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쿠팡의 착각
일종의 협박인가. “로켓배송(익일배송)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쿠팡의 발표를 듣고 처음 든 생각이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1400억원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한 직후, 쿠팡의 대응은 로켓배송 중단 검토였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해 소비자를 속였다고 판단했다. ‘쿠팡 랭킹’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 2000여 명을 동원해 상품 후기를 쓰게 했다는 것이다. 유통업체로서는 사상 최대의 과징금이었다. 쿠팡은 여기에 정면으로 반발한 것이다. ‘이런 것까지 제재한다면, 우리도 고객들에게 더 이상 편의를 베풀기 어렵다’는 엄포였다.
그렇다면 쿠팡에 묻고 싶다. 로켓배송은 ‘시혜(施惠)’이고 ‘선물’인가. 현실과 동떨어진 쿠팡의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로켓배송은 영리 업체 쿠팡이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도입한 매력적인 장치일 뿐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료 봉사라고 착각할지 모르지만, 당연히 공짜도 아니다. 쿠팡 회원은 로켓배송을 이용하기 위해 월 4990원의 회비를 내야 한다. 그나마 8월부터는 가격 인상 때문에 60% 더 비싼 7890원이다. 무료도 아닐뿐더러, 요금도 만만치 않다. 단지 그 편리함을 활용하기 위해 사용할 뿐이다.
쿠팡이 당국으로부터 거액의 과징금을 맞은 이유는 고객을 속인 혐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응책이 고객이 가장 편리해하는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위협이라고? 고객 입장에서는 속은 것도 억울한데 협박까지 받는 셈이다.
쿠팡은 현재 업계 점유율 1위다. 1400만명 넘는 회원이 있다. 쿠팡의 엄포는 이번 과징금 결정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4월 한기정 공정위원장이 방송 대담에서 쿠팡의 임직원 후기 작성 등 혐의를 언급하자, 이틀 뒤 보도자료를 내고 공개적으로 ‘공정위가 틀렸다’고 주장했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는 나왔지만, 아직 제재 여부가 결정되기 전이었다. 비유하자면 법원 판결도 나기 전에 “판사가 틀렸다”고 주장한 꼴이었다. 당시 쿠팡 안팎으로 ‘과연 이렇게 대응해도 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비상식적인 대응은 계속됐다.
쿠팡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차라리 말뿐 아니라 로켓배송을 실제로 중단해 보라고 요청하고 싶다. 그리고 지켜보자. 1400만 고객 중 과연 얼마나 쿠팡에 남아있을지 말이다.
이번 공정위 과징금은 그간 쿠팡이 일궈온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반칙하지 말라”는 심판의 강한 경고다. 쿠팡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불복할 수 있고,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심판이나 관중을 함부로 을러대도 괜찮다고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쿠팡의 ‘기업가 정신’이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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