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노크 K기업들 “입성 땐 투자받기 쉽고 몸값 상승”

2024. 6.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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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시 상장 노리는 국내 기업들 왜
나스닥은 지난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 전광판에 야놀자의 행보를 소개했다. 야놀자는 올해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중앙포토]
지난달 31일 네이버의 손자회사 네이버웹툰은 미국에 있는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나스닥 기업공개(IPO)를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이르면 다음 달 상장이 예상된다. 여가 정보 플랫폼 기업 야놀자도 나스닥 상장 준비를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최근 재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올해 2월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블룸버그는 야놀자가 최대 90억 달러(약 12조4000억원) 규모 기업가치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장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로 알려졌다. G마켓 창업자 구영배 대표가 이끄는 이커머스 기업 큐텐, 인공지능(AI) 재난 감시 솔루션 기업 로제타텍 산하의 로제AI도 연내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큐텐·로제AI도 연내 나스닥 상장 추진

한국 기업들이 잇따라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 관심을 끈다. 통상 정석적인 길로 인식되던 코스피·코스닥 등 국내 증시 상장 대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감수한 미 증시 상장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나스닥은 그간 상장했던 한국 기업들이 거래 부진과 회사 매각 등을 이유로 대부분 상장폐지, 한국 기업엔 무덤과도 같은 증시다.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던 쿠팡도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한국 기업들은 유독 나스닥과 연이 닿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의 나스닥 상장 추진 배경을 다각도로 해석 중이다. 첫째, 글로벌 진출을 핵심 목표로 삼은 기업일수록 나스닥 상장이 유리해서다. 나스닥의 전체 시가총액은 올해 3월 기준 25조4300억 달러(약 3경4903조원)로, 글로벌 자본시장의 정점에 있다. 또 나스닥 상장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3584곳으로 NYSE 상장 기업(2272곳)보다 많고, 이 중 23%인 826곳은 미국이 아닌 외국 기업이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그만큼 모두에게 열린 ‘기회의 땅’이다. 법무법인 한미의 김철기 대표변호사는 “나스닥에 상장하면 접근 가능한 투자자 범위부터가 (국내 증시와) 달라진다”며 “대규모 해외 자본 조달로 기업가치의 극대화가 가능해질뿐더러, 주요 외신에 노출되면서 강력한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네이버웹툰의 소식을 보도하면서 나스닥 상장에 성공할 경우 기업가치가 최대 40억 달러(약 5조5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업계는 네이버가 나스닥 상장으로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 인수·합병(M&A)과 해외 작가 발굴 등에 투자하면서 글로벌 콘텐트 시장 장악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제AI도 나스닥 상장에 성공할 경우 국내 상장 때보다 기업가치가 10배 높아질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있다.

둘째, 과거에 비해 한국 기업에 대한 해외 자본의 선(先)투자가 늘었는데, 이런 해외 투자자들이 나스닥 상장을 적극 요구해서다. 야놀자의 경우 애초 국내 상장을 우선 검토했지만 2021년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17억 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자받은 것을 계기로 나스닥 상장으로 눈을 돌렸다. 비전펀드 측은 투자금 회수에 더 유리한 나스닥 상장을 야놀자에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상장 문턱이 높은 국내보다 나스닥 상장이 외려 쉬울 수도 있어서다. 코스피에 상장하려면 자기자본 3000억원, 상장주식 100만 주, 일반주주 500명, 연 매출 최근 1000억원 또는 3년 평균 700억원(연간 세전이익 최근 30억원 또는 3년 평균 60억원), 회사 설립 3년 경과 등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코스피, 연 매출 1000억 등 상장 문턱

또는 ▶시총 2000억원 및 연 매출 1000억원 ▶시총 6000억원 및 자기자본 2000억원 ▶시총 2000억원 및 연간 영업이익 50억원 ▶시총 1조원 중 하나를 충족해 성장성을 입증해야 한다. 코스닥은 이보다 기준치가 낮지만 요건의 종류는 비슷해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반면 나스닥은 상장 요건을 3단계로 세분화해 기업의 진입 자체가 더 쉽다. 3단계 중 가장 낮은 단계인 ‘나스닥 캐피탈 시장’엔 최근 회계연도 세전이익 50만 달러(약 6억9000만원), 상장주식 시총 5000만 달러(약 69억원), 공개주식 100만 주 등을 충족하면 상장이 가능하다.

넷째,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의 저평가)를 피하기 위해서다. 국내 상장한 유니콘 기업 10곳 중 8곳은 올 1월 말 기준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이후 정부가 가동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국내 증시는 뚜렷한 상승세 없이 지지부진하다. 이와 달리 나스닥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과거 나스닥에서의 흑역사와, 막대한 상장 유지비용 등 단점을 뒤로하고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경우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이탈’로 국내 증시의 흥행 요소가 줄면서 침체도 반복되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 중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나스닥은 상장에 관대하면서도 시장 관리엔 철저하고, 전 세계의 혁신기업들을 위한 증시라는 정체성도 확립된 선진 증시의 전형”이라며 “국내 증시가 저평가 요인을 줄이면서 규제들도 완화해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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