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화물차 바퀴 빠짐 사고 원인은 "정비 소홀"
경찰, 운전자 사전구속영장 신청했지만 법원서 기각…불구속 송치 예정
(안성=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지난 2월 3명의 사망자를 낸 경부고속도로 화물 트레일러 바퀴 빠짐 사고는 운전자의 정비 소홀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경기 안성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를 받는 화물 트레일러 운전자 60대 A씨를 불구속 상태로 다음 주 중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 25일 오후 4시 9분께 안성시 공도읍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 트레일러 바퀴 빠짐 사고와 관련, 평소 차량 관리를 미흡하게 해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사고는 서울 방향을 달리던 A씨의 화물 트레일러에서 바퀴 1개가 분리되면서 발생했다.
빠진 바퀴는 중앙분리대를 넘어 부산 방향으로 달리던 관광버스의 앞 유리를 깨고 들어가 운전기사와 승객들을 차례로 치고 중간 통로에 멈춰 섰다.
이 사고로 바퀴에 맞은 60대 운전기사와 60대·80대 승객 등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 29명이 경상을 입었다.
버스는 사진 관련 모임 회원들을 태우고 안산에서 광주광역시로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화물 트레일러 바퀴는 트랙터 부분 3축(1축 조향축·2축 구동축·3축 가변축), 트레일러 부분 3축 등 총 6축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좌측 3번째 가변축 바퀴(화물 무게에 맞춰 조절하는 바퀴)가 빠져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이번 사고 원인은 허브베어링(베어링) 손상에 따른 것으로 추정됐다.
베어링은 회전하는 기계의 축을 일정한 위치에 고정하고, 축을 회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계요소이다.
마찰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나 발열을 줄여 부품 손상을 감소시키는 목적으로 기계의 회전부에는 필수적으로 장착된다.
국과수는 트랙터에서 바퀴가 빠진 원인에 대해 "베어링 마찰 손상 및 발열에 의한 유격이 발생한 것으로, 이는 베어링의 결함 또는 윤활유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A씨는 2015년 해당 화물 트레일러를 구매해 130만㎞ 이상 주행했다.
이 차량은 가변축 바퀴의 브레이크 라이닝을 두 차례 교체한 정비 이력이 있었으나, 이 과정에서 베어링에 대한 점검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차관리법은 브레이크 라이닝의 교환 작업을 하는 경우 베어링의 점검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런 점에 미뤄 A씨가 화물 트레일러 기사로서 해야 할 차량 정비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사고 당시 시속 92~93㎞로 달리던 A씨의 화물 트레일러에서 빠져나온 바퀴는 타이어의 탄성에 의해 도로를 통통 튀다가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편 도로를 주행하던 관광버스의 앞 유리를 깨고 들어갔다.
바퀴와 버스가 충돌하던 순간 바퀴의 속도는 시속 46.8㎞로 분석됐다.
지름이 1m가 넘고, 복륜(타이어 2개 장착) 이어서 무게도 150㎏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 바퀴에 강하게 받힌 사망자들은 현장에서 혹은 병원 치료 중 숨을 거뒀다.
경찰은 과적 여부에 관해서도 조사했으나, 해당 사항은 없었다.
차량 검사 역시 6개월에 한 차례씩 정기 검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A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날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A씨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고, 주거가 일정하다"며 "조사에 성실히 임한 점, 피해자 일부와 합의한 점도 고려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은 사업용 화물자동차에 관해 1년에 두 차례 정기 점검을 받아야 하고, 이 중 한 번은 반드시 베어링 점검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2013년 개정 후 이런 규정이 삭제됐다"며 "사고 예방을 위해 관련 규정을 다시 손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관계기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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