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40] 뉴욕의 어느 치킨집
현재 뉴욕에서 가장 예약이 어려운 레스토랑 중 하나는 ‘꼬꼬닭(Coqodaq)’이라는 치킨집이다. 뉴욕의 스테이크하우스 중 유일하게 미쉐린 스타를 받은 ‘꽃(Cote)’의 자매 레스토랑이다. 개점부터 4개월간 직원 중 누군가와 친분이 있는, 소위 ‘인싸’가 아니면 아예 예약이 불가능했다. 대안으로, 예약 없이 손님을 받는 입구의 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기 위해서 뉴요커들은 영업 개시 두 시간 전부터 줄을 서며 기다린다.
퇴직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치킨집 개업에 도전한다. 프랜차이즈 및 독립 매장의 수가 어마어마한 곳이 ‘치킨 공화국’ 대한민국이다. 대부분 창업 준비에서 집중하는 부분은 ‘맛’이다. 다른 치킨과의 차별화를 위해서, 좀 더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서 ‘비밀의 레시피’가 없을까 고민을 한다. 하지만 ‘꼬꼬닭’의 김시준 대표는 “왜 치킨은 늘 패스트 패션처럼 저렴한 가격의 상품으로만 팔고,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와 같은 고급화는 생각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하며 다른 각도에서 접근했다. 또한 많은 창업자들이 어떻게 만들지만 고민을 하고 어디서 팔지, 어떻게 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눈여겨 관찰했다. 그래서 허름한 공간에서 맥주와 파는 ‘치맥’이 아닌,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고급 식재료, 샴페인과 함께 판매하는 ‘치샴’ 전략을 수립했다. ‘꼬꼬닭’은 전 미국에서 샴페인리스트가 가장 많은 레스토랑이고, 대부분의 테이블에는 샴페인병이 올려져 있다.
입구에 있는 개방된 세면대에는 네 개의 다른 에르메스(Hermès) 물비누가 배열돼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고객들은 치킨을 먹기 전후로 여기서 손을 씻으며 자연스럽게 다른 손님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눈다.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마치 오스카 시상식 직후의 피로연 같다. 유명인들과 셰프들, 비즈니스맨, 그리고 가족 단위 손님까지 고객층이 다양하다.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손님들을 위해서 쌀가루로 반죽을 하고, 한국인 손님을 위해서는 들기름막국수와 같은 메뉴도 첨가했다. 미국의 언론은 이곳을 “프라이드치킨의 성당”이라고 표현했다. “치킨은 아무리 잘 튀겨도 치킨이다”라는 표현을 무색하게 만드는 벤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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