 땐 만성

두드러기는 비교적 흔한 피부 질환이다. 성인 5명 중 1명은 한 번쯤 두드러기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건 히스타민(알레르기 유발 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 작용 때문이다. 어떤 특정한 원인에 의해 피부 혈관의 투과성이 증가하면서 일시적으로 혈액의 혈장(대부분 물) 성분이 빠져나와 증상을 유발한다. 피부 표면이 붉어지거나 부풀어 오르고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게 특징이다. 김 교수는 “두드러기 증상은 대부분 수일 내 저절로 호전된다”며 “6주 이상 두드러기가 지속할 경우 만성 두드러기로 진단한다”고 말했다.

피부질환
여름철에 자주 발생하는 두드러기는 따로 있다. 햇빛과 발열, 차가운 온도가 원인이 돼서 나타나는 물리적 두드러기가 이에 해당한다. 햇빛이 강해졌을 때 발생하는 건 일광 두드러기다. 피부가 예민한 사람은 자외선·적외선·가시광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일광 두드러기가 잘 생긴다. 얼굴이나 목, 손등, 팔다리, 가슴 앞 등 평소 햇빛에 자주 노출되는 부위가 가려우면서 발진과 부종이 나타나는 식이다. 이러한 증상은 통상 수초에서 수분 뒤 발생하고 수 시간 내에 회복한다. 햇빛에 노출된 후 5분 이내에 두드러기가 생기면 일광 두드러기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몸속 체온(심부 체온)이 갑자기 상승할 때도 두드러기가 나타난다. 여름철 단골 질환인 콜린성 두드러기다. 기온이 높아진 탓에 이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꽤 있다. 심부 체온이 올라가면서 분비되는 신경전달 물질이 혈관을 확장해 두드러기를 유발하는 것이다. 특히 과도한 운동이나 사우나를 할 때, 뜨거운 음식을 먹었을 때를 주의해야 한다. 콜린성 두드러기 환자의 경우 땀이 나도록 운동을 하거나 뜨거운 물로 샤워하면 피부가 부풀어 오르거나 발진이 관찰된다.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신정진 교수는 “콜린성 두드러기는 일반적인 두드러기보다 크기가 작고 좁쌀 크기의 병변이 여러 개 생겨난다”며 “가려움증보다는 따끔거리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고 현기증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랭 두드러기도 요주의 대상이다. 흔히 한랭 두드러기는 추운 겨울철에 자주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그렇지 않다. 여름철에도 간과해선 안 되는 질환이다. 차가운 음식을 먹거나 찬물, 실내 냉방기기 등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한랭 두드러기는 피부가 찬 공기나 물질에 노출된 후 다시 따뜻해지는 과정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일반적인 두드러기 증상처럼 특정 부위의 피부가 간지러우면서 붉은 부종이 생긴다. 신 교수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차가운 음료를 마시거나 찬물에서 수영을 즐길 때도 한랭 두드러기가 올라올 수 있다”며 “심할 경우 호흡기 점막이 부어오르면서 호흡곤란을 동반하는 위급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두드러기가 났는데 숨이 차는 증상을 보인다면 기도가 붓는다는 신호임을 알아채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물리적 두드러기는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치료해도 자주 재발하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물리적 두드러기는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일상에서 여름철 두드러기 유발 요인을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일광 두드러기는 햇빛을, 콜린성 두드러기는 열을, 한랭 두드러기는 냉기를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물리적 자극을 피하긴 쉽지 않다. 김 교수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두드러기 재발이 반복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물리적 자극을 최소화해 평소 옷차림이나 실내·외 온도 변화에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이 이롭다”고 강조했다.

샤워물 뜨겁지 않게, 에어컨보단 선풍기

일광 두드러기가 있다면 햇빛이 강한 시간대(오전 10시~오후 3시)엔 되도록 외출을 삼간다. 자외선 차단제 사용은 필수다. 실내외를 불문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노출 부위에 꼼꼼히 발라 두드러기 예방에 힘써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더라도 외출할 땐 모자·선글라스·양산 등을 이용해 빛을 이중으로 차단해 주는 것이 좋다. 옷은 짙은 색의 얇은 긴소매를 입어 햇빛을 최대한 가린다. 콜린성 두드러기는 일정한 체온 유지가 핵심이다. 기온이 높은 날엔 가급적 야외활동을 하지 않는다. 사우나와 찜질은 물론 매일 샤워를 할 때도 물 온도가 너무 뜨겁지 않게 신경 쓴다. 정서적인 자극이나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받는 것도 심부 체온을 끌어올리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두드러기를 유발하지 않도록 불안을 다스려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한랭 두드러기의 경우 여름철엔 실내 온도가 가장 중요하다. 덥다고 에어컨 바람을 과도하게 쐬면 안 된다. 실내 온도가 극단적으로 낮아지지 않게 여름철 실내 적정 온도(26~28℃)를 유지한다. 에어컨보단 선풍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에어컨을 이용해야 한다면 찬바람에 피부가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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