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가계부채 비율 낮추려면…리츠, 주거용부동산까지 확대"

민선희 2024. 6. 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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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학회 학술대회 만찬사…"가계부채, 대출 중심 부동산금융과 밀접"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제74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2024.6.12 [한국은행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리츠 투자를 주거용 부동산으로 확대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14일 오후 한국금융학회 정기 학술대회·특별 정책 심포지엄 만찬사에서 "주택금융에서 리츠를 활용한 에쿼티 파이낸싱(Equity Financing) 활성화 방안을 연구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국민계정 기준년 개편으로 명목 GDP가 상향 조정됨에 따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다소 낮아졌으나,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여전히 주요국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금융안정 측면의 위험 요인으로 잠재해있다"고 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기준 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변경한 데 따라 100.4%에서 93.5%로 6.9%포인트(p) 낮아졌다.

그러나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하향 조정된 수치로 비교하더라도,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비율을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대출 중심의 부동산 금융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낮추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리츠를 활용해 주택구입 자금의 상당 부분을 대출(Debt)이 아닌 자본(Equity) 방식으로 조달한다면 가계부채 비율의 하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지금까지 상업용 부동산 위주로 이뤄졌던 리츠 투자를 주거용 부동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리츠를 활용한 에쿼티 파이낸싱은 자본시장에 새로운 투자 상품을 제공하고, 실수요자인 가계에 집중됐던 주택가격변동 리스크를 분산해 거시건전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주거용 리츠의 최적 실행방식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 외에 중앙은행 대출제도 개선방안, 녹색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 증권인 그린 대출채권담보증권(CLO) 발행,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Korea Overnight Financing Repo rate) 활성화, 디지털 전환 대응 등을 주요 연구 과제로 꼽았다.

그는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 시스템 구축과 아고라 프로젝트도 언급하며 "현재 국가 간 지급결제가 상이한 법률, 규제 등 문제로 비용이 많이 들고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아고라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국장도 이날 영상 축사를 통해 아고라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했다.

신 국장은 "아고라 프로젝트는 차세대 환거래은행 비즈니스를 그려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미래의 환거래은행 비즈니스는 토큰화된 예금과 토큰화된 중앙은행 화폐를 중심으로 구성된 새로운 금융시장 인프라 위에서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국장에 따르면 아고라에서는 지급을 수행하는 은행들이 송금인으로부터 수취인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해 사전에 정보를 확인하고,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해 각 은행 간 거래를 조합해 마치 하나의 지급거래인 것처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

그는 "토큰화를 활용하면 더 효율적이고 경제성 있는 환거래은행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며 "기존 국가 간 지급통로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이고, 비용 감축과 서비스 강화를 통해 사라진 통로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BIS 혁신 허브가 7개국 중앙은행·각 참가국 소재 민간 금융기관과 함께 진행하는 아고라 프로젝트는 국가 간 지급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한 걸음"이라며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새로운 스탠더드 설정 작업에 한국이 처음부터 참여하게 됐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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