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58] ‘타타타’와 ‘탓탓탓’

백영옥 소설가 2024. 6. 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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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오래전 겨울 산행을 한 적이 있다. 옛 직장의 신년 단합대회 행사였는데 모두 처음 가는 산이었다. 그중 한 명이 유독 기억에 남는 건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그녀가 “지금 가는 길이 맞아요? 우리 제대로 가는 거 맞죠?”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처음 몇 번은 모두 “아마 맞을 거예요”라고 답했다. 생각해보면 질문을 하는 그녀도, 우리도 모두 초행길이었고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누구도 정확한 길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등반 내내 재촉하듯 이 길이 맞느냐고 되물었다. 앞서 가는 일행의 얼굴에 점점 짜증이 번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리가 목적지로 가는 길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발생했다. 한 번도 앞서며 길을 찾지 않던 그녀에게 “아까는 이 길이 정확하다고 했잖아요!”라는 원망이 나왔다. 선두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불평이었다. 같이 일하면 도무지 어떤 책임도 감당하지 않으려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는데 그녀가 꼭 그런 사람이었다.

살다보면 꽉 막힌 답답한 구간을 만날 때가 많다.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의 결정적 차이는 그 시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달려있다. 옛 직장 선배 중 한 명은 프로젝트가 난관에 봉착하면 자신이 잘못 판단했다고 인정하며 말끝에 꼭 ‘우리’라는 말을 덧붙였다. “우리 같이 고민해 봅시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훌륭히 완수하면 반드시 “**씨 수고했어요!”라며 팀원의 이름을 부르며 성공의 공을 돌렸다. 일하는 방식부터 태도까지 배우고 싶은 게 많은 리더였다. 리더는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산스크리트어로 ‘타타타’는 있는 그대로의 것, 꼭 그러한 것을 의미한다. 인생에서 고난은 있는 그대로의 것, 즉 ‘타타타’의 세계이다. 인생이 곧 고난의 바다이기 때문이다. 고난의 시기에 남 탓하는 건 쉽다. 하지만 ‘때문에’를 ‘덕분에’라고 말할 줄 아는 리더는 얼마나 희귀한가. ‘타타타’와 ‘탓탓탓’ 사이는 이처럼 멀고도 가깝다. 남의 잘못부터 찾는 사람에게 좋은 미래는 멀다.

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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