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오르기전에 사둬야 하나”...슈퍼엔저 방어, 국채매입 줄이는 일본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4. 6. 1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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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銀 월 1조엔 감액 전망
엔저 지속에 수입물가 자극
시중자금 줄여 금리 올릴듯
정부 구체적 방안 발표미뤄
달러당 엔화값 계속 뒷걸음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하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엔화가치 약세로 물가 불안을 겪고 있는 일본이 엔저 대응에 나섰다.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시중 금리 인상을 유도해 엔화값 상승으로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 발표를 내달로 미루면서 시장은 일본은행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14일 일본은행은 이날까지 이틀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현재 0~0.1%인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대신 매달 6조엔(약 52조9000억원) 수준인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채 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예견 가능한 형태로 감액해 갈 것”이라며 “앞으로 1~2년간의 구체적인 감액 계획은 시장 참가자 의견을 청취한 뒤 내달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2013년 4월부터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을 도입했다. 이 핵심정책 중 하나가 장기국채 대량 매입이다.

2016년에는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까지 시작했다. 이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1%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일본은행이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조절한 것이다. 국채 금리가 1%를 넘을 때마다 일본은행이 이를 모두 시장에서 거둬들였기 때문에 금리 제어가 가능하게 됐다.

두 가지 정책이 겹치면서 일본은행의 국채 잔고는 2013년 3월 94조엔에서 지난해 말에는 6배인 581조엔까지 급증했다. 국채 발행 잔고에서 일본은행의 보유 비율은 54%에 달한다. 시중 국채의 절반 이상을 일본은행이 들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해당 비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일본은행 전경 [사진=연합뉴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를 통해 17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YCC 정책의 중단을 밝혔다. 다만 장기금리가 지나치게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월 월 6조엔 규모의 국채 매입을 이어왔다. 이에 따라 지난 4월은 5조8000억엔, 5월은 5조7000억엔의 국채를 매입했다.

다음 회의가 7월 말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은행은 이달과 내달 모두 월 6조엔 상당의 국채를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시장에서는 매입 규모를 5조엔 정도로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의 양적 긴축에 들어서는 것이다.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게 되면 시장 금리는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의 자금조달과 국채 이자를 내야하는 일본 정부에는 부담이지만, 현재 진행되는 지나친 엔저 완화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 된다. 현재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엔화 매도, 달러 매수)의 영향으로 달러당 엔화값이 한 때 160엔까지 급락하는 등 엔저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엔저는 수입물가를 자극해 일본 경제 물가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 재계에서도 지나친 엔저에 대한 불안감을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다.

우에다 총재도 이날 엔저와 관련해 “최근 엔화 약세는 물가 상승 요인이 되고 있어 정책 운영상 충분히 주시하고 있다”며 “엔저 동향과 그로 인한 영향에 대해서는 매 회의 때마다 확실히 점검해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이번 감액 결정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달러당 엔화값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158.14엔에 거래되며 지난 5월 초 일본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수준까지 떨어졌다. 10년물 국채금리도 0.04%포인트 내린 0.925%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구체적인 감액 금액 발표를 내달로 미루면서 적극적인 금융 긴축 의지가 약한 것이라고 시장에서 해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시기를 7월로 전망하는 분석이 많았는데, 국채 매입 금액 감소와 금리 인상을 동시에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결국 금리 인상 시기가 늦어지는 등 금융긴축 전망의 약화가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금리 인상과 관련해 우에다 총재는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이 전망에 따라 2%를 향해 올라가면 정책금리를 올리고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갈 수 있다”며 “경제·물가 전망이 상향되는 경우도 금리 인상의 이유가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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