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아 팬이 문제? 배현진 시구 왜 비난 받았나
[기자수첩] 야유 쏟아지자 기아 타이거즈 탓하는 듯한 발언한 배 의원
기아팬만 낸 야유 아닌데 여권 지지층 일각에선 기아팬들 비난 쏟아내
특별한 경기에 정치인 시구? 경쟁팀 응원 전력도…불청객 될 수 있었던 맥락 고려해야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스포츠'에서 갑자기 '정치'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일 두산 베어스 경기 시구에 나서자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이후 배현진 의원이 SNS에 “기아팬들이 관중석 2/3만큼 꽉 메우셨던데 원정경기 즐거우셨길요ㅎ^^”라며 광주가 연고지인 기아 타이거즈를 탓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커졌습니다. 여당 지지층 일각에선 기아 타이거즈 팬들을 향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정치 집회도 아닌데 지역 기반 스포츠라도 보기 참 딱하다”, “관중에게도 '페어플레이'가 있는 것 아니냐”며 “김정숙 여사가 시구했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라며 반발했습니다.
당시 야유의 원인을 기아 타이거즈 팬들의 정치 성향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스포츠지 기사와 인터넷 반응 등을 종합하면 기아 타이거즈 관람석인 3루쪽뿐 아니라 홈팀 관람석인 1루쪽에서도 야유가 함께 쏟아졌습니다.
야유 이후 나온 온라인 반응 중에선 '망곰베어스데이'를 언급한 글이 많습니다. 배현진 의원이 시구를 한 날은 인기 캐릭터인 '망그러진 곰'과 컬래버레이션을 한 이벤트 경기가 열렸습니다. 굿즈를 사기 위해 경기 한참 전부터 줄을 서서 입장한 관객들도 있습니다. 이날 경기는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치열했던 상위권 쟁탈전이 펼쳐진 날이기도 합니다.
특별한 경기를 위해 모인 팬들인데, 연예인이나 구단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정치인이 시구를 하게 되니 불만이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스포츠 경기를 보러 온 입장에서 정치인 시구가 달가울리 없는데, 이런 날까지 정치인이 시구를 하게 되니 불만이 커졌을 수 있습니다. 정치인 시구 자체가 많지 않고, 하더라도 시장이나 대통령이 시구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야구장이 자신의 지역구에 있다고 해서 국회의원이 시구를 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진정성에 의문이 따라붙기도 했습니다. 배현진 의원은 지난해 LG 트윈스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자 LG 트윈스 응원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는 홈 구장을 같이 쓰는 라이벌 구단입니다. 배현진 의원 입장에선 지역구 내 야구장이 홈팀인 구단들을 언급한 것이겠지만 두산 베어스 팬 입장에선 라이벌팀 응원을 한 인물이 시구자로 등장하니 불쾌한 면도 있을 겁니다.
야구장에 올 정도로 야구에 관심이 많은 팬들이라면 이 행보를 기억하고 있겠죠. 더구나 배현진 의원은 시구 후 SNS 글을 통해 다시 한번 두산 베어스와 함께 LG 트윈스를 언급하며 두 팀을 응원했습니다. 온라인 반응 중에서도 LG 트윈스 응원했다가 두산 베어스 시구를 하는 게 맞냐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여기에 배현진 의원이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한 경기도 출전 못한 곽빈 선수를 언급하며 아시안게임에서 선전했다고 밝혀 두산 베어스 팬들을 분노하게 한 면도 있습니다. 팀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죠.
물론 이날 관객 중엔 정치적 입장을 갖고 배현진 의원에 반발한 이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단순히 '정치적 성향'이나 '지역'을 탓하기에는 이벤트성이 강했던 이날 경기의 특수성과 배현진 의원의 라이벌팀 응원 전력, 정치인 시구 자체를 원치 않는 분위기 등이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배현진 의원은 기아 타이거즈를 탓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논란을 키웠습니다. 본인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팬들은 물론이고 언론이 <배현진 시구 나서자 “우~” 야유…“원정 기아팬들 즐거우셨길”>이라며 두 사안을 묶어 보도하는 등 야유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합니다. 전여옥 전 의원뿐 아니라 여권 지지자 일각에선 기아 타이거즈 팬들을 향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배현진 의원이 공격 좌표를 찍은 셈입니다.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백승수 단장은 지역 유지 등의 시구 일정을 취소하면서 이렇게 지적합니다. “누가 즐거워야 맞는 겁니까. 지역 무슨 협회장, 어디 병원장 이런 사람들이 나와서 시구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사진 찍어서 올리고 이러고는 다신 야구장 오지도 않을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보다는 연예인들이나 사연 있는 팬들이 훨씬 반가울 겁니다.”
정치인에게 시구는 전국 생중계를 통해, 포털에 쏟아지는 기사를 통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일 겁니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선 어떤 의미일까요. 야유한 사실에 비난을 쏟아내기에 앞서 이날 경기에 누가 불청객이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AI 콘텐츠 시대, PD 사라질까 - 미디어오늘
- ‘프리랜서’ 아나운서, 정규직 판결 나왔다 - 미디어오늘
- 중국산 속옷 “이태리 브랜드”라던 홈앤쇼핑 행정지도 - 미디어오늘
- 1967년 6월26일, 전력난으로 밤 8시 이후 TV 중단 - 미디어오늘
- YTN 구성원들 “대통령 부부 눈밖에 났다고 민영화...불법 가득” - 미디어오늘
- 정청래에 우원식·정성호도 “눈살 찌푸려져…예의 있게 진행해야” - 미디어오늘
- 강유정 의원이 말하는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독’ 되는 이유 - 미디어오늘
- 화성 참사 대부분 이주노동자…경향 “위험의 이주화, 감추고 싶은 단면” - 미디어오늘
- 여야 모인 22대 첫 과방위, 거부·거부 또 거부 - 미디어오늘
- MBC ‘신뢰도 1위’도 발표 못 하는 세상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