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번엔 언론 탓 “검찰의 애완견 돼 대북송금 조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4일 검찰이 ‘쌍방울 그룹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자신을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한 데 대해 “있을 수 없는 희대의 조작 사건”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또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부르며 이 사건 수사의 문제점을 언론이 제대로 지적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이 대표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일부 주장만 골라 검찰과 법원을 공격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출석하면서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가 이 사건으로 기소된 후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법정 출석 전 언론에 입장 발표를 예고한 이 대표는 법원 앞에 도착해 준비된 원고를 꺼내 읽었다.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구호를 외치자 “시끄러워서 안 되겠네, 좀 조용히 하시죠”라고 제지한 이 대표는 “오늘은 언론인 여러분께 제가 한 말씀 드리겠다”며 “동일한 사건에 대해 동일한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전혀 다른 판단을 해서 상반된 결론이 났는데도, 왜 이런 점은 지적도 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 대표가 말한 ‘상반된 결론’이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1심 판결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의 1심 판결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이 2019년 경기지사이던 이 대표 방북 대가로 북한에 돈을 보냈다고 인정한 이 전 부지사 사건 1심 재판부와 달리 안 회장 사건 1심 재판부는 “쌍방울이 (이 대표의 방북 목적이 아닌) 주가 부양을 위해 북한에 돈을 보냈다”고 판단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어떻게 같은 법원(수원지법)이 이화영 판결에선 ‘이재명과 경기도를 위한 송금’이라고 판결하느냐”고 했다.
안 회장은 대북 송금 사건 공범으로 2022년 기소돼 작년 5월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와 관련, 검찰은 “안씨를 기소할 당시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태국에서 체포(2023년 1월)되기 전이라서 대북 스마트팜 비용 대납 경위 등 경기도 관련성을 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후 검찰이 대북 송금의 실체를 파악했고 작년 10월 안 회장 사건 2심 재판부에 이화영 전 부지사와 경기도가 대북 송금에 연관됐다는 내용으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해 재판부 허가를 받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추가 수사를 통해 대북 송금이 이 대표 방북 대가임을 규명했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이날 “국정원 보고서에 쌍방울의 대북 사업을 위한 송금이다, 주가 조작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며 “국정원 기밀 보고서가 맞겠나, 아니면 조폭 출신으로 부도덕한 사업가(김성태)의 말이 맞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검찰의 이 대표 기소가 부당하다고 주장한 장경태 최고위원에게 “중요한 자료가 빠졌다”며 “자료 중에 국정원 보고서는 없는 것 같은데 제일 중요한 보고서는 왜 뺐느냐”고 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국정원 문건(2020년 1월 작성)에는 ‘북한의 대남 공작원 리호남이 쌍방울 계열사 주가를 띄워 주는 조건으로 수익금을 받기로 했다’는 내용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문건에 대해 이 전 부지사 1심 재판부는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문건은 제보자 진술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는데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제보자 진술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국정원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불분명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언론을 향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여러분은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으냐”며 “이런 여러분은 왜 보호받아야 하느냐”라고 했다. ‘애완견’ 발언은 준비한 원고엔 없었다고 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권력에 순치된 언론을 랩도그(lapdog·무릎에 앉히는 소형견)라고들 하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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