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만7000원 넷플릭스를 반값에?"…'인기 폭발' 이유 있었네 [이슈+]

성진우 2024. 6. 1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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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구독료만 10만원?"…OTT 계정 공유 플랫폼 뜨는 이유
가구 당 'OTT 구독료' 지불액 4년만에 23%↑
계정 공유자 중개 플랫폼에 사용자 몰려
수수료만 내면 "넷플릭스를 최대 반값에"
"이용약관 위반…향후 제재 예상돼"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장현인(가명)씨는 퇴근 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영화와 드라마를 즐겨본다. 불과 지난해까지 그는 총 3개의 OTT 서비스 구독료로 매달 3만원정도 지출했다. 그러나 올초부터 구독료 지출을 1만3000원대로 대폭 낮췄다. 이른바 'OTT 계정 공유 플랫폼'을 통해서다.

장씨는 "한 달에 OTT 구독료로 2만~3만원은 지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튜브 등 다른 서비스의 월 구독료까지 합하면 매달 거의 10만원 정도를 내야 했다"며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여보자는 생각으로 계정 공유 플랫폼을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편하게 다른 사용자와 매칭해주고, 사기를 염려할 필요도 없어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외 OTT 서비스에 매달 쓰는 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구가 매달 OTT 업체에 지불하는 구독료는 2019년 1만8812원에서 지난해 2만3304원으로 4년 사이 23.9% 뛰었다. 같은 기간 연간 소비자 물가지수가 12.2% 오른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물가 상승률의 약 2배 수준인 셈이다.

이에 계정을 공유해 구독료를 나눠 낼 수 있도록 중개해주는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특정 OTT 서비스 구독을 원하는 사용자끼리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현재 대부분의 OTT가 한 계정으로 2~6명가량 동시 접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서비스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해 현재 운영 중인 플랫폼 업체는 수십 개로 추정된다.

 "넷플릭스를 반값에"'공유 계정 플랫폼'이 뭐길래

가령 대표적인 OTT인 넷플릭스의 경우 4K 화질에 광고 없이 모든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프리미엄' 멤버십의 구독료는 월 1만7000원이다. 만약 계정 공유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가격은 수수료를 포함해도 9000원~1만3000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왓챠와 디즈니 플러스는 거의 70% 가깝게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료는 업체 별로 상이하지만 보통 몇백원대다.

OTT 계정 공유 플랫폼 앱 / 사진=피클플러스, 링키드 캡처


물론 기존에도 많은 OTT 사용자가 계정 공유를 통해 구독료를 낮추는 방식을 써왔다. 다만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사람과 계정을 공유할 경우 사기당할 위험이 컸다. 실제로 한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서 OTT 계정을 공유한다고 속여 무려 1000만원의 돈을 편취한 대학생이 지난달 징역 1년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한 계정 공유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 20대 여성 A씨는 "원래 가족들과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했는데 각자 새로 구독하고 싶은 OTT가 달랐다. 그래서 넷플릭스를 제외한 OTT는 플랫폼을 통해 다른 공유자를 구했다"며 "예전처럼 직접 공유자를 찾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돼 편하다"고 말했다.

플랫폼 이용 방법도 간단하다. 계정을 직접 관리하는 대신 수수료를 덜 내는 '파티장'(OTT 계정주) 혹은 단순 계정 공유자를 뜻하는 '파티원' 중 하나를 정해 신청만 하면 된다. 대기하고 있으면 플랫폼은 파티장을 중심으로 다른 파티원을 연결해주고, 중간에서 정산 등 결제 전반을 관리한다. 대부분의 업체는 계정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환불도 보장한다.

장씨는 "현재 플랫폼에 내는 900원의 수수료가 확 오르지 않는 이상 한동안 지금 파티원들과 계속 OTT를 공유할 것 같다"며 "한때 비싼 구독료 때문에 OTT 구독을 모두 취소하고 누누TV처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이렇게라도 가격을 낮춰서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OTT 계정 공유 플랫폼 '피클플러스'의 월별 소비자 거래건수(왼쪽)와 소비자 거래지수(오른쪽). 소비자 거래지수란 해당 기한 내 소비자 거래액의 최대값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각 시점의 값을 환산하여 표기한 것이다. / 사진=혁신의숲 캡처


이에 따라 OTT 계정 공유 플랫폼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스타트업 분석업체 혁신의숲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피클플러스'의 소비자 거래 건수는 지난해 11월 3848건에서 올해 4월 4만여건으로 무려 10배가 뛰었다. 또 다른 업체인 '링키드'는 같은 기간 1만4000건에서 1만5000건으로 1000건 늘었다.

최근 이들 플랫폼 업체는 OTT 외 다른 구독 서비스에 대해서도 계정 중개에 나서며 경쟁 중이다. 링키드는 말해보카 등 교육 서비스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365 계정 사용자들도 연결해준다. '벗츠'는 밀리의 서재, 리디북스 등 독서 서비스 계정도 공유가 가능하다. 홍콩에 본사를 둔 '겜스고'에서는 아직 한국에서 가입이 불가능한 음원 사이트인 타이달 플러스(Tidal plus) 계정을 공유할 수 있다.

 이용약관 위반 부추겨"장기적으로 제재 대상"

일각에선 OTT 업체가 계정 공유 플랫폼 단속에 나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지난해 가족 외 다른 사람과 계정을 공유할 경우 추가 요금을 내도록 정책을 바꾼 바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부분에 독특한 아이디어를 더한 사업모델이 등장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OTT 계정 공유 플랫폼은 편법을 통해 사용자가 타사의 약관을 대놓고 어기도록 부추기는 측면이 크다. 장기적으론 결국 OTT 업체의 제재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제재 계획은 없지만, 가족 및 지인이 아닌 타인과의 계정 공유는 명백한 서비스 이용약관 위반 사항"이라며 "추후 서비스 이용에 차질이 생기거나 의도하지 않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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