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자 겁주는 휴진 동참 못해" 이래야 진정한 의사

2024. 6. 15. 00: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7일부터, 대한의사협회가 18일부터 집단 휴진을 결의한 가운데 이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사들이 잇따라 주목된다.

치료 중단 시 사망 위험이 수십 배 높아지는 뇌전증 전문교수들로 구성된 '전국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14일 "아무런 잘못도 없는 환자를 위기에 빠뜨려선 안 된다"며 집단 휴진 불참을 선언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환자단체 간담회에서 한 환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7일부터, 대한의사협회가 18일부터 집단 휴진을 결의한 가운데 이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사들이 잇따라 주목된다. 치료 중단 시 사망 위험이 수십 배 높아지는 뇌전증 전문교수들로 구성된 ‘전국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14일 “아무런 잘못도 없는 환자를 위기에 빠뜨려선 안 된다”며 집단 휴진 불참을 선언했다. 앞서 전국 분만 병의원 140여 곳이 속한 대한분만병의원협회도 집단 휴진 대신 정상 진료 방침을 내놨다. 대한아동병원협회도 환자를 떠나거나 진료를 멈출 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자 곁에서 생명을 지키고 직업 윤리와 책무를 다하기로 한 참의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의사 집단 휴진에 대한 사회적 반발도 커지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집단 휴진으로 인한 진료변경 업무를 거부하며 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조합은 “병원마다 무더기 진료 연기와 예약 취소 사태로 환자들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휴진에는 어떤 정당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분당서울대병원에도 휴진을 멈춰 달라는 ‘히포크라테스의 통곡’ 대자보가 게시됐다.

의협은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 취소 등을 요구하며 집단 휴진 총파업을 결정했다.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넉 달째 해법을 못 찾자 후배 전공의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이미 정부는 복귀하는 전공의들에겐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집단 휴진의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가장 약자인 환자들을 볼모로 휴진을 강행하겠다는 건 의사이길 포기한 채 잇속만 챙기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전공의가 현장으로 돌아오게 설득해야 할 의사들이, 할 말도 참은 채 의료 공백을 견뎌온 환자까지 내팽개치겠다는 건 되돌릴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92개 환자 단체들도 “제발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환자를 살려야 할 의사가 환자를 투쟁 수단이나 도구로 삼는 일은 없어야만 한다.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