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열 받은 지구…밀·옥수수 작황 직격탄, 유가 연일 꿈틀

김리안/임다연 2024. 6. 1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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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온에 수확량 급감…농산물값 들썩
"175년 만에 최악 더위올 듯"
美·이집트 등 최고 기온 경신
中, 맨발로 땅 디디면 화상 입어
'러·우크라産' 밀, 650t 줄 듯
태국 가뭄에 사탕수수 수확 줄자
설탕가격 하루만에 2.25% 급등
亞·유럽, 냉방용 전력 급증세
"천연가스 가격 50% 오를 수도"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쩍쩍 갈라진 멕시코 댐 바닥 > 지난 8일 멕시코 치와와주 게레로에 있는 아브라함 곤잘레스 댐이 이상 고온으로 인한 극심한 가뭄으로 갈라진 마른 바닥을 드러냈다. 멕시코 곳곳에서는 한낮 최고기온이 40∼45도를 넘나드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때 이른 폭염이 지구촌을 덮치면서 세계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여름이 1850년 이후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였던 작년의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어서다.

이상 고온에 가뭄, 폭우, 허리케인 등이 맞물려 옥수수, 밀, 대두 등 농작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여름철 냉방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도 오름세다.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더울 듯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국립환경정보센터(NCEI)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최고 기온 신기록이 수립될 확률이 61%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는 현대적 기상 관측이 시작된 1850년 이후 가장 더운 해였는데, 올해 1~4월 평균 기온 역시 175년 만에 가장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에선 국가기상센터가 지난 12일 북부 허베이성 기온이 42도까지 올랐다고 밝힌 뒤 하루 만에 결국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중북부, 네이멍구 등 일부 지역에서 폭염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둥성 등 일부 지역에선 오후 지표면 온도가 70도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70도는 땅에 맨발을 대면 화상을 입는 온도다.

미국은 이달 3일부터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텍사스 등 남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폭염주의보와 폭염 경보 등을 내렸다. 지난주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는 낮 최고기온 50도를 기록해 1996년(49.4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프리카 북부 이집트의 일부 지역은 지난 7일 온도가 역대 최고인 50.9도까지 치솟았다.

 ○타격받은 농작물 작황

폭염 등 이상 기온은 농작물 작황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밀 선물 가격은 근 1년 만에 가장 비싼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7월 인도분 적색연질 밀 가격은 부셸(약 27.2㎏)당 7달러까지 올랐다. 연초보다 약 12% 상승했고,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9.8%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날 다시 6.2달러 안팎으로 안정화됐지만, 기록적인 이상 기온에 언제든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농무부(USDA)가 이달 내놓은 ‘전 세계 농산물 수급 전망 보고서(WASDE)’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2025년 6월까지 글로벌 밀 수확량 전망치가 대폭 깎였다. 주요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고온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다. 러시아의 밀 수확량 추정치는 500만t 감소한 8300만t, 우크라이나는 150만t 줄어든 1950만t으로 하향 조정됐다.

프랑스의 장기간 습한 날씨에 따라 유럽연합(EU)의 밀 생산량 전망치는 150만t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의 곡창지대인 캔자스 등은 극심한 가뭄으로 밀 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데이브 그린 밀 품질위원회 부대표는 블룸버그통신에 “예상 수확량을 얻으려면 비가 빨리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남미 주요 밀 경작 지역인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는 지난달 대규모 홍수 피해를 봤다.

USDA는 옥수수 생산량이 전년 대비 482만t 줄어 1억4860만t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들어서만 2.2% 넘게 오른 옥수수 선물 가격은 이날 부셸당 4.74달러에 거래됐다. 설탕 선물 가격은 이날 하루에만 2.25% 급등했다. 주요 설탕 수출국인 태국에서 가뭄으로 사탕수수 수확량이 크게 감소한 영향 등이 주요 원인이다.

CNBC는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 주요 카카오 산지의 이상 기후 영향으로 향후 6년간 카카오 가격이 회복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평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강우량이 카카오 나무에 검은 팟병을 일으킨 데다 가뭄 등이 겹쳐 카카오 수확량을 더욱 감소시키고 있어서다. 연간 100만t이 넘은 가나의 카카오 생산량은 올해 58만t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천연가스 가격 50% 오를 수도”

중국 당국은 산둥성 등 일부 지역에 필요할 경우 ‘인공 비’를 내리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달 내내 심각한 가뭄이 지속됨에 따라 밀과 옥수수, 땅콩, 복숭아, 수박, 벼 등의 작물이 성장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이상 기온은 에너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2%(0.12달러) 오른 배럴당 78.62달러에 마감했다. 골드만삭스는 여름 휴가철 휘발유 수요와 냉방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3분기 원유 공급이 하루 평균 130만 배럴가량 부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천연가스 가격도 상승세다.

지난 11일 미국 헨리허브 가스 가격은 장중 한때 100만Btu(MMBtu)당 3.15달러로 작년 11월 이후 최고가를 찍었다. 씨티그룹은 “극심한 더위 등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가스 가격이 50~60% 급등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리안/임다연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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