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찰 애완견처럼 조작" 언론 비난 근거 살펴보니
'안부수 판결과 국정원 보고서엔 주가조작' '안부수 딸 매수 의혹'
뉴스타파 많이 인용 보도하진 않아…언론 싸잡아 애완견 비난할 일인가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추가기소를 보도하는 언론을 향해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한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가 제시한 언론의 왜곡 조작 보도의 근거는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배치되는 반대 증거와 정황은 왜 보도하지 않느냐이다.
이 대표는 14일 서울중앙지법 재판에 출석하면서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느냐”며 “이런 여러분들은 왜 보호받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언론의 본연의 역할을 벗어난 잘못된 태도들 때문에, 이 나라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진실은 바닷속에 가라앉는다”며 “언론의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이 사건은 희대의 조작 사건으로 결국은 밝혀질 것”이라며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해보라. 대체 말이 되는 소리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대표가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규정한 근거는 세가지다. 우선,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을 유죄로 판단한 수원지법 형사15부 판결문에는 '북한에 송금한 800만불이 쌍방울 그룹의 대북사업, 주가 부양을 위한 대북 사업의 대가'라고 판시한 반면, 다른 법원의 판결(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은 '이재명과 경기도를 위한 송금'이라고 판결했다는 점을 들어 이 대표는 “이렇게 판결하고 있으면, 언론에서는 이런 점이 왜 발생했나를 최소한 보도해야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둘째로 이 대표는 안부수 전 회장의 증언과 진술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그 사이에 안부수 딸에 대해 집을 얻어주는 이런 매수 행위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왜 언론들은 다 침묵하느냐고 했다. 셋째로 국정원의 보고서에 북한 이호남 정찰총국 간부가 김한신이라는 대북 인도적 사업가에게 '주가조작 대가로 일주일에 50억씩 받기로 했으니 당신이 대신 좀 받아달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거절했다는 보고 내용이 있다고 이 대표는 사례를 들었다.
이들 모두 뉴스타파가 단독보도한 내용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10일 이 사건의 공범관계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을 유죄로 판단한 수원지법 형사15부 판결문에 주가 띄우기가 범행의 목적으로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은 민주당 인사들이 YTN과 KBS 등 프로그램에 출연해 언급했다.
이호남 주가조작 대가 50억 요구설을 쓴 뉴스타파의 보도는 지난달 21일자 <[국정원 문건]② 쌍방울, 北 정찰총국 이호남과 '주가 조작' 공모 정황> 제하 기사였다. 이후 MBC가 같은달 24일 온라인 뉴스 <'쌍방울 주가조작' 국정원 문건에, 민주당-검찰 또 충돌>을 보도한 데 이어 고발뉴스, 폴리뉴스, 굿모닝충청 등이 인용 보도했다.
안부수 딸에 집을 얻어줬다는 보도는 지난 11일자 뉴스타파 <[증인매수 의혹]① 쌍방울, 대북송금 핵심 증인 '금품 매수' 정황 포착>과 12일자 <[증인매수 의혹]② 쌍방울 임원 “윗선 지시로 안부수 딸에게 주택 제공”> 기사였다. 보도가 되자마자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이 12일 오전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이를 설명했고, 복기왕 민주당 의원도 이날 낮 YTN TV '시사정각' 프로그램에 출연해 보도내용을 소개했다.
민주당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안부수 전 회장을 이와 관련, 증인매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히자 연합뉴스는 <민주, 李 기소에 “정적 죽이기” 격앙…부정여론 차단 부심> 기사에서 노종면 의원이 대책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안 회장의 증언이 바뀌기 직전에 쌍방울 측에서 안 회장 딸에게 오피스텔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비즈도 12일 <'이화영 1심 판결'에 처음 입 연 이재명 “사건 조작, 모해위증 의혹”>에서 전날 이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에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 '사건 조작, 모해위증 의혹'이라고 적으면서 뉴스타파 영상을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고발뉴스, 아시아경제 등도 안부수 증인매수 고발 내용을 보도하면서 이 내용을 언급했다.
경향신문은 12일자 <이 대표 “검찰 창작 수준 갈수록 떨어져”>에서 “민주당은 쌍방울의 대북송금이 이 대표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계열사 주가를 부양하려던 목적으로 보인다고 재차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도 국정원 보고서에 쌍방울 대북송금이 주가조작 목적이라 내용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관련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많은 언론이 보도했다.(뉴시스 9일자 <박지원 “이화영 대북송금 무죄 확신…주가 조작이란 국정원 보고서 믿는다”> 등)
조중동이나 지상파 종편 방송사 등 다수의 주류 언론이 뉴스타파 단독보도를 인용보도하지않았거나, 보도하더라도 기사 안에서 비중있는 테마로 다루지 않은 측면은 있다. 다만 이화영 전 부지사측이 주장하고 있는 대북송금이 주가조작 목적이었다는 내용 자체가 일절 보도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고의적인 허위보도를 하거나 반론 또는 해명없이 일방적인 허위사실만 보도한 곳이 있다면 그에 비판하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안의 쟁점이 쌍방울의 대북송금 유무가 아닌 대북송금의 목적이 무엇이냐를 두고 각각의 근거를 갖고 다투고 있는 상태에서 언론이 판단하기 쉬운 문제는 아니다. 검찰의 주장과 이를 받아들인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조작이라고 확신하고 기사를 쓸 수도 없다. 지금 단계에서는 언론이 어느 일방이 맞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보다 신중하고 공정하게 보도하라고 당부하는 것을 넘어, 언론 전체를 싸잡아 '검찰의 애완견'이라 규정할 일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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