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페트로달러' 지위 흔들…틈새 파고드는 위안화
"사우디와 美 협정 이미 끝났다
위안화로 원유거래 확대 움직임"
기축통화 야심 키우는 위안화
디지털화폐 패권도 노려
50년간 미국이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데 일조한 ‘페트로달러’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외교적으로 멀어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틈새를 파고든 중국이 위안화의 영향력을 확대하면서다. 러시아 원유 수출을 달러 영향력으로 통제하려 한 미국의 시도가 오히려 달러 패권을 약화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페트로달러 협정 만료됐다”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5대 신흥경제국 소식을 전하는 매체 브릭스뉴스 등 외신은 13일(현지시간) “사우디가 미국과의 페트로달러 협정을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협정이 지난 9일 만료됐다”고 보도했다. 브릭스뉴스는 “사우디는 향후 위안화, 엔, 유로 등 다양한 통화로 석유를 판매할 것”이라고 전했다.
페트로달러 체제는 사우디가 원유 수출 대금을 달러로만 결제하고, 미국은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함으로써 유지되는 달러 중심의 국제 경제 질서를 말한다.
달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기축통화로 등극했으나 1971년 금본위제를 포기하는 ‘닉슨 쇼크’가 터지며 그 위상이 한 차례 흔들렸다. 이때 국무장관이던 헨리 키신저가 대안으로 생각해낸 것이 페트로달러 체제다. 전 세계 국가들이 사용하는 석유 대금을 달러로 지급하게 해 달러 수요를 유지하자는 생각이었다. 1974년 페트로달러 체제가 확립되면서 미국은 지금까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페트로달러 협정은 명문화된 문서로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계약 기간이 존재하는지, 지난 9일 계약이 만료됐는지는 불확실하다. 미·사우디 양국도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프랑스 에너지 전문가 아르노 베르트랑은 “상당한 조사를 거친 결과 50년이라는 석유 계약 만료일은 순전히 지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흔들리는 미·사우디
페트로달러 협정의 만료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체제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8월 미국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사우디에 석유 결제 수단으로 위안화가 아니라 달러를 쓴다고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2022년부터 사우디가 위안화를 원유 결제 수단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외신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우디는 2018년 반(反)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졌다. 이란이 자체 핵무장을 추진하면서 미국이 사우디를 지킨다는 믿음도 흐려졌다. 이에 사우디는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며 대미 외교의 지렛대로 쓰고 있다. 올해 브릭스 회원국이 됐고 지난해 3월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의 대화 파트너로 합류했다.
사우디는 지난 5일 중국 주도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고 밝혔다. CBDC는 실물화폐를 대체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다. 중국이 CBDC 주도권을 쥐는 것은 향후 디지털 통화 경쟁에서 ‘디지털 위안화’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달러 약화 도화선 된 러 규제
일각에서는 달러 패권을 이용한 미국의 대(對)러시아 규제가 페트로달러 체제를 흔드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제하기 위해 러시아 루블화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FIT) 결제망에서 퇴출했다. 또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그러자 원유 수입국들은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를 달러가 아닌 통화로 결제하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 세계 최대 정유단지 운영사인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의 석유를 1년간 루블화로 구매하기로 했다. 인도는 2022년 제재 이후 인도 화폐 루피, 아랍에미리트(UAE) 디르함 등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결제했다. 중국과 파키스탄도 위안화로 러시아 원유를 구매하고 있다.
JP모간체이스에 따르면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미국 달러가 아닌 통화로 결제된 주요 거래는 지난해 12건으로 전년보다 5건 늘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는 2건에 불과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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